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에필로그

"안녕, 나!"

by 혜랑

벌써 10화라니..

주 1회 연재를 할 걸 그랬나 좀 아쉽기도 하다.

브런치에서 나의 글을 쓰면서 많은 생각이 정리되었다.

내 글을 가정 먼저 접하는 사람이 나였다.

내 생각을 정리하고 글로 옮기고 다시 읽고 고치고 읽으면서

나는 나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마지막을 어떻게 마무리할까 한참을 고민했다.

프롤로그에서 나는 우울증을 데리고 살겠다고 했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우울증과 공생하는 나의 팁을 몇 가지 적어보려 한다.




첫 번째, 반드시 처방약과 상담을 병행하자.

단순히 우울한 감정을 느낀 상황을 말하는 게 아니다.

병원에서 정식으로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면 처방약은 필수다.

우리는 스스로 우울감을 조절하는 호르몬이 정상적으로 분비가 되지 않는 상태다.

그래서 일상의 어떤 것도 이전처럼 잘 되지 않는다.

약은 원래 내가 낼 수 있는 정신적 힘을 끌어올리는데 꼭 필요하다.


그렇다고 약만 먹는다고 낫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내 경우도 약을 먹고 생긴 힘으로 엉뚱한 것을 많이 했다.

그러나 상담을 병행한 후로 뭔가 더 하지 않아도 조절력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약이 나를 평소의 힘으로 끌어올려주는 역할이라면,

상담은 그 힘으로 나의 일상을 재배치하고 스스로를 이해하는 에너지가 된다.


두 번째, 빨리 좋아지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이것저것 자꾸 시도하지 말자.

인터넷에 '우울증'이라고 치면 수많은 '잔소리'들이 넘쳐흐른다.

명상, 요가, 미라클모닝, 책, 건강식 먹기, 자신이 좋아하는 일 찾아 하기, 여행 등..

하지만 치료자체에 집중해 아무거나 무작정 시작하면 안 된다.

그렇게 달려가다 보면 내가 어느 길을 달리고 있는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좋아지려고 시작한 것들에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다.

꼭 우울증을 낫게 하겠다고 뭔가를 할 필요는 없다.

시도하고 실패로 좌절함을 반복했던 난 이제 시간에 공간을 둔다.

언제든지 쉴 수 있고, 언제든지 달릴 수 있는 비워진 시간이다.


세 번째, 진단을 받았다면 반드시 가족과 가까운 지인에겐 알리자.

내 생각에 우울증은 절대 혼자 낫을 수 없는 병인 것 같다.

내가 못나서 걸린 병도 아니고 부끄러운 병도 아니기에 숨기고 혼자 애쓸 필요가 없다.

게다가 겉으로 티가 잘 안 나기 때문에 특히 가족에게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

지금의 마음 상태, 기분상태, 원하는 것 등을 상세히 알려주고 배려받아야 한다.

눈치 볼 필요도 없다.

나도 남편의 눈치를 본 시간이 있었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결국 우울증에 대해 내가 당당해질수록 오해는 줄어든다.


네 번째, 우울증상이 있을 때 모른 척하지 말자.

'괜찮을 거야.'

는 내가 수도 없이 했던 말이다.

그건 거짓말이었다.

안 괜찮았다.

그런데 계속 괜찮다고 하는 나의 주문은 처음엔 도움이 되는 듯했지만

결국 괜찮지 않은 나에게 화살이 향하기도 했다.


지금의 나는 이렇게 인정해 버린다.

'아, 나 지금 좀 우울하구나.'

이 감정은 시간을 따라 흘러 지나가는 것이다.

겁낼 필요도 없고 싸울 태세를 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시간은 반드시 우울감을 끌고 간다.

나는 그냥 좀 달달한 것 하나 입에 물고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너무 쉬운 팁 아닌가!


다섯째, 목표는 완치가 아니다.

우울증이 있는 나도, 없었던 나도, 다 그냥 '나'다.

그 사실은 바뀌지 않는 것이다.


목표를 완치로 잡고 향하다 보면 오늘의 나를 놓치기 십상이다.

그러니 나의 일상에 집중하는 게 더 낫다.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보듬어 지낸다면 애쓰는 것보다 더 여유가 생길 것이다.




위의 다섯 가지는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나름대로 정리한 팁이다.

후에 어떤 깨달음으로 바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단 한 가지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다.

"너는 네 거야."

그러니 '나도 내 거다.'

내 마음도, 몸도 내 거다.


그러니 누구의 말이나 상황에 휘둘리지 말자.

멈춰버린 것 같고 끝없이 가라앉을 것 같고, 때론 죽을 것 같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겁먹지 말자.

어떤 경우라도 그 순간 내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돌보면 된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쌓이면 나중에는 약을 끊든 아니든 나름대로 살아진다.


끝없는 오늘이 내게 주어져있다.

매일 하나씩 참 감사하게도.

그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오늘의 나는 참~ 잘하고 있다!

당신도 그렇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좋다!!




*아직 부족한 저의 글을 읽어주시고 라이킷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그 모든 흔적들이 단순히 글만 응원하는 게 아니란 거 알고 있답니다.

저라는 사람에게 행복을 빌어주는 깊고 따스한 마음에 감사인사를 남깁니다.

덕분에 스스로 더 깊이 들여다보는 소중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음엔 좀 가볍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전 09화9화. 우울증이라는 이름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