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미술학원 첫날, 생각보다 긴장했다

2025년 9월 4일 목요일

by 가을하늘 김민규

어제 난생처음 대구 혁신도시에 있는 성인취미미술학원 <나불갤러리>에 다녀왔다. 숙소에서 차로 20분가량 걸리는 거리라 그렇게 멀게 느껴지진 않았다. 평소 걸어서 출퇴근을 하니까 평일에 차를 운전할 일이 없었는데(주로 주말에만 운전하는 편인데), 덕분에 매주 목요일마다 왕복 40분 거리지만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어제는 초행길이라 조금 긴장하며 운전하느라 주변 경치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는데, 다음주부터는 여유를 가지고 퇴근 후 짧은 드라이브를 즐겨야겠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사서 출발하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대형 세단을 구매한 건 정말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이제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퇴근해서 저녁 먹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면서 드라이브하고, 미술학원에 가서 그림을 그리는 일상이 시작되었다.


실내는 인터넷 사진을 보며 상상했던 것보다 좁다는 느낌을 받았다(어차피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되니까 상관없지만).


미술학원 주차장이 생각보다 넓어서 주차장소 찾는데 신경을 덜 써서 좋았다. 다만 도로와 경계석의 턱이 약간 있어 후진 주차할 때 엑셀을 평소보다 조금 세게 밟다 보니, 혹시나 건물 통유리창과 충돌하지나 않을까 살짝 조마조마했었던 게 아쉽다. 실내는 인터넷 사진을 보며 상상했던 것보다 좁다는 느낌을 받았다(어차피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되니까 상관없지만). 미술 선생님(?)의 안내를 받고 한 달 수강료 12만 원을 결제했다. 수업은 매주 목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2시간씩 받기로 했다(시급으로 계산하면 1시간당 1.5만 원이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한 달에 총 8시간이면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막상 수업을 듣고 나니 내 선택이 맞았다는 결론을 얻었다. 내 본업은 직업군인이고, 겸직으로 브런치 작가를 하는 상황에서 매주 목요일 미술학원까지 다니는 것도 나름 버거울 수 있다는 생각인데, 미술학원 수업시간을 더 늘린다면 주객이 전도되지 않을까 우려되었다. 거기다 이번 미술학원 경험을 브런치북으로 연재할 계획이니 글을 쓸 시간도 확보해야만 했다.


수채화를 먼저 시작하기로 했다. 최근에 그린 구름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학원에 가기를 결심한 거니까. 수채화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그때는 유화를 배워보기로 했다(현재까지의 개인적인 목표는 연말에 있는 회원 전시회에 내 작품을 전시하는 거다. 그래서 12월 말까지는 계속 배워볼 생각이다).


선생님은 먼저 내가 가지고 간 화구(畫具)를 점검해 주었다. 스케치북은 일단 통과. 가지고 간 건 예전부터 쓰고 있는 수채화용 '파브리아노 워터칼라 Torchon* 스케치북 270g 4절(패드)'이었고, 최근에 인터넷으로 구매한 건 평량이 280g이다. 수채화는 물을 많이 써서 그리다 보면 종이가 울게 되는데, 300g 이상 되면 그런 현상이 거의 없다는 설명을 해주었다(기존 스케치북을 그냥 쓰기로 했다).


색상: 백색계열, 평량: 270g/㎡, 규격: 4절(386x545mm), 내지매수: 20매, 내지유형: 황목(Rough), 제본: 상단제본형, 특징: 순수 셀룰로오스로 제조된 전문가용 수채화용 스케치북으로 표면에 특수 사이징 처리가 되어 있어 반복된 작업에도 섬유가 쉽게 일어나지 않아 작업성이 우수함. 또한, 색상 재현력이 탁월하고 변색방지를 위한 중성처리가 되어 있어 작품을 오래도록 보관할 수 있음. 출처: 네이버 검색(2025.9.5.)

* Torchon: 토르숑, 토천. 프랑스어로 '행주, 걸레'라는 뜻으로, 수채화용의 표면이 거칠거칠한 종이.


