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아무도 나에게 화내지 않았다.
목소리가 높아진 사람도 없었고,
분위기가 나빠진 순간도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먼저 다쳤다.
말 한마디,
표정 하나가
계속 머릿속에 남았다.
별뜻 없었을 거라는 걸
머리로는 알았다.
상대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고,
나를 향해
날 선 말을 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 장면을
여러 번 되돌려봤다.
혹시 내가 무언가
잘못한 건 아닐까,
괜히 불편하게 한 건 아닐까.
아무도 문제 삼지 않은 일을
혼자서만
문제로 만들고 있었다.
그날의 나는
유난히 예민했던 것 같다.
말보다 말 사이를 더 읽었고,
표정보다
내가 느낀 기분을 더 믿었다.
그래서 상처가
더 또렷해졌다.
설명할 수도,
되돌릴 수도 없는 상태로.
집에 돌아와서도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괜히 스스로를 탓하다가,
괜히 상대를 이해하려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가끔은
이런 날이 더 힘들다.
누가 분명히 화를 냈다면
차라리 이유라도 붙일 수 있을 텐데.
아무 일도 없었던 날처럼
흘려보내야 하는 상처는
어디에 두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날 밤,
나는 그 감정을
굳이 정리하지 않았다.
과민했다고 밀어내지도,
상처받아도 된다고
결론 내리지도 않았다.
그냥
아무도 화내지 않았는데
혼자 아팠던 하루였다고
그 정도로만 남겨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