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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돌핀 Feb 03. 2022

청소년 노동인권, 더 방치할 수 없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경제활동에 참가하는 청소년의 비율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중고등학생 10명 중 1명은 아르바이트 노동을 경험해봤다고 한다. 청소년들이 경제활동에 참가하는 이유는 대다수가 생활비를 벌기 위한 것으로 조사되어 생계형 청소년 노동자가 늘어남을 알 수 있다. 청소년 노동을 단순히 용돈 벌이용 정도로 치부하는 사회적 인식부터 개선해야 한다. 


현재 만 15세 이상 18세 미만의 청소년은 가족관계 증명서와 친권자 동의서를 제출할 때 노동이 가능하다. 예외로 만 15세 미만의 청소년이 취직 인허증을 발급받으면 노동을 할 수 있다. 청소년은 청소년 보호법, 근로기준법 등을 통해 유해 위험한 업소에 고용이 금지되어 있고 1일 7시간, 1주 35시간 이내로 노동시간이 제한되는 등 몇 가지 보호조항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보호조항 이외에는 노동관계법이 그대로 적용된다.  


이 정도의 법 규정으로 청소년의 노동인권은 보장될 수 있을까?  


노동인권은 노동자들이 일터 안팎에서 인간으로서 존엄하게 대우받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 권리이고, 국가로부터의 자유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국가에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게 되는 권리이다. 특히 청소년 노동은 적극적인 국가의 역할이 중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현실에서 청소년 노동자들의 처지는 녹록지 않다. 우선 청소년들이 일할 수 있는 업종이 많지 않으니 주로 일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은 음식점, 식당, 편의점 등이다. 대부분이 5인 미만 사업장이라서 해고, 가산수당 등 핵심적인 법 적용이 제외될 뿐만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 조항도 적용되지 않고 성희롱 예방 교육도 홍보물을 게시하거나 배포하는 것으로 대체 가능해 문제는 심각하다. 또한 주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노동이 많아 주휴수당, 연차휴가 등도 받을 수 없는 일자리이다.  


그리고 최근 늘어나는 전단지 부착 등은 단 건으로 이루어져서 사실상 근로계약이 무의미해지고 있으며 배달 노동 등 이른바 플랫폼 노동은 노동자로서 보호받을 법적 근거도 없는 상황이라 무방비로 위험에 노출된다.  

이처럼 노동법 자체가 허술하게 제정되다 보니 사회적 약자인 청소년 노동자를 향한 노동착취와 인권침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초 아르바이트 노동을 경험한 고등학생 중 절반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기사가 났다. 10년 넘게 피해사례만 쏟아지고 있다. 임금 체불, 욕설과 폭행 등도 10명 중 3명꼴로 당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없다. 학교 밖 청소년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지만 노동인권 침해 사례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는 현실이다. 



최근 몇 년간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의 연이은 사망사건은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현장실습은 사망사건 이외에도 휴식 시간 미보장, 시간 외 실습(노동) 강요, 폭언, 유해업무 지시 등 1970년대 평화시장 ‘시다’와 노동조건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실태가 드러나도 근본적인 변화가 없어 특성화고 현장실습생들의 안타까운 사고와 죽음이 반복되고 있다. 2022년 대한민국 청소년 노동인권의 비참한 현주소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소년 노동자들은 부당하게 노동인권을 침해당하더라도 10명 중 7명은 계속 참고 일한다고 한다. 허술한 법 규정과 솜방망이 처벌 등으로 노동인권 침해 문제가 사회적으로 당연시되고 있어 약자인 청소년들은 순응할 수밖에 없다.  


이대로 더 방치할 수는 없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먼저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5인 미만 사업장과 15시간 미만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 또한 청소년 노동자에 대해 노동법을 위반하면 특별히 가중처벌 규정을 두는 등 강력한 처벌이 동반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청소년 노동보호법(가칭)이 제정될 필요가 있다. 

헌법 제32조 제5항에는 ‘연소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라는 규정이 있다. 이제라도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청소년 노동보호법’을 독립 법률로 제정해야 한다. 현장실습 문제 등 사건이 터질 때마다 관련법만 손보며 누더기법을 만드는 데 시간을 보내다가 추가적인 희생자 발생을 방치한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을 의무화하고 국가 교육과정에 포함해야 한다. 현재 특성화고의 경우만 1년에 2시간 노동인권교육이 의무화되어 있을 뿐 대다수 학생은 배제되어 있다. 특성화고마저도 일회성 교육에 그치고 있어 제대로 된 교육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청소년 노동인권이 보장되는 해외사례의 경우 대부분 초등학교부터 노동인권교육이 정규수업으로 배정되어 체계적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교육과정을 통해 노동에 대한 올바른 관점이 생기고 노동인권을 보장받기 위해 행동하는 힘을 기르게 된다.  


노동인권교육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사업주, 학부모,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도 실시되어야 하며, 더 나아가 시민 대상으로 평생교육 차원에서도 실시될 필요가 있다. 온 사회가 노동인권에 대해 이해하고 노동자를 존중하게 되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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