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동전의 날’을 아시나요? 미국에서 2월 12일을 ‘잃어버린 동전의 날’로 기념하는데, 저도 방송 ‘프리한 19’ 세상에 이런 기념일편을 보고 알게 되었습니다. ‘잃어버린 동전의 날’에는 집안 구석구석을 살펴서 숨어 있는 1 페니 동전을 찾습니다. 옷장에 걸어 둔 옷의 주머니, 소파 틈새, 침대 아래, 서랍장, 안 쓰는 지갑, 차량 실내 등을 찾다 보면 동전을 발견하게 되지요. 이렇게 찾은 동전들은 모아서 자선 단체에 기부하거나, 가족들과 동전으로 할 수 있는 게임을 하거나, 아이들에게 동전의 의미를 교육하면서 작은 것들의 가치를 알려 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2월 12일이냐고요? 미국 1 페니 속 링컨 대통령의 생일이 2월 12일이라서 2월 12일로 정했다고 합니다. 방송을 보면서 참 좋은 기념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집에도, 차에도 잃어버린 동전들이 많이 있을 텐데 가족들과 함께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찾아야 할 것이 동전만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오늘 우리가 동전을 잃어버리는 이유는 더 이상 동전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는 오락실에서 오락 한 판이 50원이었고, 오락실 앞에 있는 떡볶이 집은 군만두 하나에 50원, 떡볶이는 200원부터였습니다. 300원만 있으면 떡볶이도 먹고 오락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게 50원, 100원은 잃어버리면 바로 찾아야 하는 소중한 돈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아닙니다. 300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뿐만 아니라 현금 자체를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동전이 어쩌다 생겨도 어딘가에 그냥 두고,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동전을 어디에 둔지도 잊어버리고, 그렇게 동전을 잃어버리고 다시 찾지 않습니다.
가치가 떨어지고, 쓸모가 없어져서 동전을 잃어버린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씁쓸해졌습니다. 그리고 잃어버린 물건이 동전만이 아니라 다른 것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마음이 울렁거렸습니다. 동전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아서 잊어버리는 것처럼, 내가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아서 잊어버리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동전의 가치와 쓸모가 떨어져서 잃어버리는 것처럼, 예전에 비해서 가치와 쓸모가 떨어져서 내 관심 밖에 버려지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그러나 막상 잃어버린 물건이 무엇인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반대로 생각해 봤습니다. 현금과 동전을 카드가 대체한 것처럼, 내가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면 그것을 대체한 물건이 있을 텐데, 무엇일지 생각해 봤습니다. 다행히 그 답은 쉽게 알아차렸습니다. 바로 돈입니다. 오늘날 그 가치와 쓸모가 가장 많고 큰 존재는 돈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돈이 집어삼켜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은 무엇일까요? 잊히고 버려진 예전의 소중한 가치들은 무엇일까요? 사랑? 우정? 행복? 신념? 믿음? 아무리 봐도 가치와 쓸모의 면에서는 돈에게 상대가 안 됩니다. 그래서 제가 어쩌면 여러분이 동전과 함께 소중했던 가치들을 잃어버리는 것 아닐까요? 그리고 그 가치들을 돈으로 대체하며 살고 있지 않나요?
이 시선을 조금 더 확장시켜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적용해 봅니다. 세상에는 하는 일과 역할이 상대적으로 작은 이들이 있습니다. 동전 정도의 쓸모라고 할까요? 그래서 세상은 그들에게 10원, 100원, 많이 쳐서 500원의 가치만 부여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아픔, 어려움, 이야기는 듣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점차 세상에서 잊히고 버려집니다. 그렇게 우리 주변에는 잃어버린 동전 같은 생명들이 있습니다.
꼭 2월 12일이 아니어도, 기념일까지 따로 만들지 않더라고, 동전이 아니어도, 예전에 소중했던 가치들을 찾고 발견해야겠습니다. 열심히 찾으면 숨겨진 동전을 발견할 수 있는 것처럼, 열심히 찾으면 마음 안에 숨겨진 소중한 가치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작고 쓸모가 많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충분히 가치 있고 존귀한 존재들이 우리 주변에 살고 있습니다. 10원, 100원, 500원, 나 그리고 너, 사랑, 희망, 이렇게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을 하나 둘 발견하고 모아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