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
꽃이 피지 않는 봄,
매미가 울지 않는 여름,
낙엽이 지지 않는 가을,
강이 얼지 않는 겨울
존재하지 않는,
지나오지 않은 계절이
머릿속에 남아있다
이 기억은
남겨진 걸까
잃어버린 걸까
파도가 없는 바다에서,
날지 못하고 기어가는 새들
그곳에서 존재하지 않는 사계절을 보냈다.
자동차 경적은 속삭이고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사람들은 나를 모르고
나는 그들 모두를 안다
바닥은 밟을 때마다 출렁이고,
하늘은 푸르지 않다.
해는 밤에, 달은 낮에 뜨며
사람들은 잠을 자지 않는다
나는 개의치 않고, 웃는다.
하루도 울지 않고,
하루도 화내지 않는다
괴로움은 없고, 나는 더이상
몸을 긁지 않는다.
존재하지 않는,
지나쳐 버린 내가
머릿속에 남아있다
그 속의 나는
남겨진 걸까
버려진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