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HRBP가 리더와 일하는 방식

C레벨부터 중간리더까지

“HRBP는 리더와 어떻게 일하나요?”


이 질문은 다른 HRBP들에게도 꽤 자주 받는 질문이에요.

같이 일하는 리더의 직급, 맥락, 스타일에 따라 접근법이 전혀 달라지기 때문이죠.

어떤 리더는 전략적 파트너로서 의견을 구하고, 어떤 리더는 처음엔 HRBP를 낯설게 느끼기도 해요.

심지어 “HRBP가 뭔가요?”부터 시작할 때도 있죠.

이번 글에서는 저희가 현업에서 중간 리더부터 C레벨까지 다양한 리더와 함께 일하면서 배운 것, 부딪힌 것, 그리고 지금도 실험 중인 방식들을 나눠보려고 해요.

이번회차는 실제 대화를 옮기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 문답을 평어체로 정리해 봤습니다!



Q. 조직을 처음 맡으면, 어떻게 일을 시작하나요?


R:

나는 새로운 조직을 맡게 되면 가장 먼저 ‘조직의 목표와 구조’를 파악해. 이 조직이 어떤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지, 그 안에 어떤 직무의 구성원들이 어떤 모습으로 모여 있는지부터 보는 거야.

그 다음엔 내가 만나야 할 사람들을 리스트업해. 상위 조직장부터 시작해서 중간 관리자, 구성원 순으로 만나지. 그렇게 조직 구조를 따라가면서 사람들이 어떤 관점으로 조직을 보고 있는지를 정리해.

그리고 마지막엔 상위 리더를 다시 찾아가지!

내가 파악한 조직의 현황과 이슈들을 공유하면서, 리더가 말한 고민과 내가 본 실상 사이에 어떤 간극이 있는지 함께 짚어봐. 만약 간극이 있다면, 그 차이가 왜 생겼는지 같이 들여다보는 편이야.

물론, 이렇게 평온하게 프로세스를 따라가는 경우만 있는 건 아니지. 가끔은 '문제 해결 미션'을 띠고 급파되는 경우도 있어. 그럴 땐 현안에 대한 객관적 정보와 구성원들의 온도를 조합해서 문제의 본질부터 파악하려고 집중해.

어떻게 보면 이게 HRBP로서 ‘탐정’ 같은 일이라고 느껴질 때도 있어.


H :

ㅎㅎ 탐정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어떤 맥락에서인지 너무 알 것 같아.

맞아, 조직을 처음 담당할 때에는 이전 HRBP로부터 히스토리를 직접 다 전달받기도 하지만 그 의견을 참고로만 하고 실제로 파악해 나가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

산업에 대한 이해나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경우, 리더십부터 구성원까지 만나보면서 실무를 파악해 나가려는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한 번에 조직을 다 파악하기란 정말 어려운 것 같아.

조직의 미션, 목표는 비즈니스 배경 없이도 문서나 리더십 면담을 통해 파악을 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조직도를 통해서 어떤 기능/ 목적 단위로 조직 구성이 되어 있는지 미리 확인해. 사실 이 부분은 중간관리자들을 만나 확인하면 조직 내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빠르게 파악할 수 있어. 면담을 통해 파악할 수 있도록 공통질문을 센스 있게 준비하면 좋아.

나는 공통 질문 할 때 조직 차원에서 강화하고 싶은 것과 조직 차원에서 개선하고 싶은 것을 물어보는 편이야. 리더들이 생각하는 조직의 강점과 개선점을 파악해 가면서 조직을 분석해 볼 수 있어. 분명 공통 키워드가 나올 거야.


Q. HRBP는 어떻게 리더와 신뢰를 쌓아야 하나요?


R:

이건 지금도 늘 어려운 부분이야. 조직에서 BP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리더와 구성원 양쪽 모두의 신뢰가 전제되어야 하거든.

특히, 처음 맡는 조직이나 HR과 일해본 적 없는 리더를 만날 때는 처음부터 약간의 ‘색안경’을 끼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HR이 뭘 안다고?" "무슨 도움이 되지?" 같은 시선들. 이런 방어적 태도를 허무는 게, HRBP의 첫 번째 미션 같기도 해. 나는 ‘우리는 같은 목표를 향해 일하고 있는 사람이다’라는 메시지를 커뮤니케이션 전반에서 깔고 시작해. 리더의 고민을 함께 푸는 파트너이고, 나의 성과도 결국 이 조직의 성과라는 걸 계속 강조하지.

