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쓰고 내 개인적 얘기
서울 길거리. 나도 대학생활을 서울에서 보냈기에 어린 시절의 추억이 깃든 곳이다. 20대 초반의 활기와 풋풋함, 사지 멀쩡한 건강한 몸으로 뛰어다녔던 도시. 내게 서울은 그런 곳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서울에 있었던 시절은 핸드폰에 코박고 지나치거나, 바쁜 일상에 쫓겨 내내 뜀박질하느라 주변 풍경을 온전히 누리지는 못했던 것 같다. 서울 시내를 볼 일은 더더욱 없었다. 나는 대부분의 이동시간을 땅 밑에서 보냈으니까.
지하철이 없는 지방 소도시(나름 도청소재지이기는 했다!)에서 상경한 나는 그 시절에 지하철 타는 것을 좋아했다. 1회용승차권이 아니라 지하철 개찰구에서 티머니 교통카드를 무심하게 찍고 지나가는 자신이 얼마나 멋져보이던지. 재경향토학사에서 왕복 2시간여를 걸려 통학했는데, 버스는 막혀 도착시간을 특정할 수 없으니 더더욱 지하철을 선호했다. 그래서 내가 기억하는 서울의 대표적인 풍경은 한강이다. 지하철도 한강을 건널 땐 밖으로 나왔으니까.
직장 때문에 수원으로 내려온 이후로는 서울을 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누가 그러길,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고 돈이 없으면 시간이 없다 했던가. 서울에 있을 땐 학교, 기숙사, 과외, (학교앞술집)만 왕복했었는데, 막상 직장인이 되고나니 서울에 재밌는 축제며 행사가 왜이리 많아.. 바로 근처에 있어도 안가던 한강공원은 또 왜이렇게 그리워.. 퇴근하고 튀어가면 강남이 고작이어서 그런가 막연히 서울생활에 로망이 있었다. 그때로 돌아가면 진짜 여기저기 돌아다녀볼 텐데. 돈 상관안하고.
각설하고, 그렇기에 내게 서울은 무튼 특별하다.
하지만 발병 이후 장애인이 되고 다시 방문한 서울은 녹록지 않았다.
'역사 깊은' 도시인만큼, 달리 말하면 이콜 '오래된' 도시이다. 언덕은 왜이렇게 많고, 보도블럭은 왜이렇게 울퉁불퉁해. 턱을 오르지 않고는 절대 불가능한 곳은 또 왜이렇게 많아. 강남역 안쪽 상가 올라가는 경사는 왜이렇게 깎아지르는지, 오금의 아파트단지는 왜 잔디 깔린 돌계단으로 통행로를 만들었는지,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며 엘리베이터는 왜 다 공사중인지, 오래된 건물들에는 왜 다 턱이 있는 건지.. 생긴 지형을 그대로 살린 옛날식 친환경 도시..는 무슨.
자주는 아니지만, 매번 올 때마다 느낀다. 보행상 장애인은 서울살기 너무 불편하다.(물론 다른 도시도 완벽한 곳은 없는 것 같긴 하다.)
전시회 후기라고 써놓고 서론이 길었다. 내가 겪은 어려움들의 배경을 깔고자 한 말들이었다. 비단 전시회장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구조적인 문제임을.
이것저것 불편함이야 있었지만, 전시회장의 계단은 좀 난관이었다. 좁았고, 엘리베이터도 없었고. (뭐, 여기 '힙한 동네' 건물들이 다 그렇지만..) 그나마 왼쪽에 짚을 벽이나 난간이 있었다는 점이 다행이랄까. 나는 오른쪽 팔다리를 못쓰니 우측통행을 극혐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렇게 불편함을 겪고 나면, 기분이 급격히 나빠지는데(못하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나서) 금방 가라앉고 전시를 감상한걸 보면 기획은 완벽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흔적 하나 남겨놓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