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유럽에 와서 시간적 여유에 관해 많이 이야기하게 되는 것 같은데, 그 여유와 낭만을 가장 크게 느낄 수 있었던 곳은 예테보리였다. 예테보리는 스웨덴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로, 스톡홀름 다음가는 도시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수도인 스톡홀름보다 예테보리가 주는 도시의 느낌이 더 좋았다. 스톡홀름은 도시적인 분위기가 강하다면 예테보리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냄새를 더 진하게 맡을 수 있는 생동감 있는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즐거움과 열정이 넘치는 와중에 참 평화롭기도 해서 오묘한 느낌을 주었다. 특히 광장에서는 주말을 맞아서인지 버스킹을 하는 모습을 흔하지 않게 볼 수 있었는데, 학생들로 꾸려진 밴드와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며 노래를 부르는 남자 등 다양한 모습과 색깔을 가진 사람들이 저마다의 꿈과 열정을 가지고 노래한다. 온전히 그 순간을 즐기며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이 도시에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 싶은 일이 생겨도 실천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분위기라면 하루하루를 하고 싶은 일로 채워가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왜 많은 사람들이 나서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낄까요? 그냥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남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말고 앞으로 전진하세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나 자신이 알고, 나중에는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게 됩니다.’ 발길 닿는 대로 여행 다니며 노래하는 남자가 했던, 가슴속에 울림을 주었던 말이다.
둘째 날에 그나마 있던 계획이었던 놀이공원 방문이 물거품이 되면서 하루 종일 할 일이 없어져 버렸다. 하루 종일 할 일이 없다는 것.. 누군가에게는 즐거운 일이지만 나에게는 전혀 아니다. 한국에 있을 때 매일매일을 바쁘게 살았던 사람으로서 할 일이 없다는 것은 아직 적응이 안 돼서 온전히 그 시간을 즐기지 못한다. 이런 나에게 아무것도 없는 하루의 시간이 주어졌다. 그래서 우리는 거리를 걷다가 마음에 드는 카페에서 브런치를 하고, 또 걷다가 미술관에 들어가고, 안 걸어봤던 길이다 싶으면 또 걷고, 길거리 음식을 사서 운하에 걸터앉아 먹고 마시고 날아가는 새를 구경하면서 한참을 웃고 떠들었다. 이런 시간을 보내면서 여유를 느끼는 방법도 조금씩 배워가는 것 같다.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놔두어도 괜찮다.
주어진 순간을 충분히 사랑하고 즐기는 것
주어진 순간을 충분히 사랑하고 즐기는 것, 나의 좌우명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마 스웨덴 웁살라의 길고 깜깜한 겨울을 마주하면 예테보리의 뜨거운 햇살이 자주 생각날 것 같다. 여름의 뜨거운 태양과는 비교할 수 없는 느낌이 있다. 뜨거워서 피하고 싶다는 느낌보다 이 햇살을 한가득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특히 우리가 이틀 내내 갔던 ‘Egg&Milk’라는 브런치 카페에서 볕이 잘 드는 야외 좌석에 앉았을 때 왜 유럽 사람들이 해만 비치면 밖으로 나가 만끽하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침 햇살 아래 느긋하게 보내는 브런치 타임이 너무 행복했던 순간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