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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으로 태어나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특혜라고 생각하면서도, 살아가는 것이 지친다고 생각했던 나는 우스갯소리로 다음 생에는 인간으로 태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입에 자주 담았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은 차고 넘쳐나는데 나는 삶이 즐겁지 않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생각이 많고 예민한 성격으로 태어난 탓에 어떠한 감각적 자극이 나에게 주어졌을 때 내가 그 자극을 느끼는 정도는 남들과 달리 유난히 강했다.
내가 어릴 때는 어떤 것이 나에게 해롭지 않은지에 대한 사리 분별 능력이 떨어져 나에게 해로운 것들도 좋은 것인 줄 알았다. 그래서 이를 모두 끌어안고 가기 위해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다. 성인이 되어서야 뒤늦게 나의 인생 방향성을 정립할 수 있었고 비로소 나에게 해롭다고 인지하지 못했던 가지들을 모두 정리하고 끊어낼 수 있었다. 현재 나는 이전보다 훨씬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계속하기 위해 나는 앞으로도 나에게 해로운 자극들을 완화하고 그것을 이로운 자극으로 수용할 방법을 찾기 위해 부단히 대비하고 노력해야 한다. 또 삶을 건강하게 살기 위해 삶에 대한 노력이라는 정성과 성의를 보여야 한다.
건강한 인생을 지속하기 위한 길을 따라가다 보니 결국에는 그 길도 선택의 연속이었다. 그 선택의 결과에 따라 한 갈래였던 나의 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기도 하고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나를 이끌기도 했다. 선택의 결과에 따라 나의 주변 환경, 인간관계, 삶의 가치관이 통째로 뒤바뀌기도 했다.
나는 인생을 나무에 비유하기로 했다. 인생은 나무 기둥이고, 기둥이 수많은 뿌리를 내릴 때 그 뿌리들이 인생의 모양을 결정짓는 선택이다. 이 나무 기둥은 제때 대비할 수 없을지도 모를 변수들에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어서 나에게는 이 기둥이 무너지지 않게 기둥부터 뿌리까지 잘 보살펴야 하는 책임이 있었다. 나는 책임을 다해 내 소중한 나무를 잘 보살피기로 다짐했고 이 다짐을 지키기 위한 것이 삶의 선택과도 무척이나 연관되어 있었기 때문에 나무를 보살피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꽤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내가 내린 결론은 주체적인 삶의 윤곽을 설정하고 이를 매끄럽게 다듬는 방법이 내가 무엇인가를 선택할 때 외부의 영향에 구애받지 않고 온전히 스스로 선택하는 것과 연결된다는 것이었다. 즉, 선택의 결정권은 나에게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 삶에서 어떠한 것을 선택하기 전에 많은 고민이 따르기도 한다. 내가 선택의 기로에 놓일 때, 나에게 확신이 없고 불안할수록 스스로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꾸 타인들로부터 선택의 정답을 찾으려 하고, 내가 생각한 정답과 다소 괴리가 있더라도 어차피 불확실성에 놓인 상태였기 때문에 나의 선택이 아니라 타인이 내놓은 선택지에 이끌렸던 적이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으로는 결코 내가 이끄는 매력적인 삶을 살 수 없었다. 매력적이고 다채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선택을 잘해야만 했다.
선택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은 끊임없이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 삶의 가치는 무엇인지를 나에게 계속해서 질문하고, 이를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을 때 분명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선택해야 할 것이고 항상 만족스러운 선택을 할 수는 없겠지만 후회 없는 선택이 무엇인지를 알기 때문에 내가 내린 선택에 완전히 만족하지는 못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1페이지에서부터 시작해 26페이지에 놓인 지금 여전히 나는 열심히 내 인생의 페이지를 이어 나가고 있고, 이를 지루하지 않고 참신하게 이어 나가는 방법에 대해서 끊임없이 탐구하는 삶을 지향하는 사람이다. 삶은 선택과 필수 불가결한 연결고리여서, 또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어서 앞서 언급했듯 다음 생에는 부잣집 고양이로 태어나야겠다는 사소한 농담거리를 자주 던지곤 하는 나 자신이지만 이런 나도 n번째 페이지를 계속 써 내려가고 나무를 잘 보살펴 나무에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는 광경을, 나무뿌리가 깊고 심지가 곧은 모습을 자랑스럽게 지켜볼 수 있는 시기가 도래했다는 생각이 들 때 삶이 고단하다는 생각보다는 삶이 주는 기쁨에 대해 여러 번 상기할 수 있고 또 계속해서 붙들 수 있는 삶이지 않을까. 그래도 허투루 살고 있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들 테니. 정말이지 인생은 끊임없는 선택과 질문의 연속이다. 단맛, 쓴맛, 매운맛이 전부 포함되어 있지만, 정진하는 인생을 사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어쨌거나 우리네 인생, 한 번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