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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 Jan 26. 2024

에필로그

나의 삶

나의 퍼즐 조각 같은 인생을 억지로 맞추기 위해 애쓰는 나를 발견했을 때의 공허함과 당혹스러움의 감정은 오로지 나만이 느낄 수 있었던 감정이었기에 외롭고 쓸쓸하고 우울했던 날들을 어떻게든 삼키곤 했다.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나도 인간인지라 아무나 이런 나를 껴안고 위로해 주길 바랐다. 당시에는 슬픔이 나를 집어삼켜서 이성적인 눈으로 어떠한 형태를 들여다보는 것이 불가능했다. 내가 정신적으로 미성숙하고 어리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어렸던 내가 가질 수 있는 꿈과 희망도 없었다. 나는 능동적인 삶을 살지 못했다. 수동적인 삶을 살았다. 내가 손에 쥐고 싶은 것들은 정말 많았는데 꿈과 희망을 품을수록 그것들은 전부 나에게서 멀어질 뿐이었다. 그래서 그저 비관주의자로 살기도 했다. 인생은 원래 이런 것이라고, 나만 이런 것은 아닐 것이라 합리화했고, 나보다 더 불행한 사람들을 찾았고 그들의 삶과 나의 삶을 비교하며 저 정도면 내가 훨씬 행복하다고, 내가 더 잘살고 있다고, 그러니 앞으로의 나날에 나는 더욱 감사하기만 하자고 어떻게든 자신을 달래고 숨 쉴 구멍을 찾기를 원했던 것 같다.


삶은 왜 기쁘고 행복했던 기억보다 슬프고 괴로웠던 기억을 뇌리에 세게 박히게 만드는지에 대한 정답은 아직도 찾지 못했다. 나는 사랑하는 내 친구와 가족 덕에 겉으로는 정말 행복하고 유복한 인생을 살았지만 정작 내 마음은 여유롭지 못했고 평안하지 못했다. 한참 성숙해질 수 있는 중요한 시기에 나는 적잖이 괴로웠고, 슬펐고, 우울했다. 세상에 내 편은 없는 것 같았다. 살아가는 것은 정말 어렵고 끔찍했다. 내가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사실들이 어떻게든 내 귀에 들렸고 내 두 눈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외롭고 기댈 곳 없었던 내 마음을 스스로 치유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랑하는 나의 이들이 이러한 나의 속마음을 알고 나면 정말 속상하겠지만 나는 26살이 된 현재 가장 자유롭게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삶은 속에서만 문드러졌을 뿐 겉으로는 정말 행복하고 남부럽지 않은 유복한 삶이다. 나도 이러한 유복함이 싫지 않고 현재 너무나도 감사하다. 그러나 나는 감정에 워낙 솔직하고 예민해서인지, 내가 더 행복해지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지켜야만 했다. 그들이 비로소 진정 행복해지고 기뻐할 때 나도 행복할 수 있었는데, 자꾸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입 밖으로 거친 말을 내뱉고 서로의 등에 칼을 꽂을 때마다 내 마음도 산산조각이 났고 자주 무너졌다.


여린 마음을 소유했던 나는 찢어지는 내 마음을 부여잡고 열심히 그 마음을 붙였는데 붙이는 방법마저도 그저 눈앞의 모든 것들을 회피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내가 마음을 다잡고 일어서려고 할 때마다 자꾸 사건이 발생하고, 좋지 않은 상황이 일어나고, 심리적으로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눈앞에 놓이게 됐다. 그래서 나는 이 정도 수준이면 내가 나아지기까지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리겠구나,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나아지기까지 10년이 넘게 걸렸다.


사실 지금도 약간 불안한 마음은 안고 살지만 그래도 나 자신에게 확신이 있으니 내 마음에 어떠한 칼이 들어와도 나는 지금은 그것을 견뎌낼 자신이 있다. 아마 어릴 적 아픈 기억이 많아서 성인이 되어서도 사랑을 잘못 배웠고 사랑이 뭔지 몰랐던 것이 내가 사랑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사랑에 관한 행복한 기억을 어렸을 때부터 쌓는 것은 정말 중요하고, 상처를 받았더라도 회복 탄력성을 기르는 것이 또 다른 사랑을 품에 안기 전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사실 어렸을 땐 그냥 다 미웠다. 서로 사랑하면서 왜 그렇게까지 상처를 줬어야만 했는지 모르겠더라. 나는 여전히 이불속에서 귀를 막고 하염없이 울기만 했던 그 시절을 잊지 못한다. 이제는 조금씩 흘려보내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기억을 전부 안고 사니 멈추지 않고 쭉 나아가야 하는 나의 인생에 가끔 일시 정지 버튼이 눌릴지 걱정되는 마음에서이다.


그래도 아픔과 고통의 기억은 나를 더 괜찮고 좋은 사람이 되게 해 준다. 정말 짜증이 났고 미웠는데 참 고맙기도 하다. 이는 아픔을 경험해 본 사람들만 아는 사실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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