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가 산다
불씨
그 누가 나를 사랑한다고 해도
이젠 사랑의 불꽃 태울 수 없네
슬픈 내 사랑 바람에 흩날리더니
뜨거운 눈물 속으로 사라져 버렸네
텅 빈 내 가슴에 재만 남았네
불씨야 불씨야 다시 피어라
끝내 불씨는 꺼져 꺼져 버렸네
이젠 사랑의 불꽃 태울 수 없네
- 2024년 가수 황가람이 "나는 반딧불"이란 노래로 청춘들에게 영혼의 울림을 주었다면, 80년대에도 "개똥벌레"의 가수 신형원이 부른 이 "불씨"란 노래가 그 시절 20대들의 마음을 보슬비처럼 촉촉이 젖셔주었다. 사랑의 아련함과 아쉬움을 안겨준 가사는 마음속 서랍장에 오래도록 애창곡으로 남아있으리라.
불씨하면 단연코 정화가 떠오른다.
병화가 빛을 발하여 세상을 밝히는 태양이라면 정화(丁火)는 나무를 태워 포슬한 재를 만든다.
쇠도 녹이는 活火 (활화)이다.
심지를 통해 불길이 살아 오르니 그 형체가 분명하다.
0물상으로 하늘의 별, 땅에서 活火로써 작은 빛이나 열기, 문명을 상징한다.
정화는 타오르는 불을 의미하며 모든 것을 태워 없애는 소멸의 의미가 있다.
쓸모 있는 물건을 만들어 내는 생산의 의미도 들어 있다.
힘이 커지면 용광로나 화로가 되고, 힘이 약해지면 하늘의 별이나 촛불과 같다.
또 기원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인자함, 자상함과 아울러 냉정함과 비판적인 의미도 갖고 있다.
태어난 날이 정화(丁火)인 사람은 잔정이 많으며 차분하다.
작은 계기로 인한 변화의 폭이 커서 예측이 어려운 사람이다.
겉보기에는 조용하고 약한듯해도 자존심과 집념이 강하다.
어둠 속에서 조용히 타오르는 한 점의 등불과도 같은 존재다.
Candle Flame처럼 작고 부드럽지만, 가까이 있는 것을 따뜻하게 밝힌다.
불이지만 태우기 위한 불이 아니라 살리기 위한 불이다. 어두운 밤을 견디게 하는 촛불이다.
추운 겨울의 한기를 몰아내는 난롯불이며, 밤하늘에 떠있는 은은한 달빛이다.
정화를 가진 사람은 세상을 강하게 바꾸기보다, 소중한 대상의 곁에 머물며 그를 조용히 비추는 방식으로 살아간다.
같은 불이지만 병화처럼 스스로 빛나고 눈에 띄게 앞에 나서기보다는 누군가의 마음 한 구석을 환하게 밝혀주고, 말 한마디, 눈빛 하나로 상처 난 곳을 토닥여주고 조용히 덮어준다.
따라서 정화는 종종
“아, 저 사람 옆에 있으면 마음이 편해”
라는 말을 듣는다.
그렇게 정화의 가장 큰 힘은 온기와 섬세함이다. 그들은 상대의 감정을 빠르게 읽고 말하지 않아도 상대에게 필요한 위로를 건넬 줄 안다.
정화를 가진 사람은 꾸준함이 있다. 활활 타오르진 않지만 쉽게 꺼지지도 않는다.
인간관계든 일이든 오래 버티고 지키는 힘이 있다.
하지만 등불은 바람에 약하다.
정화는 외부의 영향에 민감하고, 사소한 말이나 분위기에도 마음이 쉽게 흔들릴 수 있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하지만 속에서는 이미 여러 번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한다.
또한 타인을 밝히는 데 익숙한 만큼 정작 자신의 마음은 살피지 못한다.
어느 순간
“나는 왜 이렇게 힘들지?”
라는 생각이 조용히 찾아온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남을 밝히기 전에 자기 심지를 먼저 돌아보는 일이다.
기름이 마른 등불은 아무리 의도가 선해도 오래 빛날 수 없기 때문이다.
정화(丁火) 일주의 직업은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떤 방식으로 빛을 쓰느냐에 더 가깝다.
정화는 Candle Flame처럼 작지만 따뜻하고, 가까운 것을 깊게 비추는 불이다.
그래서 한 번에 크게 드러나는 일보다 사람과 마음을 다루는 영역에서 진가가 드러난다.
1. 사람을 돌보고 살리는 일에 어울린다.
정화는 “치유의 불”이다.
심리상담, 명리 상담가, 교사, 강사, 코치, 간호사, 요양 보호사, 복지 관련으로 상대의 마음을 읽고 온기를 나누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사람을 살리는 직업에서 빛난다.
2. 감성을 표현하는 일에서 정화는 섬세한 감정의 언어를 안다.
작가, 에세이스트, 콘텐츠 제작, 디자이너, 공예, 플로리스트, 미용, 뷰티, 스타일링의 분야의 일에서 강렬하게 튀기보다는 은은하게 감성을 불어넣는다.
3. 조율하고 연결하는 역할에 멎다.
정화는 중심에서 빛을 조절하는 존재다. 기획자, 코디네이터, 서비스직, 고객관리, 브랜드 운영, 소규모 사업 방면에 맞다. 또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자리에서 능력이 살아난다.
정화는 경쟁이 지나치게 강한 환경 가령 영업직 같은 압박을 주는 일이나 성과 중심의 조직, 감정보다 결과만 요구하는 과도하게 소모되는 일에서는 쉽게 지치며 자신만의 능력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다.
즉 빠르게 타오르고 소진되는 구조는 안 맞는다.
정화는 활활 타는 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하는 불이기 때문이다.
정화라는 삶!
정화는 큰 뜻 품지 않아도 괜찮다.
이미 존재함으로써 충분히 누군가를 밝히는 위대하고 거룩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정화란 세상을 바꾸는 불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불이다. 그 빛은 거세고 불타 오르지 않아도 된다.
오래 곁에 남는 온기. 그것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