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합 3
-중략-
정윤선의 "엽서"라는 옛노래입니다. 가수님이 아리따우셨다는...
궁합에 관해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왜, 분명 끌렸던 사람과 끝내 가까워지지 못할까요. 마음은 향해 있는데 어딘가에서 자꾸 어긋나고, 한 걸음 다가가면 다시 한 걸음 멀어지는 관계.
이해하려 할수록 더 멀어지는 그 거리에는 단순한 감정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숨어 있습니다. 명리에서는 이러한 어긋남을 ‘충(沖)’으로 설명합니다.
먼저 천간의 충입니다. 천간의 충은 같은 기운이 마주할 때 부딪침으로 이해하는 게 더 정확합니다.
천간의 충(天干沖)은 겉으로 드러난 성향과 의지가
서로 강하게 부딪히는 관계입니다.
각자의 마음속의 생각과 표현 방식이 충돌하는 모습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갈등이 아니라, 말과 태도 속에서 드러나는 부딪침입니다.
*만세력에서 태어난 날을 찾아 비교합니다.
갑경충(甲庚沖)
곧게 뻗는 나무인 갑목(甲木)과 단단한 쇠인 경금(庚金)이 마주합니다. 나아가려는 힘과 그것을 자르는 힘이 부딪치며, 의지와 통제가 충돌하는 관계입니다.
을신충(乙辛沖)
유연한 풀인 을목(乙木)과 섬세한 금인 신금(辛金)의 만남입니다. 부드러움과 예민함이 부딪히며, 감정이 날카로움에 쉽게 상처받을 수 있는 관계입니다.
병임충(丙壬沖)
밝은 태양인 병화(丙火)와
깊은 물인 임수(壬水)가 마주합니다.
드러내려는 힘과 숨기고 품으려는 힘이 충돌하며 표현과 내면이 엇갈리는 관계입니다.
정계충(丁癸沖)
은은한 불빛인 정화(丁火)와 이슬 같은 물인 계수(癸水)가 만납니다.
따뜻하게 건네려는 마음과 조용히 머무는 감정이 엇갈리며, 서로의 마음이 쉽게 닿지 않는 관계입니다.
무갑충(戊甲沖)
큰 산인 무토(戊土)와 성장하려는 나무인 갑목(甲木)이 부딪힙니다. 안정과 확장이 충돌하며, 변화를 막으려는 힘과 나아가려는 힘이 맞섭니다.
천간의 충은 서로를 밀어내지만, 그 부딪힘 속에서
각자의 생각과 방식이 드러납니다.
그 관계는 끊임없이 부딪쳐서 결국 서로를 더 분명하게 알아가게 됩니다.
천간의 충은 어떤 특정한 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행이 서로 극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충돌입니다.
지지의 충(地支沖)은 서로 다른 방향에서 마주한 기운이 정면으로 부딪치는 관계입니다.
합이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이라면, 충은 서로를 밀어내며 흔들고 변화시켜 움직이는 힘입니다.
자오충(子午沖)
차가운 물인 자수(子水)와 뜨거운 불인 오화(午火)가 마주합니다. 서로를 가장 극단에서 마주하는 기운으로, 감정의 온도 차가 큽니다.
차갑게 식었다가도 다시 뜨겁게 타오르는, 극과 극을 오가는 관계입니다.
축미충(丑未沖)
겨울의 땅인 축토(丑土)와 여름의 땅인 미토(未土)가 부딪힙니다. 같은 흙이지만 담고 있는 계절이 다르기에 가치관과 방식의 차이가 큽니다. 서로를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단계를 지나면 그만큼 깊어질 수 있는 관계입니다.
인신충(寅申沖)
나무의 시작인 인목(寅木)과 금의 기운인 신금(申金)이 만납니다. 앞으로 나아가려는 힘과
그것을 제어하려는 힘이 부딪힙니다. 그래서 이 관계는 자유와 통제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립니다.
묘유충(卯酉沖)
부드러운 나무인 묘목(卯木)과 날카로운 금인 유금(酉金)이 만납니다. 섬세함과 냉정함이 맞부딪히며, 감정과 이성이 충돌하는 관계입니다.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서로를 더 단단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진술충(辰戌沖)
습기를 머금은 땅인 진토(辰土)와 건조한 땅인 술토(戌土)가 마주합니다. 같은 토지만 성질이 달라 충돌이 생깁니다. 현실과 이상, 안정과 변화 사이에서 갈등하는 관계입니다.
사해충(巳亥沖)
뜨거운 불인 사화(巳火)와 깊은 물인 해수(亥水)가 만납니다. 가장 상극적인 기운이 마주하며, 강한 끌림과 동시에 큰 충돌을 만들어냅니다.
서로를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래서 더 강하게 흔들리는 관계입니다.
충은 서로를 밀어내는 힘이지만, 그 밀어냄 속에서 서로를 더 깊이 알게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인연은 편안해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부딪히면서도 놓지 않기에 오래갑니다.
다만 그 흔들림이 클수록 우리는 그것을 매력으로 착각하기도 합니다.
기본 성질은 끌림이 아니라 긴장, 변화, 충돌입니다. 그런데 왜 끌림처럼 느껴질까요?
충이 있는 관계는 감정의 진폭이 큽니다.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고,
좋았다가 힘들어지고, 그 반복 속에서 감정이 강하게 흔들립니다.
이 강한 파동이 사람에게는 ‘묘한 매력’이나 ‘강한 끌림’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궁합에서 합만 있어야 오래가는 게 아니라,
충이 함께 있어야 지속력과 발전이 있는 관계가 됩니다.
마무리로 궁합의 관계는
•합만 있는 게 아니라 충도 함께 있어야 합니다.
•합이 너무 많은 과합도 나쁘게 봅니다. 마치 강하게 끌려 움직일 수 없는 자석과 같습니다.
서로 지나치게 끌리면 의존하게 되고 집착이 되고 구속이 되는 관계이지요.
•천간 합만 있고 지지합이 없는 경우입니다.
누가봐도 좋은 조건이고, 말이 잘 통하나, 마음이 통하지 않는 상태로 속빈 강정이라 할 수 있지요.
•좋은 궁합은 설사 합이 없다해도 상대방이 내가 필요한 용신 (기운)을 가져야 내가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어 서로 보완관계가 됩니다.
•격국의 조화로써 두 사람이 지향하는 삶의 방향이 같아야 오래 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