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공간? 알아가고 싶은 공간!
공간이란 사람이나 사물이 점하고 있는 장소 또는 인간의 활동이 행해지는 장이나 물체의 운동이 그 속에서 전개되는 넓이를 말한다(대한 건축학회 건축용어사전). 시간에 대한 논의와 함께 공간 또한 오랜 역사를 지닌 철학적 주제이다. 이른바 실제적 공간이 철학적 연구의 테마라면 소설적 연구의 테마는 해석적 공간이라 부를 수 있다. 문학적 관점에서 공간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이유는 우리가 알고 있는 온오프라인의 모든 공간은 하나의 콘텐츠로 바라볼 수 있으며 앞서 ‘공감하는 공간’을 위해서는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공간의 존재 방식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①물체와 그 운동, ②인간과 그 활동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다루어져 왔다. 물리적 공간과 심리적 공간, 그리고 공간의 시간성을 더한다면 그 의미는 무한히 확장될 수 있다.
디지털 공간에 대한 논의는 게임에서 몰입감을 증진시키는 방법 혹은 건축설계를 위한 디지털 기술 접목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박변갑, 박성룡, 2022). 실제로 “디지털 공간”이라는 단어에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VR 혹은 메타버스, 게임 속 공간 등이다. 이제는 “공간”이라는 개념을 더욱 확장시켜야 한다. 시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으며 사람들은 이러한 변화 속에 빠르게 적응해 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앞으로 알아가야 할 공간은 무엇인가.
상상해보자. 늦은 밤 12시, 자려고 불을 끄고 침대에 눕는다. 자기 전에 오늘은 SNS에 친구들이 무엇을 올렸는지 보려고 스마트폰을 켠다. “어? 여긴 어디지?” 친구가 업로드한 게시물을 보고 있으니 나도 가보고 싶어졌다. ‘#수봉공원 #별빛 #데이트 #일상 #셀스타그램’. 나열된 해시태그를 보니 수봉공원인가 보다. #수봉공원으로 나오는 수많은 사진들을 보고, 포털사이트에 검색해서 위치가 어딘지 확인하고 이번 주말엔 수봉공원을 방문하려고 계획한다. 인근 맛집은 무엇이 있는지 예쁜 카페는 또 어디가 있는지 주변에 다른 볼거리는 없는지 찾아본다. 눈이 아파 시간을 보니 어느덧 새벽 1시다.
지금 여러분은 VR기계를 쓰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메타버스에 접속한 것도 아니다. 다만 깜깜한 방 안에서 16:9 비율의 손바닥만 한 화면에 몰입했을 뿐이다. 여러분은 이미 디지털 공간 속에서 수봉공원을 알아가고 싶은 공간으로 인식했고 다양한 연결지점(해시태그와 검색에 기반한 알고리즘의 노예가 되어)을 통해 알아갔다. 사람들은 흥미로운 콘텐츠가 있다면, 그리고 “알아가고” 싶다면 VR기계와 같은 몰입감을 높여주는 실감형 기계가 없이도 충분히 몰입할 준비가 되어 있다.
과거의 명소는 대부분 역사적 의미와 가치가 있는 유적지 혹은 박물관 등이었다. 그러나 요즘의 명소는 단순히 역사적 가치와 의미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넘나들며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쉽게 말해 사람들은 온라인에서도 그 공간을 즐길 수 있어야 하고, 오프라인에서도 공간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사례와 같이 사람들은 온라인 상에서 공간에 대한 정보를 습득한다. 어느 곳을 가야 사진이 잘 나오는지, 어떠한 루트로 방문해야 하는지, 인근의 맛집은 무엇이 있는지와 같은 수많은 정보를 탐색하고 실제로 오프라인 공간을 방문해서 체험하고 경험하고 사진을 찍으며 사전에 습득된 정보를 기반으로 그 공간에 공감하게 된다. 그 후에는 다시 온라인에 다녀온 사진을 업로드하면서 회상하고 즐긴다. 이러한 형태는 순환 구조를 띄면서 반복적으로 수행되고 있다.
'공감하는 공간'을 위한 스토리는 단순하다. 내가 만드는 이야기이다. '無'에서 '有'를 창조할 수는 없지만 아주 작은 당근만 던져줄 수 있다면 사람들은 그 공간을 알아가고 싶어 하고, 시공간의 한계에 구애받지 않고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개인이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모이고 공유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