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이 분식집이라는 게 좋았다. 맛있는 돈가스를 언제든지 먹을 수 있어 더 좋았다.
초록의 건강한 냄새가 나는 비빔밥보다 노랗고 바싹한 냄새를 풍기는 돈가스가 나는 더 좋았다.
살림집과 이어진 분식집 주방엔 항상 소스와 수프가 중탕으로 불 위에서 데워지고 있었다. 그 옆엔 아침마다 새로 부어 놓은 옥수수 빛깔을 내는 기름이 커다란 튀김 볼에 담겨 일렁이고 있었다. 냉장고에는 새벽마다 깨끗한 사이다병으로 두드려 적당한 두께로 골고루 잘 펴진 고기가, 밀가루 속옷을 입고 계란 물에 빠졌다가, 빵가루 파티복을 걸치고 완벽한 돈가스로 변신해 있었다.
그 시절 난 국민학교 6학년이었지만, 완벽한 돈가스요리를 접시에 담아낼 수 있었다.
먼저, 커다란 돈가스용 접시를 꺼내 곱게 채 썰어 놓은 양배추를 소담스럽게 올리고, 케첩과 마요네즈를 별 모양으로 뿌린다. 그리고 바로 옆으로 마요네즈와 설탕을 적당히 넣어 버무린 하얀 마카로니 샐러드를 한 숟가락 떠서 놓는다.
마지막, 통조림 옥수수의 노랑으로 구색을 갖춰 색색으로 예쁘게 담아 준비한다.
이제 냉장고에서 빵가루를 걸친 돈가스를 꺼낸다. 예쁜 돈가스를 먼저 기름에 빠뜨리면 큰일 난다. 일단은 나의 돈가스를 기름에 넣어도 되는지 온도 책정이 중요하다. 온도계보다 정확한 방법으로 먼저 기름의 열을 체크한다. 돈가스에서 조금 떨어져 나온 빵가루를 살짝 넣어서 금방 올라오면 적당하다는 신호다.
돈가스 끝을 양손으로 잡고 볼 가장자리로 가서 조심스럽게 미끄럼을 태우듯 살며시 밀어 넣어준다.
돈가스를 품은 기름이 지글지글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마침 폭죽 터지듯 보글보글 반짝인다. 기름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돈가스가 서서히 떠오를 때 집게로 뒤집어 주는 걸 잊어선 안 된다. 그리고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지켜보다 먹음직스러운 찐 노란색으로 변하면 뜰채로 건져낸다.
그리고 마지막, 돈가스를 건져낸 뜰채를 집게로 ‘탁탁’ 두 번 두드려서 기름기를 살짝 빼줘야 한다. 이것저것 구색을 갖춘 샐러드가 담긴 접시에 기름을 뺀 돈가스를 올리고, 중탕으로 계속 데워지고 있는 소스를 붓는다.
이때 주의할 점은, 기름코팅까지 한 영롱한 빛깔의 돈가스가 다 가려지면 절대 안 된다.
여백의 미를 창조하듯, 마침 일부러 그런 듯, 그러나 세심하게 신경을 쓴 듯, 하지만 무심한 듯 티 나지 않게 돈가스의 일부분을 노출해 주는 센스를 발휘해야 한다.
그렇게 완성된 돈가스를 바라보는 내 심장은 두근두근 뛴다.
‘이것이 정녕 나의 손으로 만들어낸 작품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