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나 행복해라.
한옥카페 사장님에게는 세명의 딸들이 있다. 아들을 못 낳아 시댁에 괴롭힘을 당하고 남편에게 무시를 받으셨다. 덕분에 사장님은 할 말을 다 하는 성격과 어디서나 살 수 있는 생활력을 갖추게 되셨단다. 결혼 전에는 벙어리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순하기만 하셨는데.
"사장님, 인생에서 후회되는 게 있으세요? 없으실 것 같아요."
내가 떡볶이를 먹다가 뜬금없는 질문을 하니 사장님이 입을 크게 벌리며 웃으셨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연예결혼을 해서 예쁘게 잘 살던데, 부모님의 소개로 중매결혼한 게 후회스럽다고 하셨다. 생각해 보니 사랑하는 사람과 한평생 사는 것이 큰 복인 것 같다. 그럼에도 이혼하는 사람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카페 사장님의 첫째 따님은 나랑 비슷한 점이 많았다. 나이가 84년생 동갑이며 남편과도 동갑내기 부부였다. 그리고 둘 다 나랏일을 하는 공직생활을 경험했다. 하지만 친정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은 나와 달리 모녀관계가 친한 친구 사이 같았다.
"사장님, 첫째 따님은 안동에 자주 오시네요. 평일 직장생활도 힘든데."
주말에 신랑과 브런치 세트를 먹으러 가니, 따님이 가게 일을 돕고 있었다. 엄마와 딸이 부엌에서 커피를 내리고 설거지를 하고 계셨다.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지 즐거운 모습이다. 부모님과 말이 통하다는 느낌은 어떤 것일까? 진심으로 궁금하다.
카페 사장님의 둘째 따님은 종합병원에서 간호사를 하시다가 최근 행정직으로 바꾸셨다고 한다. 속이 깊고 마음이 약해 수간호사로서 역할이 힘드셨다고. 나의 경우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선박 공무감독, 환경시설 운영. 공사감독을 했었다. 관리자는 때로는 현장직원에게 싫은 말도 할 수 있어야 하고 마음에 없는 빈말을 해야 한다.
"사장님, 착한 사람은 관리감독 업무가 쉽지 않아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 보네요."
오후 헬스장에 갔다가 시원한 에이드 한잔을 마시러 한옥카페에 갔다. 카페 사장님이 택배를 뜯고 계셨는데 몸에 좋은 현미로 만든 식품들이 엄청 나왔다. 둘째가 엄마를 생각해서 보내준 거라며 좋아하셨다. 나에게도 맛을 보라며 누룽지, 라이스페이퍼, 사탕을 나누어 주셨다.
카페 사장님의 셋째 따님은 세무학과를 나오셔서 대기업에 취업하셨다. 요즘 같은 높은 실업률에 자식 모두 반듯한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 놀라웠다. 그러나 자식 자랑을 하시는 것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 단골손님들의 온갖 자랑은 아주 잘 들어주신다.
"사장님, 자식이 경제적. 정신적으로 독립된 가정이 드물어요. 축하드려요."
내 인정에 대해서 사장님 본인은 해 준 게 없다고, 알아서 잘 컸다고 하셨다. 학원도 못 보내주고 밥만 해줬다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고 엄마의 무조건적인 사랑이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 부부의 경우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보내서 과소비를 절대 하지 않아 자산을 축척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또한 부모님의 학력과 경제력을 가볍게 넘어서 사는 것이 행복하고 감사할 뿐이다.
카페 사장님에게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양녀가 생겼다. 나를 한옥선생님이라고 부르시며 친환경 생활, 자기 관리, 알뜰함, 재테크 등을 거의 매일 칭찬하신다. 우리 부모님은 나를 아주 많이 사랑하셨지만 앞에서 칭찬하신 적이 없으셨다. 오히려 엄청 혼나면서 성장한 것 같다.
"사장님, 자존감이 하늘을 찔러요. 저에게 귀인이세요."
공대를 나와서 무던한 남직원들과 일하는데 익숙하고 예민한 여직원들이 불편했었다. 요즘에는 편안동 감성한옥길에서 영업하시는 여사장님들과 교류가 활발하다. 아마도 손님들을 대하는 장사를 하셔서 마음 그릇이 크신 것 같았다. 배우고 싶지만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사랑하고 싶다.
안동에는 결혼하지 않은 노총각들이 많다. 신랑 친구들만 보아도 다른 지역의 여성분들과 연애하고 계신다. 내 또래 새댁들은 도시출신이 많았다. 결혼하고 사는 지역에 적응하느라 다들 고생이 많으시다.
"사장님, 결혼을 하니깐 고향에 한번 내려가기가 어렵네요. 부산음식이 먹고 싶어요."
운전하면 3시간 넘게 걸리니 매년 계획을 세워서 움직인다. 돼지국밥, 밀면, 아귀찜도 먹고 온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시골에 대해 궁금해하면서도 도시생활에 만족하는 게 보인다. 현재 자기 인생을 잘 꾸려 나가면 된다고 본다.
한국에 시집온 외국인들은 얼마나 친정집에 가고 싶으실까? 감히 상상도 되지 않는다. 중국인, 일본인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인들이 많이 보인다. 남편 또는 아이와 함께 카페에 와서 2가지 언어를 사용하는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가 않다.
"사장님, 외국에서 이민오신 분들이 대단하신 것 같아요. 다른 나라에 산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다문화 가정들이 한국에 잘 적응하셔서 행복한 인생을 사셨으면 좋겠다. 국적에 상관없이 여자분들이 일을 하고 아이도 키우면서 미래의 꿈을 꾸었으면 한다. 그녀들에게서 대한민국 장래를 미리 엿볼 수 있으니깐 말이다. 편안하고 밝은 얼굴로 사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