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성수는 서울 내에 위치한 대규모 준공업지역으로, 1960년대 수많은 공장들이 몰려들며 형성되었다. 당시에는 수제화와 같은 단순 제조업이 국가 산업의 기반이었기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공장들이 밀집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경제 수준이 상향되며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으로 변화하였는데, 이에 대응하지 못한 공장들이 순차적으로 문을 닫기 시작하였다.
성수동의 변화 과정은 뉴욕의 브루클린과 많이 닮았다. 이곳이 뜨게 된 계기에는 전면 재개발을 통한 변화가 아닌, 조금씩 천천히 변화하며 지역 역사가 보존된 것이 크다. 초기에는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던 예술가들이 저렴한 임대료로 작업실을 구하면서 예술가의 동네로 변모되기 시작하였다. 더 이상 운영하지 않는 공장을 다른 용도로 임대함으로써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공장의 높은 층고는 그들에게 작업공간으로 안성맞춤이었다.
이렇게 다시 상주인구가 늘어나자 카페와 같은 작은 가게들 역시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였다. 이들은 공장을 개조하며 최소한의 인테리어만 진행하였는데, 이것이 오히려 도시에서는 느끼기 힘든 감성적이고 예술적인 인테리어로 각광받게 된 것이다. 지하철역에서도 가까울뿐더러 인근에는 건국대와 서울숲이 위치하고 있어 소셜 미디어를 통해 멀리서도 시간을 내서 찾아오는 방문객들이 점차 증가하였다.
이곳에서 대중들에게 가장 높은 인지도와 가장 많은 유동인구를 나타내는 곳은 당연 <성수동 카페거리> 일 것이다. 이 거리의 양옆으로는 과거 공장의 모습을 간직한 개성 있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대림창고>는 이곳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오래된 붉은 벽돌의 외관과 연속된 박공지붕이 풍기는 모습은 여느 서울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곳은 1970년대 정미소로 지어진 이후 2010년대부터 샤넬과 같은 글로벌 브랜드의 패션쇼가 개최되며 유명세를 떨쳤다. 현재는 최소한의 레노베이션을 통해 옛 모습을 간직한 대형 갤러리 카페와 온라인 쇼핑 브랜드 무신사 스토어가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과거 지붕을 떠받치던 철제 트러스와 외벽의 붉은 벽돌이 보존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지붕 중간중간 설치된 천창도 보존되어 실내까지 자연광이 유입되는데 주간에는 조명을 켜지 않아도 될 정도로 공간을 밝게 감싼다.
산업시대의 붉은 재료와 현대의 세련된 재료, 그리고 자연의 푸른 식재가 만나 강렬한 색감을 뽐내 보는 즐거움도 있다. 카페의 경우 붉은 벽돌벽과 이를 타고 오른 덩굴 등 푸른 식재가 다채롭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또한 얼핏 보면 투박해 보일 수도 있는 오래된 목재 가구와 예술작품들이 이러한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마치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난 듯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무신사의 경우 완전히 현대적인 새하얀 반벽을 세워 과거와 현재의 대조가 더욱 두드러진다.
한편 성수에는 팝업을 위한 공간이 곳곳에 조성되어 있다. 이러한 이벤트성 단기 임대 수요가 많은 지역으로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주세(주단위 임대) 문화가 발달되어 있다. 대림창고 바로 뒤에서도 이에 특화된 건물을 발견할 수 있다. 이곳 역시 기존 공장을 레노베이션한 곳으로 독특한 점은 두 건물 사이에 마당이 있어 브랜드 팝업이나 간이 콘서트 등 다양한 이벤트 개최가 가능하다.
상층부에는 두 건물을 이어주는 브릿지가 새롭게 설치되어 있으며, 옥상에는 유리로 만든 이색 카페가 조성되어 있다. 하나로 연결함으로써 자칫 단절될뻔한 공간을 마치 하나의 몰과 같이 탈바꿈시켰다. 방문객들은 이곳을 걸으며 쇼핑하고 난간에 기대어 콘서트 관람하는 등 성수만의 색다른 경험을 즐긴다.
최근에는 강남을 잇는 서울의 새로운 업무권역으로 각광받고 있다. 곳곳에 중대형 오피스들이 재건축되며 들어서고 있다. 이들은 첨단기술과 업무공간을 접목하는 등 성수만의 색깔이 짙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정통적인 빌딩과는 큰 차이가 있다. 외관 역시 독특하여 스타트업과 같은 젊은 기업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성수만의 지역성이 보존되는 이러한 변화가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