둥근 붓 4개와 납작붓 2개를 가져갔는데 통과. 4B연필과 전용 지우개도 통과. 알루미늄 30칸 팔레트와 물감에서 지적을 받았다. 팔레트에 짜 놓은 물감이 워낙 오래전에 짜놓은 탓에 바짝 마르고 갈라져 있었다. 최근에 주로 파랑, 초록, 검정만 주로 쓰다 보니 나머지 색, 특히 빨강, 주황, 황토색이 심했다. 얼마 전 구매한 수채화 물감 '신한 전문가 수채화 물감 12ml 튜브 20색 세트'도 가져갔는데, 이건 '학생용'이라고 하면서 '신한 최고급 전문가 수채화 물감 SWC 15ml 튜브 32색 세트'와 '신한 전문가 수채화 팔레트 35+2칸 폴리카보네이트(규격: 360x158x24mm)'를 추천해 주었다. 당장 바꿀 필요는 없고, 지금 있는 물감을 다 쓰고 나면 그때 바꾸면 된다고 해서 그러기로 했다.


신한 전문가 수채화 물감: 아티스트가 선호하는 컬러 18색상을 선정해 총 48색으로 컬러 선택 폭을 확장함. 안료 견뢰도 테스트를 통해 선정된 고품질 안료와 아라빅 검만을 사용하여 제조하였기 때문에 제품 보존성이 뛰어남. 안료 밀도 구성 최적화로 비교할 수 없이 높은 투명도를 자랑하며 혼색하여도 선명한 발색과 우수한 투명도를 유지함. 미국 ACMI 기관의 품질 안전성 인증.

신한 최고급 전문가 수채화 물감 SWC: 총 104색의 투명하고 생동감 있는 컬러. 최고급 안료와 잘 정제된 메디움 사용. 최고급 아라빅 검 사용. 최고의 내광성. 우수한 투명도. 출처: 네이버 검색(2025.9.5.)


선생님이 내 그림 실력을 빨리 파악해야 더 많이 가르쳐 줄 것 같아서 전에 그렸던 그림 몇 장을 가져갔다. 정물화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는데, 풍경화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색이 탁하다고 했다. 수채화는 맑고 투명한 느낌을 살리는 게 중요한데 불투명수채화 느낌이어서, 앞으로는 투명수채화 기법으로 그릴 것을 주문했다.


요즘 구름을 그리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니 선생님이 직접 시범을 보여주었다. 깨끗하고 도드라지게 보이는 구름을 수채화로 표현하려면 구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하늘)을 먼저 칠 한 후 가장 밝은 부분은 남겨두고 조금씩 안쪽으로 채색해 들어가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평소에 구름을 그릴 때 하늘을 전체적으로 칠하고 물 묻은 붓으로 여러 번 닦아내며 구름을 그렸었는데, 그렇게 그리는 기법도 있긴 하지만 그러면 종이가 금방 상하기 때문에 탁한 느낌이 난다고 했다. 본격적으로 직접 투명수채화 기법으로 구름을 그려보니 처음이라 그런지 생각처럼 잘되지 않았다(이래서 돈 내고 학원 다니는 거겠지).


2시간이 생각보다 너무 빨리 지나가서 그림을 완성하진 못했지만, 다음 주 목요일에 다시 와서 마저 그리면 되고 앞으로 4개월이란 시간이 있으니까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자신을 타일렀다.


몇 가지 기억나는 것들을 정리해 봤다.

o 화판에 종이를 고정할 때 종이테이프를 쓴다(못 찾으면 선생님을 부르면 됨).
o 검정을 직접 쓰지 않고 보라(퍼머넌트 바이올렛), 남색(프러시안 블루), 고동색(세피아)을 섞어서 쓰는 게 좋다(발색이 좋은 검정 물감은 비쌈).
o 팔레트에 섞어놓은 물감을 붓에 묻혀 칠하기 전에 반드시 별도로 준비한 종이 위에 테스트해 보고 칠할 것(팔레트에서 본 것과 종이에 칠해진 색은 다름).
o 칠하기 전 항상 붓에 남아있는 물기를 제거하자(수건 활용).
o 하늘은 붓 자국이 남지 않는 게 자연스럽다(다 마르기 전에 수정 가능함).
o 겹치는 구름 중 맨 앞쪽 구름의 경계는 확실하게(깨끗하게) 남겨둬야 한다.
o 경계를 구분하는 굵은 선이 드러나면 안 된다(평면처럼 보임).
o 둥근 것보다 뾰족해야 더 산 같아 보인다(둥근 산만 있으면 평야처럼 보임).
o 납작붓은 생각보다 물기를 많이 머금고 있다(쓰기 전 체크 필요).


본격적으로 직접 투명수채화 기법으로 구름을 그려보니 처음이라 그런지 생각처럼 잘되지 않았다(이래서 돈 내고 학원 다니는 거겠지).


P.S. 다음 수업에는 종이 크기를 줄여서 붓을 가지고 노는 거(다양한 나무 그리기)랑 배색하는 걸 연습할 거라고 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