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살이 준비
작년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중국 캔톤페어를 가서 물건을 픽해야 했기 때문에 광저우를 방문했다.
결혼 전 일본 무역일을 했던 터라 중국에는 여러 번 다녔었다. 항구도시 대련으로 다녔을 때와 상업도시인 광저우를 갔을 때는 이미지가 크게 달랐다.
소리 지르듯 싸우던 중국 사람들은 온데간데없고, 광저우에서 만난 분들은 말을 이쁘게 했다. 통역하는 분이 “웨니 하오”라고 부드럽고 우아하게 말할 때 처음으로 중국어를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사 온 아파트 건너편 상가에 중국어학원을 보고는 기뻤다. 그리고 지나가면서 두세 번 전화를 했는데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러고 한 참 잊고 있다가 올해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며 중국어공부를 넣었고 여러 번 연결이 되지 않았던 학원이 이번에 연결이 돼서 대화를 나눴다. 그동안 여러 차례 전화를 했었는데 연결이 되지 않았다고 했더니 그럴 일이 없을 텐데라고 하신다. 그럴 이유가 있었겠지 하고 이번이 적기라서 연결이 됐나 긍정적 회로를 돌리고 상담 날짜를 잡았다.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을 때도 일본할머니한테 공부를 배웠는데 이번에도 중국분이시다. 원어민 발음으로 배우다니, 생각지도 않았는데 좋은 기회인 거 같다. 수업료를 여쭈니 한 달에 25만 원이라고 하셨다. 한 달에 8회 , 1주일에 두 번 수, 금을 권하셨다. 1회에 2시간씩이니 시간당 1만 5천 원꼴인 셈이다. 아이들 학원비 감당하느라 처음엔 엄두가 나지 않아서 잠깐 망설였는데 앞으로 10년간은 아이들에게 돈이 더 들면 들었지, 덜 들진 않을 거 같아서 지금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남편에게 의견을 물으니 배우고 싶은 건 배우라고 독려를 해 준다. 올 초 브런치작가도전을 할 때도 그렇고 나를 열심히 북돋아주는 남편에게 늘 고맙다. 그렇지만 너무 가까운 사람이라 그런지 고맙다고 표현을 못 한다. 일단 글에서 먼저 고맙다고 전할게. 내게 베풀어준 배려는 미래에 작은 용돈으로 돌려줄게요!
학원 첫날 아이들에게 오늘 스케줄을 게시판에 적어두고 집을 나섰다. 일부러 백팩을 멨다. 책과 연습장, 필통을 넣고 집을 나서는데 너무 상쾌하고 기분이 좋다.
엄마 학원 다녀올게라고 하니 나의 좋은 기운을 느낀 막내아들이 “엄마 학원 가는 게 즐거워?”라고 묻는다. “응 재밌는데 “라고 하니 ”나는 안 좋던데 “라고 한다.
엄마는 새로운 걸 배우는 게 좋더라. 그리고 엄마가 중국어 공부 열심히 해서 중국 데려가 줄게라고 하니 “ 엄마 홍콩으로 부탁해 “ 한다. 어제 가족이 다 같이 모여 전과자 홍콩대학교 한국어학과를 시청했다. 그때 본 홍콩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관심 없던 나라였는데 아시아에서 2위 대학이 홍콩대라는 것과 밤야경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홍콩 물가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어서 선을 그는다. ” 홍콩은 너무 물가가 비싸니깐 중국에서 지내다 홍콩은 잠깐 들렀다 오자 “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집을 나선다.
무엇가를 배우는 걸 좋아하는 건 습관일까? 성향일까? 매 번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운다는 건 스릴이 있다. 삶에 활력을 실어준다.
설레는 마음으로 상가 2층으로 들어선다. 간판도 따로 없다. 다시 1층으로 들어가 상가안내판을 보고 2층임을 다시 확인하고 올라간다.
“안녕하세요” 수줍은 내 인사에 “니하오” 중국 특유의 하이텐션으로 나를 맡겨 주 신다. 중국사람 중에 이렇게 이쁘고 우아한 느낌은 처음 접한다. 첫인상이 너무 좋으시다.
내가 생각한 학원과 전혀 다른 느낌으로 1:1 수업이 진행됐다. 직장 다닐 때 새벽반으로 2달 다니고 두 손 들었던 중국어였기에 더욱 멀게만 느껴졌다. 성조 운모가 뭔지 어질어질하다. 하지만 1:10쯤은 됐던 새벽반 대형학원 수업과 다르게 발음 하나하나를 집어 주는 선생님 덕에 정신없이 첫날 수업을 마쳤다. 정말 학생 때로 돌아간 듯이 숙제도 내주셨다. 그날 배운 1과에 나오는 단어를 한자로 쓰고 영어로 쓰고 성조까지 표기하고 한국어까지 적어야 된단다. 기분 좋은 부담감이다. 단어가 7개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일본어를 공부했던 나였기에 어려운 한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집에 돌아오니 아이들이 묻는다. “ 엄마 어땠어요? 재미있어요? 친구는 몇 명이나 있어요? 선생님은 안 무서워요?” “응, 엄마 너무 재밌었어! 친구는 없고 엄마 혼자 선생님이랑 듣고 선생님은 중국분인데 엄청 친절해!”
