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미한 소리 Oct 04. 2024

버려진 장난감과 그 속에 담긴 꿈으로 작품을 만들다

“업사이클 잇-다” 김용철 작가의 “사용된 꿈 – 구”을 보고

 2024 강남페스티벌 행사 중 하나인 “업사이클 잇-다”가 양재천 밀미리 다리에서 9월 23일부터 29일까지 있었습니다. 버려진 물건이나 재활용품을 가지고 옷과 다양한 작품을 야외에 전시하는 행사였습니다. 여러 작품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이 김용철 작가의 “사용된 꿈 – 구”라는 철 구조물과 폐장난감으로 구 모양을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단순한 동그라미 모양이 주는 안정감, 알록달록한 색, 장난감을 하나씩 골라서 보는 재미에 빠져서 출근하다 말고 멈춰서 한 참 동안 작품을 봤습니다. 작품도 마음에 들었지만 무엇보다 옆에 있는 작품 소개 글이 마음에 깊게 들어왔습니다. 


 “간절한 소유의 욕망을 채우고 난 후 새로운 것이 생기면 또다시 잊혀집니다. 버려진 장난감 속에서 우리가 소유하고자 했던 꿈을 되돌아봅니다. 이 작품의 원형의 모습은 조화로운 관계를 형상화합니다. 우리들의 꿈들이 조화롭게 세상과 만나길 기원합니다.” 



 장난감 속에 소유하고자 했던 꿈이 있다는 지적이 참 정확합니다. 지금은 버려져서 또 다른 작품의 재료가 되었지만, 뽀로로 인형, 토마스 기차, 로보카폴리, 타요버스, 미니카, 저 장난감들도 한 때는 진열장에서 아이들을 유혹했겠죠? 그 장난감들을 보면서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 용돈으로 스스로 사는 아이, 어른과 약속을 하면서 사는 아이, 또 어떤 노력으로도 사지 못하는 아이가 있었겠죠? 그들 모두에게 이 장난감들은 작가의 말처럼 다 소유하고자 했던 꿈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버려진 꿈이지요. 충분히 가지고 놀아서, 더 좋은 새 장난감이 생겨서, 마트에서만 사고 싶었을 뿐 정작 가지고 놀지 않아서, 여러 가지 이유로 장난감들이 그 속에 있는 꿈과 함께 버려졌습니다. 다행히 이 장난감들은 작가를 만나서 새로운 작품이 되었지만요. 


 다시 양재천을 걸으면서 어렸을 적 좋아했던 레고, 건담 프라모델, 비비탄 총을 생각했습니다. 두 자녀 한비, 한별이가 어렸을 적에 집에서 가지고 놀았던 또봇, 카봇, 터닝메카드, 피카추도 생각했습니다. 또봇, 카봇을 하루 종일 차에서 로봇으로 로봇에서 차로 변신시켜 주던 추억도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장난감들도, 그 안에 담겼던 꿈과 마음도 다 버려졌네요. 왠지 서운하고, 미안해졌습니다. 아까 본 작품처럼 제 추억의 장난감들도 멋진 작품으로 새 탄생되어 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제 안에 버려진 장난감을 생각했습니다. 청소년 시절에 가졌던 건축가의 꿈, 외고 입시에 아깝게(?) 실패한 경험처럼, 제 안에는 실패가 만들어 낸 좌절된 꿈들, 좌절된 욕망, 버려진 마음들이 있습니다. 물론 성공했지만 버려진 마음들도 있습니다. 좋아 보여서 샀지만 막상 가지고 놀지 않고 버려진 장난감처럼, 이제는 쓸모없어서 버려진 욕망과 꿈들도 있습니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커피 한잔 마시면서 아까 찍은 작품 사진을 봤습니다. 한 참을 보다가 저도 제 안에 버려진 장난감으로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건축가의 꿈, 외고 입시 실패처럼 고장 난 장난감을 레고, 건담 프라모델, 비비탄 총, 또봇, 카봇, 터닝메카드, 피카추처럼 여전히 알록달록 한 장난감으로 감싸 안아서 동그라미 모양으로 만들고 마음 한 편에 두었습니다. 그리고 실패와 좌절에 담긴 꿈, 욕망, 마음이 더 이상 썩어서 방치되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마음과 욕망이 되기를 기도했습니다. 


 여러분 안에는 어떤 장난감이 버려졌습니까? 장난감과 그 안에 담긴 꿈과 마음으로 알록달록 멋진 모양의 작품을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행복은 삶의 목적이 아니라, 잘 살기 위한 수단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