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고 온 동네가 얼었고 학교는 문을 닫았다.
지난 겨울에 쓴 글인데.. 지금 아닙니다 ㅎㅎ
여기는 미국의 텍사스주의 달라스라는 동네이다. 텍사스라는 곳은 뜨거운 사막에 늘 더울 것 같다는 오해를 흔히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겨울이 되면 대책 없는 추위 때문에 당황스럽다. 지구가 아파서 그런 건지 왜인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곳은 더 이상 따뜻하기만 한 곳은 아니다. 서론이 길었지만 나의 세 명의 아이들은 오래간만에 내린 눈 때문에 신이 났다. 나는 이미 꽁꽁 얼기 시작한 도로를 엉금엉금 기어서 간신히 아이들을 태워서 집에 데려다 놓았고, 가슴을 쓸어내렸건만 아이들은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바깥으로 뛰쳐나가서 열심히도 놀았다. 나는 그런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서 한참을 바라봤다. 그리고 얼마동안이라도 핸드폰과 TV보다 더 재미있는 놀잇감이 되어준 눈에게 너무 고맙다.
반찬통을 가지고 나가서는 "얼음벽돌"을 만들더니 차곡차곡 쌓아서 뭔가를 만들어 낸다. 밖에서 아이들이 한참 이렇게 놀고 있을 때 학교에서 긴급 공지가 왔다. 내일 학교 문을 닫는다고. 한국으로 치면 영하 3도 정도 되는 날씨인데 눈 때문에 도로 사정이 좋지 않으면 학교 문을 닫는다. 날씨를 보니 아무래도 그다음 날도 닫을 기세다. 이 세 아이들과 어떻게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눈 때문에 온 세상이 멈추었다. 아니 어디선가 이런 날씨에도 어쩔 수 없이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야 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적어도 우리의 세상은 꽁꽁 얼어붙었다. 집 앞이 빙판이라 마트에도 갈 수가 없다. 세상이 꽁꽁 얼어붙은 덕분에 미루고 미루던 브런치 글도 쓰게 되네... 첫 글이 너무 시시하지만 일단 써보는 데 의의를 둔다. 한 2년 정도 망설이던 일이 한순간에 시작되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애 셋을 키우면서 책 보는 거 좋아하고 일기 쓰는 거 좋아하고 자연을 좋아하는 평범한 아줌마인 내가 과연 무슨 쓸 말이 있을까 싶어 미루고 미룬 지 어언 몇 년 째인데... 심심하니까 이렇게 무모한 도전을 하게 되네. 눈아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