교재 홈페이지에서 음원을 다운로드하였다. 마, 마, 마, 마 열심히 듣고 따라 했더니 아이들이 옆에 앉아 귀를 쫑긋 세운다. 내가 하는 소리를 그대로 따라 한다. 이렇게 계속 노출하면 아이들도 금방 익숙해지고 배우겠구나 싶은 게 나의 의욕을 더 북돋는다. 다음 수업에 시험을 본다니 아이들이 깔깔 웃는다. “엄마는 어른인데 시험을 본다고? 내가 그럼 미리 연습시켜 줄게. 엄마 다 외우면 말씀하세요! “ 으악. 우리 아이들이 내 공부에 이렇게 관심을 가져줄 줄이야 정말 몰랐다. 이거 취미가 아니라 전투적으로 공부해야겠는데? 저녁에 식사를 준비하면서도 음원을 듣고 저녁식사 정리 후에 본격적으로 단어를 외운 다음 외쳤다. ”엄마 준비 다 했어 “ 둘째 아들이 쏜살같이 달려와서는 1번이라고 신호를 보낸다. 총 7개의 단어를 다 적은 후 채점시간이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떨리는지. 아이는 보고 보고 또 보고 또 본다. 자기도 모르는 한자를 한 획 한 획 체크하고, 알파벳도 하나하나 체크하고 성조 체크 위치를 자세히 살핀다. 그리고 말한다. “ 엄마 두 개 틀렸어!! ” ”뭐라고? 아니야!!! 나 다 맞았어!!! 아니라고!!! “
“엄마 여기 길게 체크해야 되는 거 a 위에 쳐야 되는데 b에 대있잖아 ” 그리고 여기 영어 i가 먼저 와야 되는데 a가 먼저 왔잖아 “ 우와! 우리 아이가 이렇게 꼼꼼한 아이였다니. 맞다 우리 아이 a형에다 태명이 꼼 꼼이었지! 정말 꼼꼼한 선생님이 돼 주겠구나… 이거 좋아해야 되나. 슬퍼해야 되나… “엄마 틀린 거 3번씩 써” 우와 정말 그림자치료다. 내가 우리 아이에게 했던 모습 그대로 나에게 돌아오는구나. 앞으로 아이를 양육하는데 말 한마디 한마디 조심해야겠다. 더 눈 마주치고 더 사랑해 줘야겠다.
드디어 두 번째 수업이다. 방학인 아이들이라 더 신경이 쓰인다. 선생님 말에 의하면 10년 전에 가르쳤던 직업학교 학생이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와서 울면서 단어시험을 봤는데 지금 경복궁에서 중국어 담당 안내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구나. 가볍게 시작한 공부가 직업이 될 수도 있구나. 나는 중국어를 통해서 무얼 얻을 수 있을까? 어떤 일과 연결이 될까? 하지만 확실한 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에 남편과 출장으로 오산시장 안산시장 평택시장을 다니면서 느낀 건 확실히 중국인이 많다. 많은 부분을 중국과 함께 셰어하고 있구나 조금 더 넓은 시장을 가지려면 중국사람들과 교류가 필요하겠다. 내가 시장에 들어가야겠다를 느꼈다. 남편에게도 여보야 우리 어쩌면 중국에게 많이 넘어간 걸일 수도 있어. 우리가 모르는 게 많은 거 같아. 우리 이번에 적극적으로 놀아보자.
선생님과 지난 수업에 했던 걸 복습했다. 선생님은 엄지 척을 날려주시면서 지난주에는 정말 감을 못 잡았는데 오늘은 확실히 좋아지셨네요. 열심히 공부한 게 느껴져요라고 칭찬해 주셨다. 듣는다고 몇 번 들은 게 도움이 됐나 보다. 아이들이 함께 했다고 하니 정말 좋은 교육이라며 아이들도 금방 실력이 늘 거라고 했다. 선생님은 단어 시험을 보자고 하셨고 오랜만에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시험을 봤다. 멀리서도 선생님은 내 획 쓰는 순서부터 성조위치 체크부터 꼼꼼히 해주셨다. 채점을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얼마나 확실하고 정확하게 했는 질 보신다. 그리고 2과 진도를 나간다. 성조는 왜 이리 어려운 지 봐도 봐도, 해도 해도 어렵다. 선생님은 두 시간 동안 스트레이트로 수업을 진행하신다. 정확하게 1시간 후에 차 마실 시간 1-2분을 주시고 또 60분을 진행하신다. 120분 수업을 마치고 나면 정말 알차게 시간을 보낸 거 같아 뿌듯하다. 수업 후에는 진이 빠진 게 아니라 좋은 기운이 내 몸을 감싼다. 앞으로의 시간도 기대된다. 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