스스로를 믿지 못하게 된 계기

by 아이둘 엄마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나를 쉽게 믿지 못하게 됐다.


무언가를 결심해도
끝까지 갈 수 있을지
먼저 의심부터 했다.


이번에는 다를 거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 전에
속으로 한 번 더 걸러졌다.


처음부터 못 믿게 된 건 아니었다.
나도 예전에는
나를 꽤 신뢰하던 사람이었다.


해보겠다고 마음먹으면
어떻게든 해냈고,
중간에 흔들려도
다시 붙잡을 힘이 있었다.


그런데 실패가
몇 번 겹치고 나서부터
상황이 조금씩 달라졌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날들이 쌓였고,
시작만 하고 끝내지 못한 일들이
기억에 남았다.


그때마다 나는
상황보다
나 자신을 먼저 탓했다.


다음엔 잘하자는 말 대신
역시 넌 안 된다는 말이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그 이후로
무언가를 시작할 때면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다.


괜히 마음을 크게 먹었다가
또 실망할까 봐,
처음부터
나를 믿지 않기로 한 것처럼.


스스로를 믿지 못하니
결정하는 일도
점점 어려워졌다.


선택을 미루고,
확신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날도 늘었다.


가끔은
그게 더 안전하다고 느껴졌다.
실망할 기회 자체를
만들지 않는 거니까.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지낸 날들은
이상하게도
마음이 더 불안했다.


나를 믿지 않는 상태로
하루를 버티는 건
생각보다 힘이 들었다.


요즘은
그 계기를 자주 떠올린다.


내가 나를 못 믿게 된 순간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너무 많이 실망한 결과는 아니었는지.


아직 다시 믿는 방법은 모르겠다.
다만 적어도
왜 멀어졌는지는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아무도 화내지 않았는데 혼자 상처받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