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렛은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비해 파격적인 변화의 시도가 비교적 많다. 빽빽한 도시가 아닌 그 근교에 위치하여 대형 부지 확보가 용이하고 그만큼 공간적 제약이 적어 디자인의 자율도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아웃도어 매장의 비중이 높은 아울렛의 특성상 매장과 외부 공간과의 연계에 매우 적극적이다. 그중 대표적인 곳으로 의왕에 위치한 <롯데 아울렛 타임빌라스>가 있다.
이곳의 구조는 롯데를 포함한 유통 3사의 기존 아울렛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띄고 있다. 우선 거대한 잔디밭 <플레이 빌, Play Ville>을 중심으로 이를 따라 본건물 <파인 빌, Fine Ville>이 동그랗게 배치되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이곳의 폴딩 도어를 완전히 개방하여 내외부의 경계가 완전히 사라져 일체화된 모습을 띤다. 마당 뒤로는 유리로 이루어진 박공지붕 건물들로 조성된 마을 <글래스 빌, Glass Ville>이 있다. 산 능선이 만드는 아름다운 배경과 어우러져 마치 스위스에 놀러 온 듯 한 이국적인 절경이 펼쳐진다.
쇼핑을 위한 공간에 무료로 개방된 공원이라니. 처음 공개되었을 당시 파격적인 모습에 많은 관심 속 일부 우려도 존재하였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현재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의왕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가족단위 손님, 특히 자녀가 있는 가정의 방문 비율이 높다. 아이들은 처음 만난 새로운 친구들과 잔디밭을 맘껏 뛰놀며 비눗방울 불기에 여념이 없다. 도시에는 맘 놓고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마땅한 공간이 없어서일까. 주말이라도 이런 곳을 방문해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을 선사해주고자 하는 부모들의 마음이 느껴진다.
당연하게도 100% 공익적 차원에서 조성하고 무료로 개방하는 공간은 아니다. 치밀한 계산과 고민 끝에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의왕점만의 차별화된 무기이다. 또한 특정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한 팝업 이벤트를 개최하기도 하는 등 지속적으로 사람들의 방문 동기를 부여하는 의도된 장치 중 하나이다.
<플레이 빌> 한켠에는 식물원처럼 꾸며진 독특한 형태의 상징적인 카페가 하나 있다. 독특한 내부 공간과 더불어 햇빛을 피해 찾은 많은 사람들로 항상 만석이다. 그 주변으로는 아름다운 조경과 어우러진 파라솔과 테이블이 대거 배치되어 휴양지 분위기를 선사하고 있다.
후방의 <글래스 빌>에는 A.P.C, 메종키츠네와 같은 인기 브랜드들이 각각의 건물에 단독 입점하였다. 그 바로 아래에는 지하 푸드홀이 조성되어 있는데, 각 매장마다 이곳으로 향하는 전용 통로가 내부에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는 어린이들의 입맛을 겨냥한 식당부터 어른들을 위한 식당까지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전 연령층의 고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렇듯 잔디광장의 무료 개방은 폭발적인 집객을 일으키는 매우 성공한 공간 마케팅이다. 하지만 이러한 파격적인 시도가 처음이었던 만큼 아쉬운 점 역시 존재한다. 바로 사람들이 정작 쇼핑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어 보인다는 점이다.
<플레이 빌>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매장이 밀집한 <파인 빌> 내부는 비교적 한적한 모습이다. 또한 본 건물과 동떨어진 <글래스 빌>을 찾는 사람은 더 적다. 지하 푸드홀과 연결되어 있음에도 많은 사람들로 붐벼 해당 통로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배를 채우겠다는 분명한 목적을 띈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빠지도록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물론 이러한 피상적인 모습만을 놓고 성급하게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 아이들이 노는 동안 가족 중 일부만 쇼핑을 할 수도 있고, 쇼핑을 마친 후 아이들을 위해 조금 더 머무는 것일 수도 있다. 당장은 표면적으로 객단가가 낮아 보일 순 있지만 오히려 장기적 관점에서는 지속적인 매출을 일으키는 핵심 요소가 될 수도 있다.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해선 끊임없는 새로운 시도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실패가 두려워 변화하지 않는 다면 오프라인 리테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현대와 신세계에 뒤쳐졌던 롯데 역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리테일을 선보이며 전환점을 맞이하였다. 대중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된 <타임빌라스>라는 브랜드를 백화점에도 사용하기에 이를 정도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