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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 공오삼이 Mar 05. 2021

조식(朝食)의 설렘을 찾아

in time: 시간 속 장소를 리뷰


비엔나 | 아침에 마시는 에스프레소


밖으로 나서기조차 쉽지 않은 날이 기약 없이 계속되고 있다. 나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마스크 없이 자유로웠던 과거를 회상하며 여행을 갈망한다. 그동안 다녀온 그 수많은 여행 중에서 당신은 어떠한 순간을 가장 먼저 떠올렸는가. 그리고 당신은 그 여정에서 무엇을 가장 그리워했는가?


나에게 그 그리움의 대상은 단연코 조식(朝食)이었다. 여행지에서 맞이하는 그 아침식사를 열렬히 사랑했다. 반쯤 덜 말린 머리에, 한 손엔 카메라를 움켜쥔 채 먼저 도착한 여행자들의 낯선 언어로 들려오는 말소리와 기분 좋은 음식 냄새가 뒤엉킨 그 공간에 들어섰을 때, 그때부터 비로소 나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조식은 나에게 단순히 아침 시간대에 먹는 음식, 그 이상의 식사였다. 조식을 먹는다는 것은 일종의 여행을 상징하는 행위이자 여행의 시작을 내 몸에게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낯섦 반, 설렘 반으로 도착한 여행지에서의 평소보다 늘 일찍 잠에서 깨곤 했다. 누군가 정성스레 준비해둔 말끔한 플레이팅과 신선한 과일을 비롯해 어느 나라에서 온 여행자라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담백한 먹을거리를 마주하고 있노라면 '아, 내가 여행 중이구나.' 하고 자각하게 된다. 주문을 마치고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은 지도를 보며 그 날의 일정을 계획하고 노래를 들으며 일기를 쓰기도 하며 나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 집중하는 시간이 된다. 때로는 조식은 수많은 여행자들과 나를 한 데 모아 그 여유와 설렘을 나눌 수 있는 소통의 끈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조식을 일상에서 조금 더 가까이 함께 할 수없을까? 나와 H는 여행지에서의 조식을 떠올리며 이른 아침 한 카페를 찾았다. 호텔 조식처럼 새하얀 찻잔에 커피 한 잔을 내려마시고 취향껏 한아름 크루아상을 담는다. 노란 전구 아래 테이블에 앉아 통유리 너머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우리의 미래를 이야기한다. 사실 크게 특별할 건 없었지만 행복감이 밀려왔다. (집 아닌 타지에서 먹는 아침은 어딜 가나 다 맛있는 걸까?) 평소 같았으면 그 시각 여전히 이불속에 있을지도 모르는 주말 아침부지런히 어딘가를 내 발로 찾아가고 좋아하는 취향을 나누는 데 사용하니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왔다.


대단한 무언가를 보기 위해 떠나온 것이 아니다. 어쩌면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아무것도 여기지 않게 여기게 되는 그 마음을 만나기 위해 떠나온 것이다.

ㅡ 모든 요일의 여행, 김민철


이 찌릿한 자극을 계속해서 받고 싶다. 아침식사라는 아주 작은 변화를 통해 일상 전체가 특별해지는 순간. 우리만의 조식은 이렇게 탄생하였다. 새벽을 지칭하는 'dawn'과 아침식사인 'breakfast'를 조합해 자칭 던 퍼스트(Dawnfast). 우리는 앞으로도 꾸준히 던 퍼스트를 함께 할 것 같다.


더페이머스 램 (the famous lamb)

ㅡ H와 첫 던 퍼스트를 함께한 홍대 근처 카페 겸 빵 뷔페.
ㅡ 전체적인 공간 분위기가 호텔 조식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고 무엇보다 빵이 맛있다.
ㅡ 핸드드립은 물론 모든 커피가 리필된다.
ㅡ 주소: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 19




J 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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