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친구였다.
깡마르고 크지 않은 키는, 내 몸의 반밖에 되지 않은 왜소한 몸이었지만, 그 안에서 발산하는 호탕한 웃음은 작은 몸을 집어삼켰다.
커트머리는 작은 얼굴을 더 작아 보이게 만들었고, 눈이 나빠 낀 안경은 팔랑거리는 15세 소녀를 지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중학교 때 짝꿍을 통해 만난, 서태지를 좋아하던 그 아이와는 한 번도 같은 반이 된 적은 없었다. 네 친구가 내 친구고, 내 친구가 네 친구이던 우리의 그때는 서로가 그렇게 다 친구였다.
중학교 시절 안면을 트며 인사하고 스쳐 보내던 그 아이를 고등학교 들어가 1학년을 맞이한 새로운 교실에서 만났다.
오가며 만난 반가움에 우리는 금방 친해졌다.
그렇게 한 학기를 같이 보내던 어느 날 우리 반에 누군가 전학을 왔다.
"안녕, 나는 안산에서 왔어."
새까만 피부에 큰 편에 속하는 키, 짝눈을 안경으로 가리고 있었다. 같은 단발머리인데 땡글땡글한 나와는 달리 깍쟁이 같아 보였다.
말투는 또 어떤가, 촌스러운 틈에서 발산하는 도시스러움은 거리감을 자아냈다. 그러나 예뻐 보이는 외모는 왠지 모를 호기심을 자극했고, '야!'라고 외치는 자극적인 부름과는 다른 '너네는, '하고 다정하게 부르는 목소리는 나긋하고 친근했다.
큰 키에서 상상할 수 없는 자태로 뿜어져 나오는 귀여움은, 남녀공학이었다면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겠지만, 여고라는 이유로 모성본능을 자극했다.
세련돼 보이는 모든 것이 새로움이 되어, 열일곱 여고생 마음에 부러움으로 먼저 다가갔는지, 촌스러운 외모로 우습지도 않은 실없는 농담을 남발하는 모습이 신기해서 먼저 다가왔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언젠가부터 우린 딱 붙어 다니게 되었다.
야리야리한 몸짓, 똑 부러지게 매서운 눈빛을 가진 소녀.
쭉 뻗은 키에 까만 얼굴, 새침한 요조숙녀.
단발머리에 통통한, 소심하지만 웃기던 아이.
그렇게 어디 하나 맞물리지 않은 열일곱 세 소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