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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만나는 시간 10]

Q. 올 한 해를 돌아볼 때, 내가 가장 크게 배운 삶의 교훈은 무엇인가

by 연하

Q. 올 한 해를 돌아볼 때, 내가 가장 크게 배운 삶의 교훈은 무엇인가요? 그 깨달음이 지금의 나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그리고 그 지혜를 누군가에게 전한다면 어떤 말로 전하고 싶은지 써보세요.


올 한 해, 가장 큰 삶의 교훈을 배웠다. 그것은 바로 지루하고 힘든 책임을 먼저 완수하는 것이, 원하는 자유를 가장 확실하고 오랫동안 지켜주는 현명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이 깨달음은 자녀들의 성장과 자신의 건강이라는 두 가지 거울을 통해 선명하게 다가왔다.


매년 12월이면 한 해를 반성하고 1월 1일에는 새로운 해를 계획했다. 올해는 두 아이가 한꺼번에 대학생이 되면서 정신적·육체적 독립을 이루는 특별한 해였다.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를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고 스스로 선택하는 생활을 해왔지만, 이제 대학생이 되니 이전과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 입학 전날, 아이들에게 '인생은 B(Birth, 탄생)와 D(Death, 죽음) 사이의 C(Choice, 선택)'라는 말을 전했다. 하루에도 수많은 선택을 한다. 선택은 자유지만, 그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현명한 선택을 당부했다.


한 학기가 지난 후 피드백을 해보았다. 아이들은 모든 것을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며 생활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어요"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 짧은 고백에 지난 한 학기 동안 아이들이 홀로 감당했을 고통과 성장의 무게가 느껴져 코끝이 찡해졌다. 아이들은 공부, 아르바이트, 연애, 동아리 활동까지 다방면으로 알차게 시간을 보냈다. 고등공부와 다른 점에 대해서 심도 있는 대화도 나누었고 연애를 하면서 헤어짐을 겪는 과정에서 새벽까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아르바이트 과정에서 오는 인간관계의 어려움에 대한 대처방법 등 다양한 대화를 했었다. 아이들이 그 무게를 깨닫고 열심히 살았다는 것을 알기에 힘들었다는 말에 대해 공감하며 따뜻하게 격려해 주었다.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통찰을 얻었지만, 정작 나 자신의 성적표는 부끄러웠다. 나 또한 아이들처럼 평생 처음 선택과 자유가 주어졌었다. 작년에 두 아이의 입시를 치르면서 몸이 가장 많이 나빠져, 더 이상 좋아하는 일도 할 수 없는 몸이 되었기에, 올 한 해는 '건강 회복'을 가장 큰 목표로 세웠다. 평소 실천하는 음식 운동 수면 스트레스 관리법 중에서 운동 후 휴식을 넣었다.


하지만 학생처럼 공부에만 몰두하는 것이 가장 큰 꿈같은 일이었던지라, 안식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지자 물 만난 고기처럼 하고 싶은 공부에 몰두했다. 독서 모임 3개, 글쓰기, 스피치 공부 거기다 더해 요 근래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AI 툴들을 이것저것 쉴 새 없이 배웠다. 너무 재미있었다. 역시나 배움의 습득도 빨랐고, 기대 이상의 성과도 있었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시작되었다. 재미있는 공부에 열정을 쏟고 나니, 정작 중요한 '쉴 시간'과 '운동할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간 건강을 위해서는 과로를 피하고, 햇빛 아래에서 가벼운 운동을 해야 했다. 그러나 '공부가 스트레스가 아니라 즐거움'이라는 자기기만을 합리화하며, 하루를 통째로 흘려보내곤 했다." AI 영상을 제작하다 보면 몇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기 일쑤였다. 햇빛보기를 해야 하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밤이 되어있었다. 거기다 오랫동안 의자에 앉아있다 움직여보면 관절들이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문득, 버나드 쇼의 묘비명처럼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라며 후회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엄습했다. 그때 깨달았다. '공부 계획은 치밀하지만, 건강 계획에는 우물쭈물하는 나약한 인간'임을 직시하게 되었다. 해야 할 일이 쌓인 고통은 마음의 빚이었고, 하기 싫은 일(운동과 쉼)을 미뤘을 때의 대가는 육체의 형벌이었다. 몸은 가장 정직한 스승이다. 마음이 외면한 책임을, 육체는 고스란히 통증이라는 결과로 보고했다.


이 깨달음은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었다. 반성과 함께 '좋아하는 것만 하지 말고, 인생에서 하기 싫어도 꼭 해야 할 일은 뒤로 미루지 말고 하자'는 문장을 가슴에 새겼다.


더 이상 '좋아하는 일'을 핑계로 '해야만 하는 일'(건강 관리)을 외면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날부터 2일에 한번 만보 걷기 '오늘의 햇빛 20분', '저녁 스트레칭 20분', '브이 스쾃 100개' 세 가지를 다이어리에 체크리스트로 만들었다. 가장 재미있는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가장 하기 싫은 책임(운동)을 먼저 완수하는 루틴을 만든 것이다. 그냥 나가기 아까워서 일부러 마트에 한 가지씩 장을 보러 간다. 진정한 자유는 하고 싶은 일만 하는 방종이 아니라, 하고 싶지 않은 일까지 기꺼이 감당하는 자기 책임에서 온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소중한 지혜를 지금 성장의 길을 걷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만약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정말 오랫동안, 제대로 해내고 싶다면,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일'을 절대로 뒤로 미루지 마라.

그 지루하고 힘든 책임을 먼저 완수하는 것이, 역설적이게도 당신이 원하는 자유를 가장 확실하고 가장 오랫동안 지켜줄 현명한 선택이다. “


즉 , 어른의 자유는 책임을 다할 때 비로소 시작된다.


[나를 만나는 시간 11]

Q. 지금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하게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질문은 나를 성장하게 합니다. 성장은 어제와는 조금 나은 존재가 되는 과정입니다. 나 자신을 알아가는 질문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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