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을 읽고

by 빛날현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은 한 인간이 사회에서 탈락해 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지만, 단순히 나약한 개인의 몰락을 다룬 이야기라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요조를 비롯한 등장인물의 나약했던 심리를 엿보며 이미 자신의 심리를 들켜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인간의 불안과 자유, 그리고 자기 선택의 책임을 극단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실존주의 철학을 말하는 작품이라고 느껴졌다.


장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 1905년 6월 21일 ~ 1980년 4월 15일)는 무신론적 실존주의 사상을 대표하는 프랑스의 작가이자 철학자이다.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는 추상적인 철학처럼 보이지만, 사실 현대 사회와 개인의 삶을 이해하는 데 매우 실천적인 철학이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고 말했다. 이는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본질을 지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만들어 간다는 뜻이다. 그러나 <인간실격>의 주인공 요조는 끝까지 스스로의 본질을 만들어 가지 못한다. 그는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두려워한 나머지, 인간관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광대 같은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이 모습은 자유로운 선택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타인에게 규정당하는 삶에 스스로를 내맡긴 결과일 것이다.


주인공 요조는 사회의 규범과 인간관계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끼며 끊임없이 도피한다. 술과 방탕한 생활, 반복되는 자살 시도는 그가 자유를 포기한 채 책임을 회피하려 했음을 보여준다. 요조의 반복되는 행동 패턴을 보며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도 가져본 생각을 밟고 일어선 기억에 머물렀을 것이다. 그 막을 깨고 넘어서지 못한 요조는 책임 없는 자유를 원했던 건 아닐까? 사르트르는 인간은 자유로울 수밖에 없으며, 그 자유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말한다. 요조의 비극은 자유가 없어서가 아니라, 자유를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이 작품을 읽으며 요조가 특별히 비정상적인 인간이라고만 느껴지지 않는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또한 타인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가면을 쓰고, 실패와 불안을 피하려 하며, 스스로 선택한 삶에 책임지기를 두려워한다. 책임이라는 것. 누구나 부담스러워한다. 감당의 불안이 찾아오면 누구나 회피를 택하고 싶은 마음이 들듯이. 그런 점에서 요조는 ‘실격된 인간’이 아니라, 실존적 불안을 극단적으로 드러낸 인간의 한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여기에 사르트르는 불안과 우울을 재해석하였다. 이는 병리적 상태만이 아니라 자신이 자유로운 존재임을 인식할 때 생기는 자연스러운 신호라고 말한다. 즉 불안하다는 것은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는 것이다.


흔히 말한다. ‘이게 나한테 맞는 길일까?’ 혹은 ‘내 적성은 뭘까?’ 그러나 사르트르는 맞는 길이 먼저 있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고 책임지는 과정에서 길이 만들어진다고 보았다. 즉, 진로 고민은 ’ 정답 찾기‘가 아니라 ’ 내 선택에 의미를 부여할 준비가 되었는가 ‘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렇게 스스로 책임지는 버거움 속에서 떠오르는 트렌드 중 하나가 바로 자기 인정인 것이다. 스스로를 인정하는 건 어렵고도 난해한 문제이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자기 인정인지, 자기기만인지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이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라고 단정하곤 하는데 이는 말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러한 자기 인정을 MBTI와 같은 성격 유형이나 과거의 실패 경험 등을 통해 단정하기도 한다. 사르트르는 이런 고정된 자기 정의를 자기기만으로 보았다. 예를 들어, ’ 나는 원래 내향적이야‘라고 말하는 사람도 지금 그렇게 행동하고 있을 뿐, 항상 그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실패하는 사람은 핑계를 찾고 성공하는 사람은 방법을 찾는다.’라는 자기 계발서에 자주 등장하는 이 문장은 사르트르의 실존주의적 책임 윤리 사상과 가깝다. 핑계는 자기기만이며 방법찾기는 자유와 책임의 수용을 의미한다.


핑계 대신 선택을 자각하는 것과 불안을 없애려 하기보다 의미로 전환하는 것이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로 삶을 사는 태도일 것이다. 즉, ‘나는 시스템 속에 있지만, 그 안에서 어떤 인간이 될지는 여전히 내가 결정한다’는 태도이지 않을까?


<인간실격>은 인간이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면 탈락자가 되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동시에, 인간이 자기 삶의 주체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묻는다. 이 소설은 나에게 ‘나는 지금 나 자신의 선택으로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남겼다. 실존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인간실격>은 절망의 기록이자 동시에 인간 존재에 대한 가장 솔직한 고백이라고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생각해 본다. 이 실존주의를 요조가 알았더라면, 그는 다른 선택을 했을까? 아님 받아들이지 못했을까?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