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일기(秋天日記) 20편

2025년 11월 26일 수요일 ~ 11월 28일 금요일

by 가을하늘 추천

2025년 11월 26일 수요일


오늘 아침 19편을 미리 발행할까 하다 그만두었다. 매주 금요일 발행되는 연재를 며칠 당겨 발행하는 게 무슨 큰 죄를 저지르는 것도 아닌데, 뭐가 두려워서 망설였던 건지... 브런치 측에선 독자와의 약속이니 발행 요일을 지키라는 주의문구를 팝업으로 띄우는데, 그걸 볼 때마다 조금씩 연재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왔다. 굳이 연재란 형식으로 계속 글을 써야 하나 싶은.


글을 연재하게 되면 요일별로 글이 메인에 노출되어 독자에게 읽힐 확률이 높아지는 건 사실이지만, 솔직히 내가 쓴 글들은 읽는 사람만 읽는 터라 연재의 도움을 그렇게 많이 받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꼬박꼬박 날짜를 정해 반강제적으로라도 글을 쓰자는 취지에는 연재가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건 틀림없지만, 나처럼 자발적으로 매일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는 오히려 거추장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번에 두 개의 연재를 끝내고 나면, 남은 하나도 최대한 조기에 마무리 지어야겠다.


오늘 쓰는 일기는 20편에 포함된다. 원래 1편당 4일 치(1일 A4용지 1장 분량)를 묶어서 발행하는데, 이번 주는 어쩌다 보니 이틀 동안 4장을 썼다. 할 말이 많았던 건 아닌 거 같은데, 아마도 빨리 이 연재를 끝내고 싶은 마음이 분량을 늘린 게 아닐지. 오늘은 분위기를 딱 보아하니 1장을 넘길 것 같지는 않다. 어차피 이 글은 11월 28일 금요일 19편이 발행되고 난 이후에 20편에 포함되어 12월 5일 금요일에 발행될 테니까, 아니면 룰(rule)을 한번 깨 볼까?


2025년도 이제 1달 정도 남았는데, 슬슬 올해를 정리해 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은 생각이 든다. 매년 12월은 한 해를 돌아보고 다음 해를 준비하는 달이다. 이번 주 주말까지는 평소처럼 일상을 보내고, 다음 주부터는 올 한 해 내가 썼던 글들을 찬찬히 읽어보고 필요하다면 개인적인 감상을 적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한다. 그리고, 내년에는 어떤 주제의 글을 쓸지도 고민해 봐야겠다.


그동안 무작정 생각나는 대로 글을 써왔었는데, 그러다 보니 주제가 매우 편협하고 그 글이 그 글 같았다. 내년에는 좀 더 다양한 주제의 글을 쓰고 싶다. 내년 달력을 펼쳐놓고, 매달 써야 할 주제를 미리 정해놓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P.S. 얼마 전 일기에 소설 한 장을 쓴 적 있었는데, 예상대로 독자의 항의가 들어왔다. 지난번 내 소설을 읽고 앞으로는 당신이 쓴 소설을 절대 읽지 않겠다고 한 그 사람 맞다. 나는 그 사람의 의견을 매우 신뢰하고 있다. 그래서 항상 신경이 쓰이고 무시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아니면 누가 내 글을 읽고 그렇게 적나라하게 깰 수 있겠는가!


2025년 11월 27일 목요일


'을씨년스럽다'란 표현이 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1. 싸늘하고 스산한 기운이 있다. 2. 보기에 살림이 매우 딱하고 어렵다.'라고 나온다. 오늘 날씨가 딱 그렇다. 근데 이 표현을 들으면 '을사년'이 떠오른다. 혹시 어원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또 찾아봤다. 그랬더니...


'을씨년'은 '을년 -> 을시년 -> 을씨년'의 변화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 말이다. '을사년'은 일제가 1905년에 이완용 등 '을사오적'이라 부르는 친일 고관들을 앞세워 강제로 우리나라의 외교권을 빼앗고 통감(統監) 정치를 실시한 해이다. 당시의 외무대신 박제순과 일본의 특명 전권공사 하야시 곤스케 사이에 '을사조약'이 체결되었으며, 우리나라의 외교 사무 일체를 일본 외무성이 관리할 것 등의 다섯 조문으로 되어 있다. 형식적으로는 1910년에 경술국치를 당하여 우리나라가 일본에 병합되었지만 실제로는 이미 '을사조약'으로 인하여 우리나라가 일본의 속국으로 된 것이다. 따라서 '을사년'은 우리나라 민중들에게는 가장 치욕스러운 해다. 이러한 사건으로부터 마음이나 날씨가 어수선하고 흐린 것을 '을사년스럽다'라고 하던 것이 지금의 '을씨년스럽다'로 된 것이다. (출처: 네이버 <오픈사전>, 큐피드 2003-10-20)


