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당신이 세상에 남기고 싶은 ‘마지막 문장’은 무엇인가요?
내가 생각하는 공부의 완성은 체득이다. 체득은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마침표를 찍는 것이다. 아는 데서 그치면 지식에 불과하지만, 수만 번 반복하여 감각으로 익히면 생각하지 않아도 몸이 먼저 반응한다. 이 경지에 이르러야 비로소 체득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나는 평생 '살아있는 공부'를 지향했다. 삶에 필요한 지식을 찾아 연구하고, 이를 일에 적용하며, 마침내 나의 감각으로 체득시켰다.
이런 삶을 지향한 이유는 단순했다. 20대 후반, 이미 방전된 체력은 내게 효율적인 행동을 강요했다. 살아남기 위해 모든 행위를 체계화해야 했고, 최소한의 에너지로 최대의 결과를 내는 법을 익혔다. 적용해 보니 결과는 훨씬 좋았고 체력 관리도 수월해졌다. 체득이 되면 아무리 피곤한 상황에서도 생각하지 않아도 저절로 행동이 된다.
이런 방식은 어찌 보면 수행(修行)과 같았다. 돌이켜보면 내게 가장 거대하고 장기적인 공부는 육아였다. 나는 아이를 갖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임신 전의 몸 관리부터 태교, 그리고 아이가 스무 살이 되어 독립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인생 전반에 걸친 거대한 공부로 받아들였다. 여러 가지 책을 읽다 보니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아이들 어려서는 너무 어려웠고 막막했다.
둘째 가람이가 초등학생이 되었을 때 ‘삼력(三力)’이라는 나만의 방법론을 만들었다. 체력, 지력, 심력을 기르는 계획을 세분화하여 두 아이의 특성에 맞춰 훈육했다. 먼저 아이들을 분석해서 성장시켜야 할 부분을 알아내었다. 큰애 가온이에게는 심력의 토대를, 작은애 가람이에게는 체력의 열세를 극복하는 쪽으로 목표를 세웠다. 아이의 성장을 위한 연구를 하며 나 자신도 끊임없이 교정하면서 덕분에 세월이 흐르면서 조금씩 성장을 했다. 20년의 세월 동안 아이를 키워낸 것은 나였으나, 그 과정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 것 또한 나 자신이었다. 아이들은 나를 가르치러 온 인생의 스승이었다.
요리는 나의 철학을 증명하는 가장 정직한 무대다. 고등학교 졸업 후 십수 년간 놓았던 칼자루를 다시 잡았을 때, 나는 요리를 가사가 아닌 수행으로 대했다. 주중 5일은 나물요리, 단백질 메인요리, 밑반찬등 세 가지 요리를 했다. 주말에는 메인 요리와 주중에 만든 요리를 정리했다. 이런 규칙을 2년간 단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이렇게 뭐든지 한번 계획을 수립하면 꾸준히 끈기 있게 될 때까지 하는 편이다. 2년 동안 꾸준히 반복을 했더니 간을 보지 않아도 맛의 균형이 맞았다. 몸으로 체득하는 것은 2년이면 되는구나를 결론을 내렸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20년이 넘는 요리 수행 끝에, 이제는 나만의 요리를 창작하는 연구의 단계에 올랐다. 뭘 해도 맛있다고 한다. 숙련은 지루한 반복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킨 자에게만 주어지는 자유가 아닐까?
독서 또한 삶을 수정하기 위한 설계도다. 안식년인 작년에 독서 소모임을 4개를 운영했다. 독서를 하는 것은 읽는 행위 자체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다. 예전에는 필요한 일에 대한 책을 읽고 공부를 했다면 최근에는 다양한 방면으로 지식의 외연을 넓혔다. 다양한 독서를 하면서. 뇌를 확장하고, 읽은 후 남기는 '나만의 한 줄 평'을 삶에 즉시 적용을 했다. 실천의 필터를 거치지 않은 정보는 박제된 지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천하는 것만이 살아있는 공부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그리스인 조르바를 보니 , 조르바는 정열적으로 자기 감각, 자기 삶에 온전히 집중한다. 조르바를 읽고 눈을 뜰 때, 일어나 움직일 때, 밥을 먹을 때, 쉴 때 나의 내면에 감각에 집중해 본다.
이처럼 실천과 교정의 반복. 이 단순한 원리가 나를 한의사로, 요리사로, 부모로, 이제는 글을 쓰는 작가로 이끌었다. 인생 3회 차에 접어든 지금, 나는 더 이상 타인에게 나의 가치를 증명하려 애쓰지 않는다. 대신 몸으로 익힌 이 단단한 지혜들을 기록하고 나누는 데 집중한다.
내가 세상에 남기고 싶은 마지막 문장은 명확하다. “내 역량껏 모든 힘을 발휘해 살았기에,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후회 없는 삶이었다.” 모든 힘을 쏟아 공부하고 체득하는 삶을 살았기에 이렇게 말하고 싶다. 모든 배움이 몸과 하나 되어 막힘없이 흐르는 평온한 자유를 누리는 오늘, 다시 한번 감사하며 인생 3회전 차에도 나다운 한 걸음을 내딛을 것이다.
이 글을 끝으로
「나를 알아가는 시간」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스무 번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나라는 사람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았습니다. 때로는 아픈 상처와 마주하기도 했고, 때로는 존재만으로 충분한 나를 발견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습니다. 질문을 통해 나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시간은 이제 충분히 지나온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는 단순히 나를 ‘아는’ 단계를 넘어, 나를 알아가는 구체적인 ‘방법’을 기록하려 합니다.
다음 연재인 「나를 아는 방법 — 자기 역사 쓰기」에서는 시간 속에 흩어져 있는 나를 하나하나 복원해 나가는 실전 과정을 공유할 계획입니다. 편년체(編年體) 형식, 즉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는 자기 역사 쓰기를 통해, 세월이라는 물결이 어떻게 지금의 나를 형성해 왔는지 그 구체적인 지도를 그려보려 합니다.
질문이 나를 깨우는 다정한 신호였다면, 기록은 나를 단단히 세우는 기둥이 되어줄 것입니다. 새로운 연재에서도 저와 함께 각자의 역사를 써 내려가는 귀한 시간을 이어가 주시길 바랍니다.
그동안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새로운 기록의 길에서 다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