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
그러네
꽃이 폈는데. 아직 못 봤는데... 비가 와.
다 떨어지지는 않을 거야. 주말에 공원에 함 나가 보던가.
퇴근하고 들어오자마자 수건 네 면의 모서리를 엄지와 검지로 잡고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할 수 없다는 듯 양쪽 눈동자를 왼쪽 오른쪽 번갈아가며 모서리의 접점을 찾고 있는 신랑이 나의 느닷없는 꽃타령에 시선은 수건에 고정한 체 건성으로 대답했다. 신랑이 반응이 시큰둥하자. 엄마 오셨어요? 하며 자기 방에서 쏙 고개를 내미는 둘째에게 득달같이 달려갔다.
이번주 주말에 엄마랑 꽃 보러 갈까?
아빠랑 가세요. 둘이 부부잖아요. 그런데는 부부끼리 가는 거예요. 식탁 위에 5만 원만 올려놓고 가심 돼요.
시선을 고정할 수건이 없었던 둘째는 애먼 머리카락만 극적이다 다시 방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5만 원 같은 소리 하네...
흠... 재미가 없다. 나의 이 넘치는 감수성과 봄에 취하고 싶은 감성을 나눌 사람이 이토록 없단 말인가?
남자는 여자 마음을 모른다. 이래서 여자는 딸이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어쩌겠는가 삼신할머니가 아들만 둘을 보내주셔서, 그 기세에 셋째는 또 아들일까 지레 겁먹고 신랑을 병원으로 고이 보냈으니. 주말에 친구들이나 만나야겠다.
시큰둥한 나를 보고 슬슬 눈치를 살피던 신랑이 수건 모서리를 꾹꾹 누르며 각을 잡다가 한마디를 건넨다.
TV 여기저기 돌려볼까? 봄이라 꽃 나오는 데가 있을 것 같은데.
헐....
말을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