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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Oct 20. 2023

안해도 문제, 해도 문제 생리.

 생리는 여자라면 한달에 한번 걸쳐 지나가는 관문이다. 생리전증후군에 시달리며 온갖 짜증과 배가 불룩하게 나오는 불편함과 가슴이 아파지는 현상이 나타나며 불편한 일주일을 예고한다.

 생리가 시작하면 바로 빨간 피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갈색피가 조금씩 나온다. 생리주기가 일정하다면 미리 어플을 보고 예측해서 생리대를 부착해 놓을 수 있다. 그러나 주기가 일정하지 않거나 갑작스럽게 생리가 시작된다면 속옷을 더럽히곤 한다. 불편한 생리대를 착용하고 나면 어쩐지 세상의 모든 것이 싫어진다. 매일 앉아있던 사무실 의자도 불편하고 편하게 입는 바지도 어쩐지 불편하다. 모든 것이 불편하여 머릿 속에는

 '집에 가고 싶다. 눕고 싶다'

 하는 생각만 가득찬다. 그런데 막상 집에 가면 편히 누워있지도 못한다. 어쩐지 생리가 샐 것 같은 불안함에 커다란 생리패드를 붙이고 양이 많은 둘째, 셋째날에는 수건을 깔고 자기도 한다. 이런 일을 폐경 전까지 계속해야한다는 사실이 너무 힘들다. 불룩나온 배와 컨디션은 너무 좋지 않다.


 임신을 준비하기 전, 생리는 너무나 불편하고 힘든 일 중의 하나였다. 물론 임신을 준비하면서도 생리는 여전히 불편하고 힘들다. 그런데 이제는 생리를 기다리게 되었다. 생리가 시작한다는 것은 다시 한번 임신을 준비해도 된다는 신호이다. 남편과 3주동안 열심히 준비하고 조심하였던 일이 잘 되지 않고, 착상이 되지 않고 나의 자궁내벽이 아이를 품지 못하고 흘러내린다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생리를 시작하면 나는 임신을 또 시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생리주기가 일정한 사람이라서 항상 생리를 정확한 날짜에 했기 때문에 생리에 대한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임신을 시작하면서 임테기를 통해 임신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면 왠지모르게 생리가 어서 시작하기를 기다리게 되었다. 생리가 시작되고 생리기간을 보내면 임신을 할 수 있겠지. 하는 생각에 얼른 차라리 생리를 해서 임테기의 노예나 초조함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임신을 준비할 때는 생리가 시작되면, 슬펐다. 그리고 때로는 안도하기도 했다. 남편하고 몇번 더 놀면 되지 하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 불편했지만 생리를 하면 생리 기간에 편하게 술도 마시고 커피도 마셨다. 그런데 임신준비기간이 점점 길어질 수록 이상하게 생리주기가 조금씩 밀리거나 빨리 하기도 했다. 생리주기가 하루이틀 늦어지면 이상하게 한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기대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네이버에 이런 것들을 검색했다.

 "생리지연 임신", "생리예정일 후 두줄" "늦은착상"

 따위를 검색하면서 희망회로를 돌리기 시작했다. 혹시 임신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매일 단호박을 보여주는 임테기에도 임테기를 생리를 시작할 때까지 계속했다.

 유산 후에는 이상하게 생리양이 줄어서 생리기간이 되면 불안함을 느꼈다. 검사를 통해 나의 amh 수치가 낮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생리양이 예전보다 적어지면서 내 자궁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과 혹시나 임신으로 인한 부정출혈인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온갖 생각이 스쳐지나가며 냉탕과 온탕을 왔다갔다 했다. 그러면서 생리에 대한 나의 걱정과 근심 안도감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나의 초조와 불안을 자궁도 알았던 것인가? 나의 생리주기는 점점더 불규칙적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생리가 늦어지고 생리의 양이 급격하게 줄었다. 나의 임신에 대한 스트레스가 15년을 넘게 해오던 일정하고 규칙적이던 나의 생리를 변화시키고 있었다. 자궁은 예민한 존재라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나를 컨트롤 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아마 임신이 되어야 이게 끝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이렇게 불안해하는데 임신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놈의 생리는 해도, 안해도 너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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