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의 취향을 팝니다.
한옥카페 사장님의 남편이 돌아가시고 난 후 따님이 폐가를 매입하고 사위가 사업을 계획했다. 사장님 꿈이 어르신들에게 차를 한잔 대접하는 가게를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평소 낙동강변을 산책하시는데 스타벅스에 젊은 사람들이 앉아 있는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고 하셨다. 나이가 드니 갈 곳이 없어지는 게 슬프다고도 하셨다.
"사장님, 꿈을 이루셨네요. 70세에 자발적으로 일하셔서 돈 버시는 모습이 멋지세요."
단골손님들이 커피를 사 드시면서 카페 사장님을 굉장히 부러워하신다. 장사가 잘 되는 것 같은데 본인들도 자산이 있다면 실버카페를 하고 싶어 하셨다. 연금이 나와서 노후생활에는 문제가 없지만 하루하루가 지겹다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돈도 벌고 싶다고 하셨다.
한옥카페 개업 초창기에는 인테리어 소품이 없었다. 그냥 깔끔하고 단정한 느낌이었다. 매 주말마다 사장님 따님과 사위가 오시면 벽에 그림이 걸리고 테이블에 장식품이 비치되었다. 아마도 두 분은 아기자기한 감성이 있는 것 같았다. 특히 레고 유리선반이 가게 한 면을 차지할 때는 조금 놀라웠다.
"사장님, 감성카페가 되었어요. 자녀분들이 많이 도와주시네요."
사장님은 청소하기 힘들어졌다며 고개를 흔드셨다. 그래도 내가 보기에 아이들을 데리고 오시는 가족에게는 재미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테라스에 캠핑 조명이 설치되었고 수공간에는 오리모형이 세팅되었다. 미술관 같기도 하고 박물관 같기도 하다.
자영업을 할 경우 크게 프랜차이즈와 개인사업으로 나뉜다. 개인사업을 하게 되면 초기 비용이 큰 대신에 운영기간 수수료 지불 없이 수익을 획득할 수 있다. 즉 자금이 부족하거나 영업능력이 없다면 프랜차이즈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카페 사장님은 조리사 경력, 문방구 운영, 방문판매까지 해 보셔서 손님들을 사로잡는데 자신이 있으셨다.
"사장님, 한옥카페를 영업하시려고 준비된 분이세요. 고객맞춤 서비스도 대단하세요."
결혼생활 중 딸 3명을 키우느라 외식 한번 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집에서 통닭을 튀겨먹고, 짜장면도 볶아먹고, 꽈배기도 만들어 먹고. 카페 음료들도 핸드메이드라고 하셨다. 주부로서는 수제식품을 더 선호하니 여자 손님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으로 물가상승이 어마어마하다. 만원 이하 식당, 5천 원 이하 카페를 찾아다니며 가계 생활비를 줄이려고 한다. 집에서는 되도록 텃밭에서 나는 채소들로 비건요리를 하고 가끔 신랑이 낚시로 잡아오는 해산물을 섭취한다. 한옥카페도 우유, 치즈 원가가 올라서 고민이 많으셨다.
"사장님, 메뉴 가격을 올리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특히 피자는 치즈가 많이 들어가니깐."
다들 먹고살기가 팍팍한데 손님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으시단다. 자식은 모두 독립해서 잘 살고 있고, 사장님은 돈 쓸데가 크게 없다고 하셨다. 다행히 치즈 유통업체에서 이전 가격으로 당분간 납품해 주신다고 하셨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마음이 든다.
카페 갈 때마다 화분이 계속 늘어간다. 화원 안에서 차를 마시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사장님은 무엇을 돌보는데 재능이 있으신지 꽃과 열매도 보신다. 반면에 한옥스테이를 영업하는 나는 많은 식물들을 멀리 다른세계로 보내주었다. 물도 주고 햇빛도 받게 해 주는데 이유를 잘 모르겠다.
"사장님, 귤이 달렸어요. 대박이네요."
캐모마일 차를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팔에 동그란 밀감이 걸렸다. 너무 신기해서 계속 쳐다보니 다른 손님들도 한 마디씩 하셨다. 따뜻한 마음의 주인이 정성스레 돌보아서 노란 과일을 달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였다.
실버 카페에서 확장하여 브런치 카페로 성장하고 있다. 손님들이 먹고 싶어 하는 음식들을 추가하다 보니 레스토랑 모습에 가까워졌다. 먹는장사는 인심에서 나온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잘 알겠다. 맛있는 음식을 배가 부르게 먹고도 차 한잔할 수 있는 금전적 여유까지 제공받는다.
"사장님, 방송국에서 취재 나올 것 같아요. 인플루언서 한번 하세요."
요즘 유튜브에 나오는 훌륭한 사람들을 보면서 카페 사장님을 떠올린다. 배 고팠던 어린 시절, 검정고시 출신, 가장으로서 조리사 생활, 그리고 한옥카페 사장님. 평생을 고생하신 어르신이 남에게 베푸는 모습에서 존경심이 생겨난다. 나의 롤모델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