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우리가 동갑이었다면 덜 힘들었을까?

(동갑내기 부부에 대한 로망)

by 혜랑

남편은 나보다 여섯 살이 많다.
남편은 46살, 나는 40살.

작년까지만 해도
“오빠는 좋겠다, 와이프가 아직도 30대라서~!”
이러면서 장난을 치곤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 둘 다 40대가 되어 있었다.


연애 때부터 결혼 초기까지,
나는 내 의견을 적극적으로 말하지 못했다.

그는 나보다 어른이라고 생각했고,
나보다 더 현명하고
인생 경험도 많아서
뭔가를 척척 잘 해낼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기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내가 이 사람과 결혼을 결심했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그 믿음이 하나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양육에 대해서는
내가 더 잘 알고 있었고,
집안일도
결국 내가 더 많이 책임지고 있었다.

나는
‘여섯 살이나 많으니까 당연히 의지가 될 거야’

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의 그는
아직은 어린 30대 초반의 남자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서툰 게 너무나 당연한 나이이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20대 중후반으로

남편보다 더 어렸다.
그래서 기대와 현실의 간극이 매우 크게 느껴졌던 것 같다.

비록 겉으로 대놓고 말하진 못해도

속으로는
‘내 말이 맞다’

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점점 남편에게 기대는 일이 줄어들었다.

남편입장에서는
자신이 가정 내에서 소외당하거나
나로부터 무시당하는 느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결혼 후부터 서로 충돌이 있을 때마다

내가 화를 내면서 말하면

남편이 더 크게 화를 낼 것 같다는 걱정을 했다.
그래서 내 입장을 조곤조곤 설명하는 방식을 택했는데,

남편은
“자기를 애 가르치듯 대한다”

고 하면서 오히려 더 화를 냈다.

지금 돌아보면
우리 둘 다
서로의 나이를 계속 의식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다.

나는
‘오빠니까 더 잘해야 한다’

고 생각했다.

남편은
‘네가 더 어리니까 내 말 좀 들었으면 좋겠다’

라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나는 우리 관계에
보이지 않는 상하관계가 있다고 느꼈고,
그걸 깨부수고 싶었다.

반면 남편은
그런 구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 같다.


매끄럽지 않은 다툼이 있을 때마다
동갑 부부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아니면 한두 살 차이의 또래였다면
덜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남편의 주변 지인들은
대부분 남편보다 10살 이상 많은 형님들이었고,
그 아내분들은
나보다 15살은 족히 많았다.

세대가 다르니
가치관이 너무 달랐다.

남편은
그들의 결혼생활 이야기를 들으며
‘네가 틀린 거다’라고 생각했다.


반대로

내 주변 친구들은
다 또래와 결혼했고,
심지어 연하 남편과 결혼한 친구도 있었다.

집안일과 양육을 부부가 함께 하는 게
당연한 세대들 속에서
내 불만도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요즘의 우리의 관계를 보며 나는 생각한다.

나이가 무슨 소용이었을까?

지금의 나는
남편이 나보다 나이가 많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는다.

완전히 동등한 사람이라고 느낀다.

남편도

나를 세 아이의 엄마이자
하나의 어른으로 존중하고 있다는 걸
말로, 행동으로 자주 표현한다.

이렇게 관계가 재정립되고 나니
나는 오히려 더
남편에게 의지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내가 어려서 어쩔 수 없이
의지‘해야만’ 한다고 느꼈다.

지금은 다르다.
어떤 순간에는
남편이 나에게 기대고,
또 어떤 순간에는
내가 남편에게 기대고 있다.

이건
동갑이라서 가능한 게 아니라
동등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다.

결국 중요한 건 나이가 아니었다.

서로를 얼마나
존중하고 있는가였다.

그래야
다름을 인정할 수 있고 서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의 오랜 다툼의 기저에 있던

나이차.

우리가 과연 동갑이었다면 덜 힘들었을까?

어쩌면 동갑이라서 또 부딪히지 않았을까?

부부가 부딪히는 것은 결코 피할 수 없는 과정임이 틀림없다.

온갖 이유로 부딪히는 과정에서 나이차를 잊어버린 덕분에


“우린 아직도 이혼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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