뿅...
아침까진 괜찮았는데, 퇴근길 노란색 경고등이 계기판 밑에 떴다.
엔진 경고등.
한 6개월 전에도 떴었다. 이 녀석이. 구면이라 금방 알아봤다.
또 무엇이 문제요? 내가 13년째 그대가 고생 중인 것은 익히 알고 있고, 아침저녁으로 먼 거리는 아니지만 추울 때는 따습게, 더울 땐 시원하게 돈 버는 대랑 집이랑 실어다 날라준 공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이토록 자주 옐로카드를 들이미시면 나로서도 곤란하오....
눈을 개슴츠레 뜨고 투덜거려도 소용없다. 경고등이 떴으니, 일단 정비소엔 들러야 한다. 그런데, 십수 년을 다닌 단골 정비소가 얼마 전 문을 닫았다. 그렇다고 10년 지기 아반떼를 아무 데나 맞기는 건 싫었다. 이건 아픈 가족을 치료해 줄 병원을 찾는 일이나 진배없다. 주위에서 정비 잘하는 집을 찾아 수소문 한 끝에 한집을 찾아 다음날 출근길에 정비소 앞에 차를 주차해 두고, 신랑차를 타고 출근했다.
오전 10시쯤 드디어 정비소에서 연락이 왔다.
엔진 점화 쪽에 문제가 좀 생겼단다. 센서를 교체해야 한다고...
네 사장님 교체해 주세요.
이 차가 6개월 전에도 경고등이 떴었던데. 계속 그러면 차를 새로 구입하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아.. 네..
자동차 병원에선 자동차가 문제가 생기면 수술도 하지만, 자동차를 갈아치우라는 말도 해준다.
나는 자동차가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었다.
차량 자체의 성질이 너무 더럽습니다. 이건 A/S 받아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리고 자동차 표면이 너무 까칠해요. 이렇게 까지 진행되는 경우는 드문데, 거기다 연비가 너무 좋지 않습니다. 그냥 차는 안 나가고 기름만 들이키는 수준이네요. 일전에 자동차가 다른 차를 들이받고, 조용하긴커녕 클랙슨 소리가 미친 듯이 울려서 애를 먹었다고도 하셨죠? 흠... 저는 도저히 손봐드릴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그냥 바꾸시죠!
라고 말할 듯...
내차 아반떼는. 티코와 모닝을 보내고 처음으로 가진 나의 준중형차다. 3년 된 중고이긴 했지만, 처음 착석했을 때와 드라이빙의 순간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어찌나 차가 넓고, 핸들링이 죽이던지. 거기다 더울 때는 땡볕에서 40도를 넘는 더위를 참아가며, 추울 때는 문짝이 열리지 않을 정도로 꽁꽁 얼어버리더라도 내가 주차해 놓은 자리 그대로 그 자리에서 내가 다시 키로 차문을 열라는 신호를 보낼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그 충직한 녀석을 나는 버릴 생각이 조금도 없다.
요즘 차는 360도 어라운드 뷰로 주차할 때 좁은 공간도 다 보여주고, 고속도로 운전할 땐 크루즈로 알아서 운전도 속도 맞춰가며 해주고, 추울 때는 핸들열선이 있어 겨울운전으로 장갑도 필요 없다고 한다.
나는 아직 키를 꽂아 30도를 돌려 시동을 켜고, 주차할 땐 후진주차 센서만 있어, 전면 주차는 시도해 본적도 별로 없으며, 차 안에 그 흔한 내비게이션, 휴대폰 자동충전기 없이 지금은 잘 팔지도 않은 CD 플레이어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지만, 그래도 나는 이 녀석이 도로에서 열심히 일하다 더 이상 엔진을 움직일 수 없다는 진단을 받는 그날까지 함께 하련다.
주인을 닮아 범퍼는 긁히고, 문짝은 찍히고, 와이퍼도 군대군대 녹이 슬기 시작한 아반떼야 같이 늙어가자.
내가 막 돈이 없어서 너랑 같이 오래오래 함께 가자고 이야기하고 그러는 게 아니야!
알지 내 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