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요 며칠 통 잠을 이루지 못했다.
노인에게 속았다는 생각에,
괘씸하다는 감정까지 따라왔다.
그가 원했던 건 안정된 노후를 위한 돈이었다.
10년이라는 세월을 그런 식으로 송두리째 들어내는 건 아니었다.
시간을 돈과 맞바꾼다면,
과연 몇이나 돈을 택할까.
하지만 후회하기엔 이미 늦었다.
그에게서 10년은 사라져 버렸다.
머리 위엔 흰머리가 내려앉았고,
얼굴과 손등엔 주름이 깊게 자리했다.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지만,
과연 그가 다른 선택을 했을까.
그는 노인과의 거래가 꿈속에서 이루어졌다고 믿었다.
하지만 어쩌면 꿈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지난 10년의 기억이 완전히 비어 있었다.
사라진 시간은 그를 포함해 주변 사람들에게도
흰머리와 주름이라는 현실로 남았다.
사람들은 그가 10년 동안 어딘가에 숨어 지내다
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그가 쥐고 있던 거액의 돈이
어디서 났는지는 아무도 설명하지 못했다.
어떤 이는 복권에 당첨돼 잠적했다 돌아온 거라 했고,
또 다른 이는 회사 자금을 횡령했을 거라 의심했다.
하지만 그 어느 쪽도 근거는 없었다.
그는 이미 10년 전에 퇴사했고,
회사도 더는 그를 찾지 않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는 정말로 부적절한 방법으로 돈을 벌었고,
꿈속의 노인 이야기는
그 사실을 덮기 위한 변명일지도 모른다.
그게 오히려
사람들을 이해시키기에 가장 쉬운 방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