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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gineer Dec 24. 2022

Once Upon a Time in Toronto

김 씨의 리틀리그 야구팀

Mr. Kim, Can you come to the game on Friday?

(아저씨, 금요일 날 경기에 오실 거예요?) 

Yes, of course. It's the championship game. I won't miss it for the world.

(아무렴. 챔피온쉽 경긴데 무슨 일이 있어도 가구 말고.)

See you on Friday Mr. Kim.

(금요일에 뵈어요 아저씨) 

아이들이 우르르 빠져나가며 김 씨한테 손을 흔들었다.

김 씨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한테 손을 흔들었다. 

김 씨는 이젠 이 동네도 인구가 너무 많아져 시끄럽고 복잡해서 떠나고 싶지만 아이들과 맺은 인연 때문에 선뜻 결정할 수가 없다. 토론토 사는 자식들도 콘도 사드릴 터니 토론토 나와서 사시라고 할 때마다, 

“글쎄다” 한 게 벌써 2, 3 년도 넘었다. 

김 씨는 복잡한 것이 싫었다. 얽히고설키는 인과 관계며 눈치 봐야 하는 회사 생활이며, 이런 것들이 싫어서 고국에서 캐나다 토론토로, 또 복잡한 토론토에서 이 한적한 소도시로 이사 온 것이 벌써 10여 년이나 흘렀다. 


장사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그것도 문화가 전혀 다른, 남의 나라에서 장사를 한다는 것은 김 씨는 상상해 본 적도 없었다. 김 씨 또한 성격이 무뚝뚝한 편이라 처음에 가게를 시작했을 때는 이 동네 사람들조차도 별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김 씨 가족이 새로 이사 오던 날 캐나다인 이웃들이 케이크와 파이를 한 접시씩 구워 환영선물로 들고 와 무뚝뚝하던 김 씨를 당황하게 만들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김 씨는 이 캐나다 사람들이 자신이 알고 있던 거와는 정 반대로 친절하고 인정 많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닿게 됐다. 오히려 지나친 경쟁의식 때문에 무감각해진 서울 사람들보다 훨씬 더 인간다운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가게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초등학교 다니던 아들이 동네 야구팀에 가담해 야구를 하게 됐다. 운동엔 소질이 없지만 구경은 좋아하던 참이라 콜라박스 들고 아들 경기를 쫓아다니던 것이 인연이 되어 동네 야구팀의 스폰서가 되었다. 스폰서래야 고작 일 년에 몇 푼 안 되는 기금을 내면 그 팀의 유니폼에 스폰서 사업체의 이름이 새겨지는 것이다. 즉 김 씨가 스폰서 한 팀의 유니폼에는 “KIM'S CONVENIANCE"란 이름이 새겨진 것이다.  그런데 그 효과는 의외로 상당했다. 우선 가게에서 말썽 피우던 애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그 애들이 대부분 김 씨가 스폰서 선 야구팀의 멤버들이라 한결 공손해진 것은 물론 껌 하나라도 슬쩍하려던 못된 버릇들이 없어졌다. 오히려 다른 애들이 물건을 훔칠 가봐 염려해주게 되었다. 

가게 손님들의 표정도 한결 부드러워지고,

“ Did your team win?" 또는 김 씨가 "We won last night."

등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됐다. 

김 씨는 매사에 무관심했던 자신의 과거를 뒤돌아보며 남의 나라에 와서야 자신의 삶의 태도가 잘못되었었다는 것을 깨 닳았다. 그 이후로 김 씨는 자기 팀의 경기는 한 번도 안 빠지려고 노력했다. 아이들을 위해 시원한 음료수와 간식거리 등을 잊지 않고 챙겼다. 자신에게 새로운 삶을 일깨워 준 이 땅과 꼬마들이 고마운 것이다. 


“Come on Mr. Kim, we are taking pictures." 

“아저씨 사진 찍으러 빨리 오세요.”

김 씨의 가게 앞에서 온통 소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챔피언이 된 김 씨의 야구팀 아이들이 가게 앞에서 사진을 찍느라고 부산을 떨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에 둘려 싸여 한가운데 선 김 씨,

찰각 소리와 함께 김 씨의 하얀 이가 햇빛에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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