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의 가장 큰 이슈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1심 선고였다. 한 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등 1심 재판에서 재판장은 특검의 구형량보다 8년 더 많은 23년 형을 선고했다. 검사의 구형량을 상회 하는 이 같은 가중처벌은 한국 사회에서 꽤 드물게 일어난다. 그래서 적어도 한 총리의 재판을 판결한 판사들은 ‘12.3 내란’의 심각성을 감지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한덕수의 23년형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 선고를 앞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량에도 영향을 주리라고 많은 사람들이 예측한다. 그런 점에서 (23년 형도 적다고 여기는 시민들도 많겠으나) 한 총리 재판은 내란 청산에 대한 의지를 비교적 올바르게 표명한 재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전 국무총리에게 가중처벌을 선고한 재판장의 얼굴은 무표정했지만 어딘가 쓸쓸해 보였다. 판결문을 읽으며 울컥했다는 이야기도 나오니 그에게서 쓸쓸하고 슬픈 정서를 느꼈다고 해도 대단한 과장은 아닐 것이다. 그의 얼굴을 계속 바라보고 있노라니 스터디 사람이 일러준 말이 기억났다. 이번 신춘문예에서 ‘계엄’ 소재 소설에 대한 심사평은 아예 빼버렸대. 선정 안 되는 건 그렇다 치고 말이야. 너 ‘계엄’에 대한 소설을 쓰지 않았어? 그렇지. 그의 말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아서 주요 일간지의 신춘문예 심사평을 되는대로 검색해봤다. 내가 본 모든 일간지 신춘문예 심사평에 계엄을 다룬 소설들에 대한 말은 조금도 나오지 않았다.
물론 ‘12.3 불법 계엄’을 다룬 소설을 굳이 당선작으로 올리고 이런저런 상찬을 하라는 건 아니다. 사실 1년 조금 넘은 사건에 대해서 바로 완성도 있는 작품을 쓸 사람은 거의 없을 테니까. 게다가 지망생들 중에선. 하지만 설익고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인상을 받았다면, 다루려는 사건에 비해 작품의 품과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라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마치 계엄에 대한 작품들이 아예 없었던 것처럼 언급조차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미 몇몇사람들이 예측하고 있는대로 일간지들이 12.3 불법 계엄을 이미 정파적인 문제로 판단하고 심사위원들과 참여자들의 목소리를 지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물론 심사위원들의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문학과사회>나 <창작과비평> 같은 문예지들은 이미 12.3 계엄 특집호를 냈다. 시대의 문제를 자기들의 주관적인 감각으로 문학화하는 문인들에게도 12.3 불법 게엄은 중대 사건이었는데, 엄연히 정치부, 사회부가 존재하는 일간지 신춘문예에서는 계엄의 ‘계’자도 없다는 게 말이 되나.
12.3 불법 계엄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었던 심사평에는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으로 인한 한국문학의 생명력 내지 활기에 대한 이야기가 천편일률적으로 들어섰다. 신춘문예에 투고되는 작품 숫자에 따라 한국문학의 생명력이 달라진다는 생각에도 웃음이 나오지만, 한강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소년이 온다』에 대해서 제대로 생각이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소년이 온다』의 시대적 배경에는 5.17 불법 계엄이 포함되어 있지 않나?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 맞서 싸우고자 했던 악행이자 비극으로서의 5.17. 그들은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정치적인 사건이 아니게 되는 것인가. 오히려 5.18은 5.17이라는 폭력에 대항하고 새로운 시민정치가 실행되는 장이기도 하지 않았나. 이에 대한 고민은 하나도 없이 국가폭력을 고발하고 시민들의 분투를 그린 문학을 ‘한국’의 문학으로, 그래서 ‘한국’을 ‘문화강국’으로 미화하는 작태에 신춘문예 심사평도 동조하고 있지 않은가. 씁쓸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