하지만 같은 편이라도 능력이 없으면 신뢰받기 어렵지. 그래서 나는 최대한 객관적인 정보 기반 위에서 현실을 정확히 보여주고, 그걸 기반으로 함께 문제를 풀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려 해.

리더가 보지 못한 사실을 짚어주거나,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질문을 종종 하는 편이야. 그렇게 하나씩 해결의 실마리를 보여주면, 점점 신뢰가 쌓이는 것 같아. 결국, "이 사람이면 문제를 함께 풀 수 있겠다"는 경험을 몇 번은 보여줘야 진짜 신뢰로 연결되는 것 같아.


H:

진짜 중요하고 제일 쉽지 않은 과정인 것 같아.

HRBP가 뭐 하는 사람인가요?부터 질문받기도 해. ㅎㅎ 그 밖에도 뭘 도와줄 수 있나요? 어떤 지원을 하시나요? 제가 뭘 HRBP와 이야기해야 하나요? HRBP로서 일하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질문이라고 생각해.

처음부터 리더들이 “이 사람은 내 HRBP야.”라고 생각해 주는 경우는 거의 없어.

당신의 배에 나도 함께 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서로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목적지를 향해 함께 항해할 수 있도록 얼라인하는 것.

이렇게 함께 일하는 시간이 제대로 반복되다 보면,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Trust Zone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 이렇게 되는 과정에서 HRBP는 리더의 진짜 파트너가 되는 거 같아.


Q. C레벨이랑은 어떻게 일을 하나요?


R:

나는 지금 CEO와 직접 일하고 있어. 일하면서 느낀 건, 중간 리더들과 일할 때와는 접근 방식이 사뭇 다르다는 거야. C레벨과의 커뮤니케이션은 분명한 장점이 있어. 최상위 의사결정자이기 때문에, 미팅 내 합의만으로 실행까지 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지.

대표는 이미 자신만의 방향성과 가설을 어느 정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그래서 나는 그 방향을 최대한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그 안에서 놓치고 있을 수 있는 리스크나 대안들을 함께 제시하려고 해. 결국 선택지를 넓히는 게 핵심이라고 생각해.

예전에는 ‘내가 HR과 조직 현실을 더 잘 아니까, 맞는 방향을 제안해야만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것 같아. 그런데 지금은 결국 결정하고 책임지는 건 리더라는 걸 명확히 받아들이게 됐어. 그러다 보니, 예전엔 “왜 이렇게 말해줘도 다른 선택을 하지?” 하고 이해 안 되던 것도 이제는 ‘그럴 수 있다’고 받아들이게 됐고, 내 역할은 그 결정이 최선이 되도록 돕는 것이라는 관점으로 전환됐어.

특히 사람에 대한 정보는 C레벨에게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구성원들이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거나, 보고 라인을 타고 올라가면서 정보가 왜곡되기도 하니까. 그래서 최대한 객관적인 정보, 다양한 시나리오와 가정을 들고 가서 리더가 보다 입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에 집중하고 있어.

그리고 만약 선택이 내가 생각한 1순위가 아니더라도, 결정이 내려졌다면 그 방향이 ‘최선’이 될 수 있도록 서포트하는 것, 그게 바로 HRBP로서의 내 일이라고 생각해.


H:

나도 지금은 CEO와 함께 일하고 있어.

회사마다 Business Unit 별로 혹은 주요 조직 단위를 나누고 있는 기준이 달라서 HRBP 담당 조직 결정 기준도 달라질 수 있어. 예전에는 COO, CTO, CPO, CBO 분들과 함께 일한 경험이 있어. 확실히 CEO와 함께 일하면서 커버리지가 더 넓어진 것 같아.

C레벨의 리더십스타일에 따라 파트너로서 일하는 방식을 좀 달리 접근했던 것 같아. 가급적 맞춤형으로 업무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 어떤 분은 HR로서 의견과 전략 제시를 주도적으로 해 주길 바라시기도 했고, 어떤 분은 일정 수준의 의사결정까지 할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위임주시 기도 했어. 어떤 분은 뭘 할 수 있는지 아예 모르시기도 했고.

각기 다른 상황에 맞춰 다양한 방식으로 리더와 일을 하지만 결국 R이 이야기한 것 같이 성과관리가 지속가능한 형태로 잘 진행되어 갈 수 있도록 그 방향 내에서 최선의 의사결정이 될 수 있도록 HRBP로서 서포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Q. 중간 리더와의 파트너십은 어떻게 다르죠?


