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4일 월요일 ~ 11월 25일 화요일
다음 주 월요일, 드디어 <난생처음 미술학원> 연재가 10화로 끝이 난다. 9월 5일 금요일부터 시작했으니 여기까지 오는 데 딱 3개월 걸렸다. 실제로 미술학원은 12월 11일 목요일이 마지막 수업인데, 12월 1일 월요일 연재를 끝내고는 그림 그리기에만 집중하면서 아르쉬지 패널에 작품 2점을 완성할 계획이다.
연말 전시회 참가는 안 할 거고, 그에 대한 미련은 없다. 아직은 내 그림을 전시할 만큼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하다. 물론 유명 화가들도 자기 작품에 대해 100% 만족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말을 들은 적 있긴 하지만, 내 그림은 아직 50%도 내 성에 차지 않는다. 그런 그림으로 전시회라니!
미술학원을 그만두고 그동안 선생님에게 배웠던 걸 차근차근 복습해 볼 계획이다. 혼자 다시 숙소에서 그림을 그리게 되면 또 옛날 버릇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학원에서나 숙소에서나 그림 그릴 때 조급해지는 건 마찬가지였으므로, 혼자 천천히 복습하면서 조급한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연습해 봐야겠다.
지난주 토요일부터 네 번째 단편소설 <귀촌 일기(歸村日記) 2026>을 쓰기 시작했다. 예전 같았으면 쉬지 않고 그냥 끝까지 A4용지 15장을 써나갔을 텐데, 이번에는 연재 형식으로 1주일에 1~2장씩 써볼 생각이다.
총 10화로 이야기를 끝낼 계획인데, 써보다 재미있어지면 15화까지 연장하는 것도 생각 중이다. 여기서 '재미있어지면'은 독자가 아닌 순수하게 내 입장에서의 재미를 말하는 거니 오해가 없길 바란다. 나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쓰는 재주는 없다. 오히려 똑같은 내용을 써도 내가 쓰면 독자가 읽는 재미가 반감(半減)된다. 왜냐면 내 글은 핵심은 빠져있고 항상 주변만 곁 도는 장황한 글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는 방식도 비슷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글을 쓰면서 재미를 느낀다.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들을 정리하면서 조심스럽게 꺼내어 글로 표현하기보다는, 생각나는 대로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써내려 나가는 걸 더 좋아하고, 그러면서 글 쓰는 재미를 느낀다. 그동안 써온 단편소설들이 그랬다. 한 번에 끝까지 써나가면서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재미있었다. 이번 글의 주제는 썩 맘에 들진 않지만, 네 번째 소설도 쓰는 동안만큼은 그전처럼 재미있으면 좋겠다.
지난 1주일 동안 아내의 부탁으로 반려견을 숙소에 데리고 있었다. 부모님의 생신 축하 가족 모임이 1주일 간격으로 있었고, 앞으로는 이런 경우가 없을 거란 짧은 생각에, 평소답지 않게 승낙해 버렸다. 원래 숙소에 애완동물을 키우면 안 되는데, 키운 건 아니고 잠시 데리고 있는 거니까 큰 문제가 될 것 같진 않아서 그랬다.
하지만, 데리고 있는 1주일 동안 혹시나 입주민들의 민원이 들어오진 않을까 노심초사했던 걸 생각하니, 다시는 그런 부탁은 들어주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융통성이 너무 없지 않으냐고 원망을 하겠지만, 어쩔 수가 없다. 나란 사람은 원래 이런 사람이다. 지켜야 할 규칙을 어기는 걸 죽는 것만큼이나 싫어하는 성격이다 보니, 그 1주일 동안 괴로웠다.
매일 물과 먹이를 주고 배설물을 치우는 일은 그전에도 해왔던 일이기에 어렵지 않았지만, 밤늦게 계단에서 들리는 발소리와 문 여닫는 소리에 큰소리로 짖어대는 반려견 때문에 자정까지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목요일 저녁 미술학원에도 갈 수가 없었다. 산책은 꿈도 못 꿨고. '신경이 너무 예민한 것 아니냐'라고 하겠지만, 그렇게 타고 난 걸 어쩌겠는가!
어젯밤 JTBC 드리마 <김 부장 이야기>에서 주인공이 공황장애 증상으로 정신과 의사와 상담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내심 부러웠다. 나도 사실은 드라마의 주인공 김 부장과 유사한 증상을 몇 년 전부터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장 내에서의 이미지가 안 좋아질까 두려워 현재는 병원에 가기가 좀 꺼려진다.
내년 4월부터는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니까, 병원에 가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제대로 종합검진을 한번 받아봐야겠다. 필요하다면 정기적으로 상담도 좀 받아보고. 자주는 아니고 아주 가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날이면 그런 거니 너무 걱정은 안 하셔도 된다.
어쩌다 보니 오늘은 A4용지 2장을 써버렸다. 다시 처음부터 찬찬히 읽어봐도 별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다만,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만큼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서 좋았다. 주말에 강가에 서서 낚시하다 보면, 항상 큰 물고기를 잡을 수는 없었지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언제 들어올지 모를 물고기의 입질을 기다리며 멍하게 서 있는 게 좋았다.
잘 그리지 못하는 그림이지만, 숙소에서 혼자 이젤 앞에 앉아서 하얀 도화지를 형형색색 물감으로 칠하고 있을 때도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퇴근 후 저녁식사 반주로 혼자 소주 몇 잔에 취해서 멍하니 인터넷 무료영화를 보고 있을 때도 그렇고. 어쩌다 코인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를 때, 그 순간만큼은 부르는 노래 가사에 집중하면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서 좋았다. 어쩌면 나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때가 세상 제일 편하고 좋은 모양이다. 내년 4월부터는 그런 하루하루가 매일 반복될 것만 같아 벌써 기대가 된다.
