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레시피

비밀입니다만.

by 김선희

사장님의 한옥카페가 개업한 지 벌써 5년 차가 되어 가니 메뉴 레시피가 완성되었다. 초기에는 커피 위주의 테이크아웃 전용매장에 가까웠다. 시골동네에 카페가 생기니 주민들이 출. 퇴근길에 방문해 아메리카노 한잔을 사서 마시는 모습들이 보였다. 원두 맛은 구수했고 한잔 양이 보통의 1.5배였다.

"사장님, 여기 커피 맛이 기준이 되었어요. 마시고 난 후 속도 편해요."

대부분 사람들이 하루 한잔의 커피를 즐기는데 고소한 맛, 단맛, 신맛 등 기호가 다양하다. 나는 사실 특별한 취향은 없었고 커피 맛도 잘 모르는 편이다. 그런데 한 가지 커피를 계속 먹어서 인지 단골카페 커피에 익숙해져 갔다. 손님들의 입맛을 길들이는 것도 영업노하우가 된다고 본다.


사장님 여동생이 경기도에서 카페를 하시는데 스무디 만드는 것을 알려주시기로 하셨단다. 순간 어르신들이 그 차가운 음료를 사 드실지 의문이었다. 차라리 제철 생과일주스를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런데 블루베리 스무디가 한옥카페의 시그니처 메뉴가 되었다.

"사장님, 장사는 해 봐야 아는 것 같아요. 예상을 못 하겠어요."

나는 주거용 한옥에서 살면서도 상업용 한옥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동네 주차장 근처에 한옥스테이를 개업하는 것을 보고도 시큰둥했다. 잠재적인 수요가 엄청난 것을 보고서야 한옥체험업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숙박업 경쟁시장이 치열하지만, 좋은 가르침을 받았다.


브런치 세트에는 소시지 2개, 식빵, 계란 스크램블, 양상추샐러드, 방울토마토, 아메리카노가 제공된다. 통창 앞 테이블에서 칼질하면서 먹으면 도시생활이 부럽지가 않다. 시골에 살아도 브런치를 먹을 수 있다니.

"사장님, 브런치 카페로 소문날 것 같아요. 진짜 최고예요."

사장님 따님과 함께 회사 앞 브런치 카페에서 먹고 보고 개발한 메뉴라고 하셨다. 어르신들 입맛에 맞게 참깨드레싱을 뿌리고 식빵도 계란을 묻혀 한번 구워내신다. 왕소시지를 최저가로 수급하기 위해 매일 노트북 앞에서 재료를 검색하신다.


가정식 피자에는 피망, 소시지 햄, 양송이버섯, 모차렐라 치즈가 들어간다. 피자 가격을 낮추기 위하여 모든 재료를 공장에서 대량 구매하셨다. 택배를 받자마자 소분하는 작업시간도 반나절이 걸렸다. 덕분에 사장님들의 수고와 정성을 손님들이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사장님, 배가 불러서 2조각은 포장해 갈게요. 내일 먹으려고요."

평일 점심은 항상 집에서 혼자 비건요리를 해 먹는다. 한 번씩 시간이 없을 때에는 피자 2조각을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는데 꿀맛이다. 몸에 좋은 피망, 버섯이 듬뿍 들어 있어서 더욱 마음에 든다.


개업하고 몇 달쯤 지나서 사장님이 신랑에게 함박스테이크와 토스트를 시음해 달라고 하셨다. 아무것이나 잘 먹는 나에게는 플레이트, 가격이 괜찮은지 평가해 달라고 하셨다. 우리 부부 나이댓을 타깃으로 음식을 팔고 싶어 하셨다. 부담스러웠지만 맛, 영양소, 색깔에 대해 솔직히 말씀드렸다.

"사장님, 이대로 팔아도 될 것 같아요. 손님들 반응을 천천히 반영해 주세요."

새 메뉴를 출시하자마자 손님들의 피드백이 엄청나서 사장님이 멘붕 오셨다. 함박스테이크의 경우 밥이나 빵을 제공해 줄 것, 토스트의 경우 사과잼 알갱이를 잘게 할 것. 결국 함박스테이크에는 작은 햇반이 제공되었고, 토스트에는 사과 건더기를 빼버렸다. 열린 마음으로 메뉴 레시피를 개선하신 사장님이 대단해 보이셨다.


젊은 여자 손님들이 카페에 오셔서 케이크가 없냐고 실망하는 날이 종종 있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케이크가 콤보처럼 요구되었다. 케이크를 납품받자니 유통기간이 염려된다고 하셨다. 와플, 팬케이크 중 고민하시다가 팬케이크 가루를 반죽하여 초코크림을 얹어서 만드셨다. 따뜻하고 달콤한 맛이 속을 채워준다.

"사장님, 차가운 케이크보다 훨씬 나아요. 소화도 잘 되고요."

어릴 때 친구집에 가면 같이 해 먹던 디저트였다. 그 친구가 야무진 손으로 반죽을 프라이팬에 굽던 모습이 기억났다. 음식으로 잊고 살았던 옛날 추억이 떠올랐다.


계절 메뉴를 하시는 게 어떨지 카페 사장님께 추천드렸다. 여름이 되니 팥빙수, 우유빙수, 과일빙수가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빙수기계를 사야 하는 점에서 부담스러워하셨다. 중고기계를 알아보다가 새 빙수기계를 사서 팥빙수를 만들어 파셨다.

"사장님, 팥빙수 가격이 너무 싸요. 양도 엄청나고요."

5천 원에 2명이 먹을 만큼 팥빙수 양이었다. 1인 1 메뉴인데 2명이 하나를 시키는 것도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가격은 그대로 두고 팥빙수 그릇을 바뀌었다. 팥, 우유, 연유, 떡까지 넣어주시니 사장님께는 남을 수익이 없어 보인다.


떡볶이를 정말 좋아하는데 사장님이 한 번씩 메뉴에도 없는 매운 떡볶이를 해주셨다. 태양초 고춧가루인지 색깔이 시뻘겠다. 다른 손님들도 먹고 싶어 해서 떡볶이 메뉴가 출시되었다. 어린이도 먹을 수 있는 맵기로 어묵과 대파가 왕창 들어가 있다.

"사장님, 떡볶이 양념이 대박이네요. 더 맛있어지는 것 같아요."

얇은 밀떡으로 짧은 시간에 조리되는데도 불구하고 양념이 잘 배어있다.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마음이 행복해지는 맛이다. 학생 때부터 떡볶이를 평생 먹었는데 지겹지가 않다. 오히려 더 좋아지는 소울푸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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