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루틴

출퇴근 시간을 지킵니다.

by 김선희

무소속 자영업자의 경우 자기만의 루틴을 가지고 하루를 시간표대로 생활한다. 나는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명상과 108배를 하고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한다. 11시부터 3시까지 한옥스테이 운영에 관한 모든 것을 하는 편이다. 그리고 헬스장 갔다가 책을 보거나 글을 쓴다. 저녁식사는 신랑이랑 외식하고 자기 전 오늘 한 일, 내일 할 일을 확인한다.

"사장님, 몇 시까지 출근하세요? 영업시간 보다 일찍 나오시는 것 맞으시죠."

한옥카페 사장님은 매일 7시에 눈을 떠서 아침식사 및 산책을 하다가 10시 버스를 타신다고 하셨다. 가게 도착하자마자 테이블 닦고 식재료 체크 후 11시 오픈하신다. 그런데 손님들이 입구에서 기다리시는 경우가 종종 있어 출근하자마자 영업을 개시하는 때가 많다고 하셨다. 대부분 단골손님들이라 융통성 있게 오픈시간을 조절하시는 것 같았다.


카페 사장님은 삶은 계란, 미숫가루로 아침 식사를 든든하게 하셔야 점심 장사를 해낼 수 있다고 하셨다. 개업 초창기에는 브런치, 피자 메뉴가 없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셨는데 지금은 전쟁 같은 점심시간을 보내신다. 하루는 냉장고에 먹을 게 없어서 카페에 점심을 사 먹으려고 갔는데 프라이팬에 소시지 10개가 보여서 집에서 국수를 삶아 먹었다. 그 이후로 점심시간에는 한옥카페에 발길을 하지 않는다.

"사장님, 혼자서 어떻게 장사하세요? 아르바이트생이라도 쓰세요."

나름 편안동 감성한옥길 인싸이신 사장님은 남녀노소 아는 분들이 많으시다. 내가 알기로 같이 일하고 싶은 분들이 꽤 있다. 그런데도 사적인 관계를 확대하고 싶지 않으신 것 같았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동업하면 좋지 않은 결과가 생길 수 있으니깐.


오후 헬스장에서 6km, 1시간을 러닝하고 참새가 방앗간 가듯이 한옥카페로 매일 간다. 카페 사장님은 점심식사를 하고 계시다가 따뜻한 차 한잔을 내오셨다. 가격이 2천 원이라 생활비에 부담이 되지 않는다. 가끔 누가 줬다며 과일, 빵, 떡 등 간식도 주신다.

"사장님, 손님이 없을 때만 식사하시는 거예요? 바쁘면 밥도 못 드시겠네요."

나는 차를 마시고 사장님은 식사하시는데, 갑자기 학생들이 들어온다. 하굣길에 복숭아 아이스티를 테이크아웃하러 왔나 보다. 테이블 위 다 먹지 못한 볶음밥을 급히 치우시고 주문을 받으셨다. 먹고살려고 일하는 건데 장사하느라 밥도 못 먹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손님이 없는 시간에도 카페 일이 많다. 우선 설거지할 게 싱크대에 가득 있고, 테이블을 다시 깨끗하게 세팅해야 한다. 냉장고를 열어 남은 식재료를 확인해서 급한 것은 배달시키고 여유가 있으면 마트에서 저녁 장을 보신다. 그 사이 택배가 오면 뜯어서 정리정돈, 재활용 분리수거가 순차적으로 이루어진다.

"사장님, 쉴틈이 없으신 것 같아요. 이제 좀 쉬세요."

아침에 내린 커피가 아직 다 못 마셔서 차갑게 남아 있었다. 오후에 외워야 하는 시험문제 답안지가 있어서 자리에서 일어서니 사장님 친구분이 차에서 내리시는 게 보인다. 성품이 따뜻하고 정이 많으셔서 주위에 많이 베풀시니 외로울 틈이 없으시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집순이는 그런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신랑이 당직이라 혼자서 한옥카페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카페 사장님이 테라스에 나와 계셔서 어리둥절하였다. 주말이라 배달 라이더들이 바빠서 피자배달을 못 하고 계셨다. 피자를 얼른 받아 내 차를 타고 생애 첫배달을 해보았다. 다행히 옆동네 아파트라서 쉽게 피자를 잔달했다.

"사장님, 배달은 잘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평소 손님이 따뜻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진짜 당황하신 것 같았다. 운전을 못 하시니 택시를 타고 직접 배달 가려고 하셨단다. 매장운영도 쉽지 않은데 배달서비스도 제공하니 혼자서 힘들어 보이셨다. 그래도 또래 어르신 사이에서 제일 열심히 사시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인다.


냉동실에 오징어, 문어, 가자미, 대구로 가득 차서 아이스크림을 넣을 공간이 없다. 주위에 집밥을 먹으시는 분들이 많으신 카페 사장님께 소분해서 드리면 해결될 것 같았다. 카페 마감시간에 가보니 테이블에 의자를 올려놓고 바닥을 닦고 계셨다. 내일이 쉬는 날이라 대청소하신단다.

"사장님, 대개 즐거워 보이세요. 쉬는 날 뭐 하세요?"

자차가 있는 친구분과 대구 시장에 가서 옷도 사고 맛있는 것도 사 먹을 예정이라고 하셨다. 돈 벌어서 본인을 위하여 소비하는 게 좋으신가 보다. 나이가 들수록 옷 입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다. 존중받고 싶으신 마음이 느껴졌다.


카페 문 닫는 시간을 기다렸다가 버스정류장까지 해산물 아이스박스를 들고 큰 도로로 나갔다. 안동에서는 버스를 타고 다닌 적이 없었는데 도착시간이 정확해서 놀랬다. 버스 운전기사님과도 잘 아시는지 인사를 나누셨다. 혼자 사셔도 인적 인프라가 참 단단하신 것 같았다.

"사장님, 잘 들어가세요. 다음 주 봬요."

인생살이에는 정답이 없지만 자기 인생을 잘 꾸려나가야 한다고 본다. 시험공부하면서 단절된 생활을 했었는데 사회구성원으로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나이에 제한 없이 직업을 가지고 소득을 획득하거나 재능기부로 자원봉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타적인 삶이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사장님은 해산물 아이스박스에서 대구를 꺼내 무우와 콩나물을 넣고 대구탕을 만들어 드셨다고 한다. 남은 해산물은 이웃분들에게 나누어 주고, 내일 쉬는날 계획을 세우며 tv소리와 함께 잠에 드셨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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