2025년 9월 26일 금요일, 개그맨 전유성이 향년 76세로 사망했다. 나는 그날 내가 아는 유명인 중에 올해 사망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가 갑자기 궁금해져서 인터넷을 검색해 봤고, <추천 일기(秋天日記)> 12편에 그 내용을 정리해 두었다. 그런데 오늘 새벽, 배우 이순재가 향년 91세로 사망했다.
개그맨 전유성이 사망한 9월 26일 금요일 이후부터 현재까지 내가 아는 유명인 중에 사망한 사람이 또 누구인지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인터넷을 검색해 봤더니, 11월 3일 월요일,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남이 향년 97세로 사망했고, 11월 23일 일요일에는 '명랑운동회' 진행자로 유명한 변웅전이 향년 85세로 사망했고, 같은 날 배우 남포동이 향년 81세로 사망했다.
'그렇다면 나는 몇 살쯤에 죽게 될까?'
보통 궁금한 게 생기면 네이버를 검색하게 되는데 '나무위키' 자료를 자세히 읽어보는 편이다. '누구나 기여할 수 있고, 검증되지 않았거나 편향된 내용이 있을 수 있어서' 100% 신뢰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들어보지 못했던 일화나 생각해보지 않았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등 내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오늘 '평균 수명'에 대한 내용을 읽다 보니 이런 내용이 내 눈길을 끌었다.
'전 세계의 평균 수명은 약 73세이며 남성 평균 수명은 71세, 여성 평균 수명은 73세이다. 2022년 보건복지부 발표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 수명은 83.6세이다. (중략) 남녀 간 수명 차이에 대해서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라는 주장과 환경적 차이, 즉 생활습관이나 사회 문화적 차이 등 여러 설이 있는데, 남자가 술/담배를 더 많이 하고, 사고도 더 많이 겪고, 범죄/전쟁에 더 많이 희생된다. (중략) 남성의 수명이 짧은 가설 중 하나는 남성의 생식 기전에 있다. 태아 시절부터 정해진 개수의 난자를 가지고 사춘기 이후부터 주기적으로 난자를 소모하고 일정 이상 나이대에 도달하면 생식 능력을 상실하여 더 이상 임신이 불가능해지는 여성과는 달리 남성은 2~3일 주기로 수억 개에 달하는 정자를 생산하고, 죽을 때까지 생식 능력이 평생 유지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세포 분열이 매우 심해서 그만큼 노화를 앞당긴다는 설이다. 이와 관련하여 거세된 남성은 일반 남성에 비해 장수하는 경향이 있다. 과거 환관들이 대부분 장수했다는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사료된다.' (나무위키, 최근 수정 시각: 2025-11-08 14:28:04)
최근에 읽은 기사 중에 전립선암 예방을 위해 자주 사정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는데, 위의 내용과 상반되는 것 같아 헷갈리기 시작했다.
'국제학술지 <유럽 비뇨기학>에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미국 보스턴대학교 연구진이 1992년부터 2010년까지 장기 추진한 데이터를 분석해 약 3만 2천 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사정 빈도와 전립선암 발생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20~29세 남성 중 한 달에 21회 이상 사정한 사람은 4~7회만 한 사람보다 전립선암 발병 위험이 약 33% 낮았다. 40~49세 연령대에서도 위험 감소율은 32%로 나타났다. 다만, 연구자들은 이번 결과가 인과관계를 완전히 입증한 것은 아니며, 추가적인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은지 기자, 입력 2025.11.01. 오후 8:05)
그렇다면 섹스리스(sexless) 부부와 그렇지 않은 부부 중 어느 쪽이 더 건강하게 오래 사는 걸까? 만약에 남성의 왕성한 생식 능력이 여성에 반(反)해 상대적으로 평균 수명을 짧게 만드는 요소가 정(正)설이라면, 장수를 위해 노년에는 거세하는 쪽을 선택해야 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 설령 그 말이 사실로 입증되더라도 나는 장수를 포기하는 쪽을 선택할 것 같기는 하다. 물론 에디 레드메인이 주연한 영화 <대니쉬 걸(2016)>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한 번 살아볼까 하는 생각을 전혀 해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말이다.
P.S. 어제 일기에서 '지켜야 할 규칙을 어기는 걸 죽는 것만큼이나 싫어하는 성격'이라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그 정도는 아닌 듯하다. 솔직히 '죽는 것만큼'은 아니다. 정해진 규칙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말을 강조하고 싶어서 한 말인데, 어쩌면 그건 소신을 지키려는 의지보다는 남들에게 비난받지 않으려는 심리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다.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지 않으려는, 상처받기 싫은 마음이 규칙은 반드시 지켜져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나타난 걸 거다.
예전에 기시미 이치로와 고가 후미타케가 쓴 <미움받을 용기>란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전까지 이런 종류의 책은 잘 읽지 않았었는데, 읽는 동안 꽤 마음의 동요가 심했었던 기억이 난다. 나란 사람은 '남들에게 미움받는 걸 죽는 것만큼이나 싫어하는 성격'이고, 내게 지금 절실히 필요한 건 '미움받을 용기'이다. (이번 주는 이틀 만에 분량을 다 채웠으므로 <추천 일기> 19편은 여기서 끝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