네이버 <오픈사전>은 이전에 언급했던 <나무위키>와 비슷한 형태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즉, 이용자가 직접 참여해서 만들어진 사전으로 일부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포함될 수 있으나,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오늘 새벽 누리호 4차 발사가 성공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이번 발사는 민간 방산업체인 (주)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관으로 시행된 거라 더욱 의미가 있다는데, 그럼 우리도 조만간 북한처럼 핵미사일을 갖게 되는 건가? 엉뚱한 상상이지만, (주)한화오션이 만들 핵연료 잠수함과 (주)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누리호가 합체하면 핵미사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예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암살이 한국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강대국들의 음모였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나는데, 물론 사실이 아니겠지만, 북한처럼 한국도 핵무기를 보유하는 걸 찬성하는 나라는 우리 주변에 없을 듯하다. 어찌 됐건 간에 발사가 성공했다니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축하할 일이고,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이 그만큼 발전했다는 걸 전 세계적으로 증명한 거니 좋은 일임은 틀림없다.


오늘은 미술학원에 가는 날이다. 가능하다면 이번 주 안으로 현재 그리고 있는 그림을 완성하고 싶다. 이건 조급함이 아니고 싫증이다. 그림을 그리러 학원에 가는 게 점점 싫어진다. 혼자 숙소에서 그리는 것보다는 그림 실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내가 이 나이에 실력을 키워서 무엇하겠나 싶다.


처음 미술학원에 가려고 했을 때는 부족한 내 실력을 키우고 싶어서 간 게 맞지만, 앞으로도 계속 꾸준히 다니다 보면 실력이 조금씩 나아지겠지만, 한 달에 네 번, 총 여덟 시간의 수업으로 그런 걸 기대하는 게 애초부터 무리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내가 다니고 있는 곳은 성인을 대상으로 취미미술만 전문적으로 하는 학원이니, 아무리 오래 다닌다고 해도 내 그림 실력이 크게 나아질 것 같지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다고 방문 횟수나 수업시간을 늘리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솔직히 말하면 한 달에 십이만 원을 주고 내가 배울 수 있는 게 요즘은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예전처럼 혼자 숙소에서 그리는 게 더 나을 것 같은 생각이다. 계속 그냥 꾸준히 다닐 걸 하고 나중에 후회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은 그렇다는 얘기다. 12월에도 두 번을 더 가야 하는데, 표정 관리가 잘될까 모르겠다.


P.S. <브런치>를 하면서 그런 걸 많이 느낀다. 사람들이 내게 하는 말들이 다 진심은 아니라는 거. '좋아요', '구독하겠습니다', '열심히 읽어볼게요'라고 하는 말들은 대부분 다 '뻥'이다. 나도 솔직히 내 글을 구독하는 사람들의 글을 구독하긴 했지만, 그중에 제대로 읽고 있는 글은 거의 없다. 그냥 '품앗이'라고 생각하면서 의무적으로 구독을 눌렀다. 그래도 양심상 '좋아요'만큼은 못 누르겠다. 글을 읽어봐야 좋은지 나쁜지 알 거 아닌가 말이다. 그리 보면, 내 글이 정말 좋아서 구독하고, 매번 열심히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만나서 업어줘야겠다. 업히는 게 싫다면 맛있는 고기라도 사줘야겠다. 그래서 연예인들이 팬 미팅 같은 걸 하는 건가?


2025년 11월 28일 금요일


오늘 <난생처음 미술학원> 10화 원고를 작성했다. 맨 마지막에 독자에게 그동안 읽어줘서 감사했다는 글을 적는데 기분이 묘했다. 특히 '끝까지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이 부분에서는 살짝 울컥했다. 나는 아직도 열심히 갱년기를 통과 중인 모양이다.


군인이 되면 좋든 싫든 언젠가는 전역을 하게 된다. 의무복무를 하는 군인은 복무기간을 다 채우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전역하지만, 직업군인은 나이 또는 계급정년으로 인해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전역해야만 한다. '임기제 진급' 또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한 '명예전역'으로 정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나가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본인의 정년을 다 채우고 '정년전역'한다. 오랫동안 군대에서 생활한 중/장기복무자에 대해서는 '전직 지원 기간'을 부여해 전역 후 사회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있고, 20년 이상 복무한 군인 중 희망자에 대해서는 전역식 행사를 소속 부대장이 주관해 실시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멋지게 전역식 행사를 준비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곤 했었다. 30년을 군대에서 생활했으니 얼마나 많은 사연이 있었겠는가! 그동안의 군 생활을 되돌아보며 고마웠던 분, 미워했던 사람, 나 때문에 섭섭했을 부하 등등 하고 싶은 말들을 압축하고, 또 압축해서 마지막 편지를 낭독하는 모습을 상상했었는데, 지금은 전역식 행사를 나는 불원(不願)한다. 왜냐면, 그 사람들 앞에 선다면 편지 낭독은 고사하고 눈물, 콧물부터 흘릴 게 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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