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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보 Feb 08. 2024

테트리스에서 시작하여 엄마가 문제인 걸로.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일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는 단 한 번도 변하지 않는 답이 늘 준비되어 있다.

청소, 정리.

그리고 내게 잘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쌓기. 뭐 일종의 테트리스?

나는 테트리스 게임을 잘한다. 그래서인지 어딘가에 물건을 잘 끼 놓는 것은 수준급이다. 끼 놓는 것이지 그것을 어딘가에 잘 정리한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작년 말 미국에 사는 13살 아이가 테트리스 끝판왕이 되었다는 기사가 있었다.

부럽다. 나는 늘 테트리스에 진심이었지만 끝이 있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한 일이다.

킬스크린(Kill Screen), 코딩의 한계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없게 되는 상태

주로 옛날의 비디오 게임에서 나타나던 현상들로 유명한 킬스크린으로 '팩맨'이 있다. 팩맨은 8비트 게임으로 저장용량이 8비트(저장할 수 있는 값은 0~255의 총 256개)이므로 레벨 256에 도달하면 레벨을 0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한다.(나무위키 참조)


테트리스 레벨 157, 소년이여 존경한다!


내 어린 시절 우리 집 골목 아래에 오락실이 있었다. 나는 용돈을 받으면 자주 그 오락실에 가곤 했는데 내가 그중에 제일 좋아하는 게임 3종은 '테트리스'와 '팔구' '스노게임'이었다.

뭐 이름은 다들 그 시대 오락실 좀 다니셨던 분들이라면 아실 듯.

그중에 제일이 테트리스였다. 그런데 그 테트리스 게임에 끝이 있었다니... 내게는 그 소년이 그 누구보다 존경스럽다.

ChatGPT

  요즘 방학을 맞은 우리 꼬마 삼총사와 나의 가장 큰 다툼의 원인은 핸드폰 게임에서 시작한다.

숏폼, 유튜브 시청에서 시작하여 핸드폰 게임을 장시간 하고 있는 모습은 나를 가끔 '이성을 잃은 엄마' 이게 할 때가 있다. 그런데 나는 왜 아이들과 이 핸드폰이라는 주제를 놓고 늘 다투고 있는가 생각해 보면 엄마인 나의 욕구는 아이들이 '적당하게' 책을 좀 읽어주었으면 좋겠고, 내가 닦달하지 않아도 매일 조금씩 학습지와 태블릿 학습을 좀 했으면 좋겠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애들이 사실적으로 많은가? 절대 아니지.

결국 화내기로 한 것은 나의 선택. 내 욕심이며 아이들이 내 욕구대로 행동하길 원하는 못난 마음에 비롯되었음이다.


 얼마 전 유퀴즈에 중독과 관련하여 신영철 교수가 나온 편을 매우 흥미롭게 보았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쥐의 관한 이야기?

'네 마리의 쥐에게 마약을 먹이면 나중에 그중 한 마리는 마약을 먹지 않는다. 어떤 쥐?

바로 리더 노릇을 하던 쥐.

리더의 역할을 하는 쥐는 자신의 역할을 마치기 위해 마약을 먹지 않는다. 결국 '사회적인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말해준다. 그리고 그 사회적 역할을 부여해 주는 것이 바로 가족들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나는 아이들에게 너 핸드폰 중독이 아니냐고 소리 지르면서 그 아이들에게 사회적인 역할을 주어주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우리 막내는 가끔 설거지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나는 "나중에, 힘들어, 위험해" 이 세 문장을 반복하고 있다.

엄마를 돕고 싶어 하는 가족의 일원이 되고 싶어 하는 녀석에게 나는 그대로 아이의 욕구를 좌절시키는 언어폭격을 하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 보면 그 원인은 내가 귀찮고 싶지 않아서다.

싱크대 앞에 키가 맞지 않는 아이에게 우선 발판을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고, 물을 튀기면서 할 거라 단정 짓고  싱크대 바닥을 치워야 할 걱정을 먼저 했고, 그리고 나는 그냥 빨리 나 혼자 하고 싶었다. 순전히 '나 중심'.

나는 그로 인해 아이의 사회적 역할을 저 아래로 사라지게 하고 다시 핸드폰에 손을 꿈틀꿈틀 대게 만들고 만 것이다. 하... 이것도 결국 원인은 엄마란 말인가.


 숏폼을 보느라 새벽을 넘기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그것은 질병입니까?"

게임을 하는 이에게 묻는다. "게임을 몇 시간 하면 중독입니까?"

그런데 여기서 전문가는 말한다. 그것은 중독이 아닌 지금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환경 속 한 모습이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숏폼과 게임을 많이 보고 안 보고, 많이 하고 안 하고 가 아니라 그로 인한 일상에 지장이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에 맞추어 우리 집 꼬마들을 살펴보면 적어도 아이들은 한참을 보고 있다가 학원 갈 시간이야, 30분 뒤에 끊자라고 했을 때 적당하게 끊고 자리로 온다거나 때로 10분만 더 보면 안 될까요라고 묻는다.

그래, 우리 아이들은 중독은 아닌 것으로 그렇게 믿자.

지금은 그냥 방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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