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억삭제 Jun 22. 2023

곱슬머리.1

용모단정.

교문 안으로 들어서기 전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머리 길이를 체크하고, 명찰은 제자리에 잘 있는지 다시 확인한다.


이제 막 중학생이 된 나는 눈에 띄는 행동은 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 여러 명이 학교 건물 입구 앞 계단에, 줄줄이 무릎을 꿇고 손을 든 채 망가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제각각의 옷차림과 머리 모양을 한 아이들은 그 틈에 끼지 않으려는 필사적인 몸부림으로 분주했다.

 

짧게 접어 올린 치마를 내리는 아이, 침을 묻혀가며 앞머리에 뿌리 스프레이를 닦는 아이, 치마 속에 입은 체육복 바지를 헐레벌떡 벗는 아이, 어디 두었는지 모르는 명찰을 찾는 아이, 소심하고 겁 많은 나와는 다르게 간이 큰 아이들이 참 많았다.

 

“저 돼지는 신입생들만 들어왔다 하모 와 난리고?”

학생주임 별명을 부르며 험한 말을 내뱉는 선배를 보는 내 눈이 동그래졌다. 마치 그 말이 내 입에서 나오기라도 한 것처럼.

 

“마!! 퍼뜩 안 오나!!”

마른하늘에 날벼락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꾸물거리던 아이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한 분주한 몸부림이 애처롭다.

 

“니 인누 와.”

너라는 소리에 하나같이 모두 학생주임 선생님을 쳐다봤다. 그러나 그중에 나는 아닐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몇 번을 체크를 하고 집을 나선 길이었기에.

 

“마! 니 오데 가노 니 말이다 니!!!”

“지예?”


설마, 나는 왜 부르냐는 듯 뒤돌아보면서 빠르게 훑어본 내 모습엔 이상이 없었다.

명찰도 제대로 달려 있고, 머리 길이도 옷깃에 닿지 않고, 치마 길이도 무릎을 넘었고, 하얀 양말에 규정에 맞는 검은 신발까지.

‘도대체 어디가 문제인가요?’ 무언의 눈빛으로 선생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나 선생님을 나를 향해 다시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이리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성큼성큼 선생님 앞으로 걸어갔다.

 

“머리?”

다가가는 나를 향해 말하는 그 단어를 못 알아들은 건 아니었다.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

일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내 앞머리를 잡아챘다. 얼마나 세게 당겼는지 그 짧은 찰나, 1미터는 족히 넘는 거리에서 나는 선생님 코앞까지 바짝 튕겨 갔다.

그리고 동시에 입에서도 나갔다.

“아파예!!”

‘빽’하고 터지는 이것은 필시 저기 심층 깊은 곳에서부터 진심으로 나오는 악이었다.

 

“아프라고 땡깃다 짜슥아!”

기가 막혀 나도 모르게 선생님을 향해 눈을 치켜떴다. 그것도 제일 무섭다는 학생주임 선생님을 상대로. 내 모습에 선생님도 놀랐고, 당황한 시선들도 몰려들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소심하고 겁이 많던 중학교 1학년 신입생이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