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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테일 랩 Sep 07. 2024

수변 야경산책: 김포 라베니체 마치 에비뉴

김포시에는 도시를 관통하는 거대한 물길 <한강대수로>가 있다. 이곳을 따라 수 km에 걸친 수변 공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중 일부 구간에는 약 1km에 육박하는 장대한 수변 상업가로 <라베니체 마치 에비뉴>가 개발되었다. 국내에서는 생소한 이국적인 모습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으며, 2021년에는 아시아도시경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경의선 숲길과 같이 상업시설이 선형공원과 접하고 있을 경우 그 시너지 효과가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햇빛을 피해 잠깐 주변 카페를 들러 쉬어가기도 하고, 허기를 달래기 위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기도 한다. 이후 공원과 상가를 찾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머무는 시간 또한 늘어나는 선순환을 거치며 지역 명소로 자리 잡게 된다.


그림 1. 김포 라베니체 주간 경관


라베니체 역시 이와 비슷한 케이스로 볼 수 있다. 대수로 양옆으로 이국적인 입면의 상업시설이 길게 자리 잡고 있는데, 걷는데 지루하지 않도록 다채로운 입면을 띄고 있다. 그 앞에는 노상 파라솔에 앉아 쉬는 사람들로 평화로운 휴양지 분위기가 난다. 중간중간에는 대수로를 건널 수 있는 커다란 다리가 가로지르고 있으며 그 아래로는 김포시에서 운영하는 <문보트>가 지나다닐 수 있도록 살짝 높은 곳에 설치되었다.


다만 건축계획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상업시설로서 명백한 약점을 많이 지니고 있다. 중앙의 대수로는 양쪽을 분단시키는 커다란 장애물로 작용하고, 브릿지마저 육교와 같은 형태여서 사람들이 건너갈 리 만무했다. 실제로 작년 이곳을 방문하였을 때 생각보다 사람이 너무 적어 당황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특히 수로에서 직접 진입할 수 있는 곳은 지하 1층이 유일하다. 지상 1층이나 그 이상으로 진입하기 위해선 유동인구가 매우 적은 외부 도로에서 진입해야 한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 대부분이 수로변을 걸었으니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다. 이로 인해 공실률이 50%에 육박하였고 이중 대부분이 지하가 아닌 지상층에서 발생하였다. 여기에 비싼 분양가격과 높은 임대료도 한몫하였다.


하지만 현재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모습이다. 작년 가을 수상 불꽃축제를 개최하며 추산 6만여 명이라는 기록적인 인파가 몰리기도 하였다. 임대료 또한 어느 정도 안정화되며 공실률도 많이 줄어들었고 다양한 업종의 상가들이 입점하며 찾는 사람들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림 2. 김포 라베니체 야간 경관


그중에서도 가장 큰 전환점은 야간 경관의 변화이다. 밋밋한 브릿지에는 미디어 파사드와 다채로운 조명이 설치되었다. 화려한 미디어 아트와 주변 상가에서 새어 나오는 은은한 조명들이 어울려 도시에서 경험하기 힘든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 노출되며 서울 근교의 대표적인 야경 맛집으로 소문나게 되었다.


조금씩 활기를 띄자 민간뿐만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긍정적으로 공공시설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이곳은 수변공원과 접하고 있다는 지리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수상 컨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김포시는 이에 대응해 지난 8월부터 문보트와 같은 수상 레저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하는 등 조금씩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이색적인 체험의 기회가 제공되고 있다.


베니스를 오마주한 파격적인 시도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민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합쳐져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실상부한 지역 명소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 보기 힘든, 아니 거의 유일한 상업가로를 개척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이를 계기로 다양한 모습의 상업시설들이 전국에 새롭게 선보이길 기대한다.


[이미지 출처]

썸네일. 정림건축 뉴스룸

http://www.junglim.co.kr/about/news/655/view

그림 2. 김포시 통합예약

https://www.gimpo.go.kr/reserve/viewTnLesureResveU.do?srvcNo=30&key=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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