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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디자인할 용기

디자이너는 배짱으로 산다! - 위현서

2024년인 지금, 이제 AI가 글도 써주고 디자인도 해주고, 심지어는 실사 영상까지 만들어내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런 세상에서 과제와 디자인 작업을 하며 느낀 것은 어디서 본 듯한 양산형 디자인은 이제 완전한 단순 노동이 되었다는 것과 감각 없는 디자이너(하고 싶은 사람)들은 큰일 났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제 디자이너는 자신만의 것을 제시할 용기를 가지고 사람들에게 ‘다음 단계의 미감’을 보여주는 사람이어야’만’ 한다. 자신의 취향을 파고들어 새로운 미감을 발견하고 가공하여 선보이는 것. 어찌 보면 예술가의 영역이나, 이젠 디자이너에게 예술가적 능력을 더욱더 요구하게 될 것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다만 디자이너는 작품의 형태보단 상품의 형태로써 그 능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자신만의 미감을 용기 있게 선구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디자이너 중 하나가 칸예 웨스트이다. 그가 최근 몇 년 간 일으킨 문제적 행동들과는 별개로, 그가 디자인에 관해 우리 시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그의 YEEZY는 지난 10년 동안 사람들에게 새로운 실루엣, 새로운 미감을 선보였고 디자인 산업의 트렌드를 주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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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EZY의 신제품들은 과감한 형태 때문에 항상 초기에는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평가를 받았지만 결국에 그의 디자인 요소들이 트렌드로서 다른 디자인에 녹아든 것을 보면 그의 감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예시로 YEEZY의 최근작 중 하나인 YEEZY SLIDE는 디자인 공개 당시 ‘욕실 슬리퍼’ 같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후에 그 실루엣은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슬리퍼 실루엣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제 그의 디자인은 패션 분야를 넘어 최근에는 YEEZY TECH, YEEZY HOME 등을 론칭해 건축과 제품 분야에까지 그의 디자인적 영향력을 펼치고 있다. 

잘릴 페라자 인스타그램 (@jalilperaza)
deezen.com
킴 카다시안 인스타그램 (@Kimkadasian)

위 사진은 필자가 꽤나 충격을 받았던 디자인으로, 몇 년 전 칸예 웨스트의 집을 소개하는 인터뷰에서 등장한 싱크대이다. 칸예가 직접 디자인했다고 한 단순한 네모 형태의 구멍 하나 뚫려있는 것이 전부인 이 싱크대는 미니멀리즘과 브루탈리즘의 팬인 칸예의 미감과 그 미감을 야만적이고 극단적으로 표현하는 그의 디자인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취향을 과감하게 다음 단계의 미감으로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의 디자인이 급진적임에도 결국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뮤지션으로서 칸예 웨스트의 유명세와 그의 디자인을 멋지게 소화해 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는 점이 기반이 되었다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오히려 그가 처음 그의 과감한 디자인을 선보일 때 그가 이전까지 쌓아 놓은 명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그만큼의 두려움 또한 있지 않았을까.

(다만 최근 몇 년 간 칸예는 이전보다 더욱 과감한 (골 때리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이번에는 칸예 웨스트의 선택이 틀렸기를 조심스레 바라 본다.)

https://murmur.ru/mur/Narjady_dlja_voskresnojj_sluzhby_V_chem_Kane_Uehst_s_zhenojj_khodit_v_cerkov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고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새로운 것을, 혹은 자신만의 것을 완성도 있게 선보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에 과제나 작업을 하다 보면 ‘아. 그냥 있는 거 할까’라는 안정적인 선택의 유혹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러나 앞으로 디자이너로서 살아남기 위해, 또 자신의 디자인이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만의 것에 대해 고민하고 앞으로의 시대에 새로운 미감을 선보이겠다는 태도를 갖자는 것을 나 스스로와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별로 성공적이지 못한 실험일지라도 진부한 아름다움 보다는 낫다”
-베르너 펜톤-



서울대학교 디자인 연합(SNUSDY) 인스타그램 | @snu_sdy.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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