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글> 연재를 시작하며
<브런치>에서 독자분들과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의 대부분은 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서의 강의 경험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제 전공인 셰익스피어나 영미희곡 수업들에서 매번 희곡의 궁극적 목적인 연극 공연에 대한 성격 규정으로 시작하곤 하였는데 연극과 가장 유사한 매체인 영화와의 속성 비교를 통할 때 연극 이해가 더 분명 해지더라는 경험입니다.
먼저 전체 글의 제목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연극과 영화를 재미있게 보기 위한 가장 상식적인 이야기들>로 정해보았습니다. 제목에 숨겨져 있는 부제는 “연극을 좀 더 재미있게 보려면? 영화를 좀 더 재미있게 보려면? 알고 보면 더 재미있습니다”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연극과 영화를 이어주는 가장 대표적인 존재는 셰익스피어라는 것도 숨겨져 있습니다.
아무튼 제목이 말해주고 있다시피, 앞으로 정기적으로 연재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연극, 영화, 그리고 그 사이의 셰익스피어에 대한 것입니다. 혹시 연극계나 영화계의 전문가들을 위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시나요? 분명코, 절대 아닙니다.
제 이야기는 연극과 영화에 대한 심오한 이론도 아니며, 연기론이나 촬영 기법에 대한 내용도 아닙니다. 상세한 연극사나 영화사도 아니고, 주목할 만한 연극이나 영화 작품에 대한 평론도 아닙니다. 셰익스피어에 대한 학술적인 연구는 더더욱 아닙니다.
저는 가령,
“연극은 에로틱하다,” “연극은 기독교가 죽이고 살린다,” “영화는 19세기말 이동 욕망의 산물이다,” 또는 “연극은 고정적이고 영화는 유동적이다,” “셰익스피어와 숨바꼭질하는 영화감독들”
등등의 주제별로 연극과 영화의 성격, 셰익스피어 영화 몇 편에 대해서 상식적이고 질박한 이야기를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풀어나가려고 합니다. 읽다 보면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이군”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이리라 싶습니다.
이야기 구성을 이렇게 짜보았습니다. 보통 책의 큰 챕터를 저는 “에피소드”라는 것으로 바꿔 보겠습니다. 에피소드는 말 그대로 에피소드입니다. 제가 연극이나 영화 또는 셰익스피어와 관련된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하는 공간입니다. 에피소드마다 그 밑에 이와 연결된 소 챕터 격인 “스토리”를 서너 개씩 제공하려 합니다. 지금의 계획은 매주 한두 개의 스토리를 올리는 것입니다.
가깝든 멀든 주변에는 다양한 공연 매체가 우리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몇 해 전 우연히 접한 통계 자료 하나 언급해 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연극, 영화, 음악 콘서트, 무용, 오페라, 뮤지컬 등 공연물 관람에 대한 통계 조사 결과입니다. 1인당 연평균 관람 횟수에서 연극이 2.19회로 가장 많았고 영화가 2.18회로 다음이었습니다. 연극과 영화가 거의 근접하게 1, 2위를 다투고 있었습니다.
여러 공연 매체들 가운데 연극과 영화가 관람 횟수가 가장 많다는 것은 타 매체에 비해 입장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것이 큰 선택 요인이기도 하겠지요. 저렴한 입장료란 결국 대중이 가장 선호하는 일상 경험이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영화나 연극 관람은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특별한 날에 치르는 특별한 행사가 아니라 우리의 평범한 일상사의 하나라는 말입니다.
연극과 영화는 우리의 일상 한복판에서 우리의 삶의 구석구석을 친근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통계 자료를 보고 난 뒤 드는 의문점 하나가 있었습니다. 콘서트홀이나 미술관보다 연극 극장이나 영화관을 찾는 횟수가 더 많음에도 왜 제도권 교육에는 연극이나 영화에 대한 수업이 없는 걸까요? 미술, 음악 수업은 학년마다 꾸준한 데 반해서 말입니다.
미술, 음악 수업은 전문 화가, 작곡가나 연주자를 양성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저 조금 더 제대로 된 또는 조금 더 즐거운 감상을 위함이겠지요. 제도권 교육에 연극이나 영화에 대한 수업이 들어있다면 같은 수업목표를 표방하리라 싶습니다. 제 글은 제도권의 연극이나 영화 수업 부제를 메꾸어 보려는 목적도 자그마하나마 있습니다.
연극이, 영화가 어떤 것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요. 그리고 연극과 영화가 어떻게 다른지 갸우뚱하는 사람도 없을 겁니다. 우리 일상에서 하도 쉽게 마주하는 것들이다 보니 누구나 익히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교수가 학생들에게 시험문제 내듯 “연극의 속성은 무엇이고 영화의 속성은 무엇인가, 그래서 연극과 영화가 어떻게 다른 지를 다섯 가지로 답하시오”라는 문제를 내면 쉽게 답하기는 어렵습니다. 분명히 알고는 있는데 꼭 집어 말하기 쉽지 않지요.
그래서 직관적으로 알고는 있지만 꼬집어 정의 내리기 곤란한 내용들—연극의 속성과 영화의 속성, 그리고 그 다른 점들—을 쉽게 쉽게 그러면서도 차곡차곡 정리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