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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피 Nov 08. 2023

2001년 라디오를 듣는 이유

세월이 무색하기를 바라다


풀지 못했던 문제 해답을 이미 지나쳤던 과거에서 찾게 되는 순간이 있다.  


비슷한 이유로 나는 그 옛날의 기록을 자주 돌이켜본다. 심지어 시기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꽤나 더 오래전이다. 대략 00년대 초반?


세상이 좋아진 탓에 유튜브를 통해 엄청난 과거의 기록들을 접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 내가 제일 애지중지하고 여러번 꺼내 보는 것은 옛날 라디오다.


플레이리스트는 문득 잊고 있었던 명곡으로 채워지는 것은 물론이며, 방송 중간에 들리는 광고는 지금 시대와는 명백히 다른 부분이 있어 색다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02년도에 폐지된 강변가요제의 참가모집이나 대학교 합격발표를 확인할 수 있는 전화홍보 등..







어쨌든 그 중에서 특히 이소라의 음악도시를 참 좋아한다.


2023년의 라디오에서도 당연히 등장하는 단골 소재지만 22년전 내 동년배였던 이들의 연애고민을 듣는 건 참 새롭고 순수하게 느껴진다.


어엿히 기성세대가 되셨을 누군가의 사랑얘기를 듣고있노라면 어떤 해답을 내리셨어도 지금 시점에서는 다 지난 문제일텐데, 그 당시에는 어떻게 해결하셨을까 괜시리 상상하게 된다.


반대로 지금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라디오에 사연을 보낼만큼 중요시 여겨졌던 그 문제가 당신의 인생에서 쉽게 잊혀질만큼 작은 순간이 되었나 물어보고도 싶다.






가끔 우리는 현재의 고민에 나중의 문제를 사서 고민한다고들 말한다. 시간이 지나서 보면 그건 아무것도 아닐거라는 츤데레 같은 위로를 담아.


이 문장이 정말 맞다면 과거 사연자는 내가 물어본 질문에 YES라고 답해야한다. 이제보니 그 문제는 22년 앞에서 사소한 것이었으며 다시 과거로 돌아가게 되더라도, 라디오에 사연을 보낼만큼의 문제가 아니었다고.


하지만 나는 22년 너머의 청취자로서 사연자가 NO라고 답하길 바란다. 해결 되었는지 안 되었는지의 여부는 중요하지도 않은 채, 당신의 고민을 듣고있는 내 시간이 무색해서가 아니다.


지금 내 머릿속의 고민거리들 역시, 훗날 돌이켜보아도 고민했어야 할 문제로 여겨지기 위해. 당신은 다시 돌아가도 라디오에 사연을 보낼 것이며 22년이 지났더라도 그 당시 고민은 고민할 거리였음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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