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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도희 Feb 06. 2023

Go with the flow.. Götebrug

9월,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Skansen Kronan

 유럽에 와서 시간적 여유에 관해 많이 이야기하게 되는 것 같은데, 그 여유와 낭만을 가장 크게 느낄 수 있었던 곳은 예테보리였다. 예테보리는 스웨덴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로, 스톡홀름 다음가는 도시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수도인 스톡홀름보다 예테보리가 주는 도시의 느낌이 더 좋았다. 스톡홀름은 도시적인 분위기가 강하다면 예테보리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냄새를 더 진하게 맡을 수 있는 생동감 있는 도시라고 할 수 있다.   

Busking everywhere in Göteburg (Visit on the weekend!!)  

 즐거움과 열정이 넘치는 와중에 참 평화롭기도 해서 오묘한 느낌을 주었다. 특히 광장에서는 주말을 맞아서인지 버스킹을 하는 모습을 흔하지 않게 볼 수 있었는데, 학생들로 꾸려진 밴드와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며 노래를 부르는 남자 등 다양한 모습과 색깔을 가진 사람들이 저마다의 꿈과 열정을 가지고 노래한다. 온전히 그 순간을 즐기며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이 도시에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Fredsgatan

 하고 싶은 일이 생겨도 실천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분위기라면 하루하루를 하고 싶은 일로 채워가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왜 많은 사람들이 나서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낄까요? 그냥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남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말고 앞으로 전진하세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나 자신이 알고, 나중에는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게 됩니다.’ 발길 닿는 대로 여행 다니며 노래하는 남자가 했던, 가슴속에 울림을 주었던 말이다.  

Lejontrappan

 둘째 날에 그나마 있던 계획이었던 놀이공원 방문이 물거품이 되면서 하루 종일 할 일이 없어져 버렸다. 하루 종일 할 일이 없다는 것.. 누군가에게는 즐거운 일이지만 나에게는 전혀 아니다. 한국에 있을 때 매일매일을 바쁘게 살았던 사람으로서 할 일이 없다는 것은 아직 적응이 안 돼서 온전히 그 시간을 즐기지 못한다. 이런 나에게 아무것도 없는 하루의 시간이 주어졌다. 그래서 우리는 거리를 걷다가 마음에 드는 카페에서 브런치를 하고, 또 걷다가 미술관에 들어가고, 안 걸어봤던 길이다 싶으면 또 걷고, 길거리 음식을 사서 운하에 걸터앉아 먹고 마시고 날아가는 새를 구경하면서 한참을 웃고 떠들었다. 이런 시간을 보내면서 여유를 느끼는 방법도 조금씩 배워가는 것 같다.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놔두어도 괜찮다.   

주어진 순간을 충분히 사랑하고 즐기는 것 

주어진 순간을 충분히 사랑하고 즐기는 것, 나의 좌우명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Viktors Kaffe and Egg & Milk

 아마 스웨덴 웁살라의 길고 깜깜한 겨울을 마주하면 예테보리의 뜨거운 햇살이 자주 생각날 것 같다. 여름의 뜨거운 태양과는 비교할 수 없는 느낌이 있다. 뜨거워서 피하고 싶다는 느낌보다 이 햇살을 한가득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특히 우리가 이틀 내내 갔던 ‘Egg&Milk’라는 브런치 카페에서 볕이 잘 드는 야외 좌석에 앉았을 때 왜 유럽 사람들이 해만 비치면 밖으로 나가 만끽하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침 햇살 아래 느긋하게 보내는 브런치 타임이 너무 행복했던 순간 중 하나였다.  

Under the bridge during Padan boat 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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