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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돋움 Jan 04. 2024

나를 닮은 강아지.

이 아이는 대체 어떤 일을 겪었던 걸까?


어제 아침 가슴을 먹먹하게 했던 강아지를 보고 내가 느꼈던 절절한 궁금증은 당일 저녁 선배언니의 입에서 나에게로 다시 되돌아왔다.


너는 대체 어떻게 살아왔던 거니?


질타나 추궁이 아니었다. 거나하게 취한 선배가 그동안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나에 대한 근원적 궁금증을 취기가 잠시 꺼내보여 준 것이었다. 나를 물끄러미 보다 조용히 읊조리고는 소주잔을 들었으니 대답을 바란 질문도 아니었다. 그저, 한 인간에 대한 아득한 연민이었다. 선배는 내가 살아오면서 소속이란 명목하에 이름을 올렸던 많은 테두리를 통틀어 처음으로 대인관계가 주는 안정감을 경험하게 해 준 사람 중 하나였다. 나에게서 대인관계란 곤혹스럽고, 부자연스러우며, 불편함에 몸이 뒤틀리지만 꼭 해내야만 하는 일종의 생존목표 같은 것이었다. 그런 내가 뜬 기름이나, 잠시 가라앉았다 언제든 혼탁해질 수 있는 부유물이 아니라 용해되는 안정감이 생겼다는 건 새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전의 삶이 아니라, 새 삶을 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직도 나는 과거 속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하고, 한 발을 걸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 나를 18년 동안 지켜본 이 선배의 눈에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나는 왜 그토록 두려움에 떨고 있던 그 강아지가 가슴 아팠던가?


닮아... 있었던 모양이다. 

내가 나를 보고 있는 듯했던 모양이다. 

선배의 눈에 비친 나는 가련한 강아지였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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