R:

C레벨이든 중간 리더든, 궁극적으로는 ‘좋은 선택을 돕는다’는 역할은 같아. 다만, 중간 리더는 위아래 모두를 고려해야 하는 위치이기 때문에 접근 방식은 조금 달라진다고 느껴. 특히 중간 리더는 자신이 결정권을 가지지 않은 어젠다를 다루는 경우도 많아.

그래서 나는 함께 일할 때 다음 세 가지를 중심으로 정리해 줘: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무엇인지

상위 리더에게 올려야 할 어젠다는 무엇인지

리더 본인이 직접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이렇게 논점을 구분해서 정리해 주는 것만으로도 리더가 명료하게 판단할 수 있게 돼.

그리고 망설일 때는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밀어주기도 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이 선택이 안전한지 가늠할 수 있도록 거울이 되어주기도 해. 중간 리더가 혼자서 결정 내려야 할 때, 내가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심리적 지지가 되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H:

전적으로 동의해, 아주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아~



Q. HRBP가 리더와 ‘동료 이상’으로 신뢰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H&R의 답변 :

솔직히 말하면, 이건 우리에게도 아직도 풀리지 않은 숙제야. ‘일 잘하는 동료’로 신뢰를 쌓는 건 어느 정도 할 수 있는데, 그 이상, 진짜 파트너로 받아들여지는 건 완전히 다른 레벨의 일인 것 같거든. 그 차이는 결국, '결정의 순간에 옆에 두고 싶은 사람인가 아닌가'에서 갈리는 것 같아.

리더가 혼자 판단하기 어려운 순간, 내게 먼저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거나, 거부감 없이 가지고 있는 조직의 안건을 공유하는 사이클이 생기기 시작하면 그제야 ‘동료 이상’의 신뢰로 넘어가는구나 싶더라고. 그런데 그 지점까지 가려면, 우리가 단순히 맞는 말 하는 사람을 넘어서, "이 사람이 있으면 일 자체가 잘 풀린다"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줘야 해. 말만 잘하는 사람은 많고, HRBP도 그중 하나로 보일 수 있잖아.

그래서 우리는 보통 “결과로 말하기”, “관찰 후 개입”, “질문을 통한 자각 유도” 같은 방식을 자주 써. 리더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고, 그 결과가 괜찮았던 경험이 쌓여야 진짜 신뢰가 생기더라.


그리고 중요한 건, 리더가 말하지 않은 감정이나 욕망까지도 읽고, 그걸 정면으로 말해줄 수 있느냐의 용기인 것 같아. 때론 리더가 애써 외면하거나 직면하지 않으려는 걸 HRBP가 먼저 말해야 할 때가 있거든. 그 순간은 당연히 리스크가 있어. 하지만 그런 타이밍에 이 사람이 리더보다 더 이 조직을 걱정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면, 그제야 ‘이 사람은 나와 같은 방향을 보면서, 내가 못 보는 걸 말해주는 사람이구나’라는 감각을 주게 되는 것 같아.


그리고 이 모든 걸 하려면, 결국 HRBP도 리더만큼이나 해당 조직의 비즈니스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해.

리더가 쓰는 언어, 고민하는 지점, 의사결정 방식이 이해가 안 되면 겉도는 조언밖에 못 하게 되거든.

그래서 우리도 늘 이 조직이 돈을 어떻게 벌고, 무슨 레버를 움직여야 성과가 나는지 공부하려고 해.


여기까지가 H와 R의 솔직한 대화였습니다




리더와 함께 일하는 건 언제나 균형 감각이 필요한 일인 것 같아요.
리더의 고민을 가장 가까이에서 듣고, 그 고민을 조직의 언어로 번역해 함께 풀어나가는 역할.
그게 저희가 생각하는 진짜 HRBP의 모습이에요.


정리하면:

말보다 결과로 증명하기

설득보다 질문으로 리더 스스로 생각하게 하기

정보뿐만 아니라 감정까지 감지하고 용기 있게 챌린지 하기

해당 조직의 언어와 전략을 이해하려는 공부

이것들이 쌓일 때 비로소 “이 사람이면, 함께 항해할 수 있겠어”라는 신뢰가 생기는 것 같아요.

저희도 여전히 배우는 중이지만요! :-)


HRBP는 결국 '사람만 아는 역할'이 아니라, ‘비즈니스에 사람을 연결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정답은 없지만, 이번 글이 지금 리더와 일하며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방향이 되어줄 수 있다면 좋겠어요.



조직과 사람 사이, 비즈니스와 문화 사이에서 살아남고 있는
실전 HRBP들의 생존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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