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는다 하니 웃어주는 둥이>딸의 생일 선물로 헤드윅이란 뮤지컬을 보고 왔다.
집에 오니 11시가 다되었고 어지러워진 집안일을 대충 정리하다 보니 12시가 넘었다.
평소 9시쯤 하던 둥이의 산책시간이 한참 지났다.
모처럼의 외출로 지친 몸이니 오늘은 건너뛸까 하는데...
협상의 눈치가 단연코 없어 보이는 동그란 눈으로 둥이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제발요. 같이 얼른 가요.
나 혼자 갈 수 있게 했다면 진작 다녀왔지요.
24시간을 기다렸단 말이에요. 제발 제발 제발요."
할 수 없이 둥이의 간절함에 변 봉투와 물을 챙겨 산책길에 나서려 한다.
이런 내 모습을 본 남편이 너무 늦은 시간이라 ‘네가 무서울 것 같다’고 같이 가 준다 한다.
새벽의 공기가 서늘했지만 마음도 차분해지고 생각도 정리되는 시간이다. 새벽이라 인적이 없으니 조용하다.
우리 셋은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은 채 각자의 자기만의 산책 시간을 갖기로 했다. 남편은 다운로드하여놓은 공부의 분량을 메꾸기 위해 이어폰을 끼고. 나는 오늘 본 헤드윅의 음악을 다운로드하여 들어보며 감상에 젖어 걷는다. 둥이는 흙냄새가 나는 잔디를 향해 나를 이끈다. 잔디밭 위에서 오줌을 놓고 다시 빙글빙글 속도를 맞춰 돌고 돈 뒤 변을 본다. 개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부터 내려오는 태고 적 의식. 후련해진 마음 때문일까 둥이의 발걸음은 더욱 경쾌해졌다. 그 발걸음에 힘입어 우리 셋은 각자의 시간을 즐기기 위해 이 새벽이 시작되는 시점에 평소 걷던 만보를 접어 오천보를 정해 놓고, 자기의식을 탐색하고 일깨우는 시간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