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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도희 Mar 31. 2023

꿈을 꾸는 방법을 찾아서, Paris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Movie 'Ratatouille'

  어릴 적 ‘라따뚜이’라는 영화를 보고 ‘파리에 가서 에펠탑 보기’라는 막연한 버킷리스트를 작성했다. 정말 잠깐의 장면이 나에게 낭만과 꿈을 선물해 준 것이다. 그 당시만 해도 유럽 여행을 간다는 것이 아주 먼 일처럼 느껴졌고 정말 기약 없는 귀여운 버킷리스트였지만 항상 가슴속에 품고 살아왔다. 그렇게 가보지도 않은 파리를 첫 번째로 좋아하는 도시라고 생각하며 시간이 흘렀고, 2018년 여름, 처음으로 파리에 발을 딛게 되었다. 샤를 드골 공항에 착륙하기 직전까지 연신 창밖을 바라보며 에펠탑이 보이지는 않을까 기대감으로 가득 찼던 그 순간이 때때로 생각난다. 그렇게 비행기 창문으로 에펠탑을 처음 마주하게 되었고 네모네모 한 건물들 사이에 우뚝 솟아있는 에펠탑을 보며 드디어 파리에 왔구나 실감했다.

Cafe Le Dôme

  그 당시 파리에서 무엇을 했는지는 사진과 같은 기억으로만 남아있지만 낮에 처음 도착해 강가를 거닐며 하염없이 바라봤던 에펠탑과 보트 투어를 하면서 처음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화이트 에펠탑의 기억은 영상처럼 생생하다. 그날 밤, 생각보다 더 웅장하고 아름다운 에펠탑을 보면서 눈물이 흐를 만큼 벅차올랐던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싶다. 내가 1분도 채 안 되는 장면을 보고 꿈을 가진 것처럼 꿈은 정말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그리고 꿈이 작든 크든 그 꿈을 이뤘을 때 주는 희열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감동을 준다. 

Montmartre

  이런 마음을 잊고 살았던 것 같다. 대학교 입학 후 삶에 큰 목표 없이 살아온 나는 어느새 꿈을 꾸는 방법을 잃어버렸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현재의 행복만을 좇으며 살아왔다. 그나마 목표로 두었던 교환학생도 끝나가는 시점에서 또 갈 곳을 잃을 것만 같았고 여행할 때의 설렘도, 긴장도 이제는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어떻게 옛날과 같은 마음을 되찾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익숙함이라는 것이 이렇게 사람을 메마르게 만드는구나 생각했다. 

Tour Eiffel from Pont De L'Alma

  그럼에도 교환학생을 하는 중에 파리는 무조건 다시 가야 한다는 다짐이 무의식 속에 존재했고, 2022년 겨울 다시 파리로 날아가게 되었다. 잔잔한 기대감을 가지고 도착한 파리의 건물 사이로 빼꼼 인사하는 에펠탑을 보자마자 탄성이 나왔지만 예전과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나를 씁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강가를 거닐며 라따뚜이의 테마곡인 ‘Le Festin’을 재생하고 저녁의 빛나는 에펠탑을 찬찬히 바라보니 그 옛날의 감정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나왔다. 거의 5년 만에 본 에펠탑은 내가 어렸을 때 얼마나 큰 꿈을 가지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꿈을 이뤘을 때 얼마나 벅차오르고 행복했는지 깨닫게 해주었다.

Le festin est sur votre chemin (축제가 곧 내 앞에 펼쳐질 거예요)!
Le Festin - Camille
Jardin des Tuileries

요즘은 시대가 좋아지고 사람들의 마인드도 많이 바뀌어서 여행하기가 점점 더 쉬워지는 것 같다.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요즘이지만 어디든 열 번을 가도 항상 설레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쉬워질수록, 익숙해질수록 감흥이 없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감정인 것 같지만 조금이라도 동심을 가지고 살아가면 좋지 않을까. 

Rue La Fayette

  여기까지 쓰니까 에펠탑과 라따뚜이에 미친 사람 같다. 사실인걸요.. 에펠탑뿐만 아니라 파리는 다른 도시들과는 다른 색다른 매력을 풍긴다. 아이보리색의 벽에 짙은 남색의 지붕을 가진 건물이 온 도시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정적이고 세련된 매력을 풍긴다. 파리의 밤은 또 어떠한가, 은은한 주황색 빛으로 물든 도시는 금과 같이 반짝인다. 어떻게 한 나라의 수도에서 이렇게 고즈넉하고 오래된 향을 풍길 수 있는지.. 그리고 거리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노천카페에서 담배와 커피를 즐기는 그 한적한 분위기란.. 여름에 강가와 공원에 앉아 와인을 마시고 춤을 추던 행복한 사람들의 모습도 잊을 수 없다. 나중에 여름에 다시 와야지. 그때도 파리는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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