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나는 많은 죄를 지었습니다.
나는 웃음이 넘치는 가정에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자랐습니다. 때로는 부모님이 너무 좋기도 했고, 어떤 순간은 미워할 때도 있었습니다. 남들에게는 배려도 잘하고 양보도 잘하면서 가족들 앞에서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일 때도 많았습니다. 내가 어떻게 하든 부모님은 항상 날 응원해 주고 신경 써 주셨습니다. 덕분에 나는 성인이 돼서도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었습니다. 아낌없는 부모님의 지원 덕분입니다. 항상 부모님께 감사드리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사람이라는 게 참 간사하게도 갈등이 생기는 순간에는 또 그렇게 답답해 보일 수 없었습니다. 애증의 관계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제 착각이었지만요.
지금이나마 제 죄를 고해합니다.
남자는 성인이 되어도 몸만 변할 뿐, 머리는 어린이 그대로라고 합니다. 맞는 말 같습니다. 저는 아직 어른이 될 준비가 안 된 거 같습니다.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부모님의 손길이 필요하며, 다양한 사고를 치고 다니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철없이 행동하지도 않습니다. 적당히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고, 알바를 하며 돈도 벌었고, 친구들을 만나면서 많이도 놀았습니다.
제가 후회하는 몇몇의 순간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음주와 관련된 기억이 많습니다. 부끄러워 말 못 하는 일들도 많습니다. 부모님이 모르시는 일들이 훨씬 많고 앞으로도 말을 못 할 것 같습니다.
쓰다 보니 서론이 길어지는 것 같아 여기서 제가 하고 싶은 말로 넘어가겠습니다. 제 흑역사가 창피해서 넘어가는 것도 맞습니다. 다만, 정말 쓰고자 했던 내용은 말의 무게입니다.
저는 늘 부모님께 감사드리면서도 죄송할 따름입니다. 자식을 위해 정년에 가까운 나이까지 쉬지도 않고 일을 하시며 자신의 청춘과 취미 등을 희생하는 아버지, 그 이름의 책임감은 저는 아직도 까마득합니다. 또한 바쁜 일이 있어도, 힘들게 일을 마치고 와서도 저를 위해 밥을 해주시는 어머니, 항상 사랑받는 기분을 느끼게 해 주십니다. 이런 영향으로 저는 모나지 않고 반듯하게 자랐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집에만 와서 부모님과 있으면 저는 다시 어린아이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부모님의 책임감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피하면서 어리광 부리곤 합니다. 사실 투정이라 하는 게 더 맞을 것 같네요.
단지 조그마한 위로를 받겠다고 별 것도 아닌 일로 응석 부리며 힘든 척을 합니다. 예로 새벽에 화장실을 가려고 깨는 일을 가지고, 자꾸 새벽마다 잠이 깨서 미치겠다고.. 힘들다고 하는 식으로 말하곤 했습니다. 다만, 저는 부모님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했습니다. 어머니가 앞에서는 요즘 고민이 많냐, 피곤하고 예민하게 살 지 말라고 하셨지만 속으로는 고생이 많아 보이는 저의 모습이 가슴이 타들어 가고 있었을 겁니다. 저도 집에 와서 다시 생각해 보니 너무 철없이 툭 뱉은 것 같아 후회막심합니다.
늘 자식 위해서 견디며 살아온 부모님 입장에서는 자식의 특별한 것 없는 투정에도 가슴이 아프기만 할 수고 있을 것 같습니다.
괜히 자기 탓에 그런 같다며 자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자식은 이런 맘도 모르고 계속 천진난만하게 있겠지만요.
저도 그냥 부모님께 투정 부리고 뒤늦게 실수했음을 깨달았습니다. 되돌리고 싶어도 이미 뱉은 말은 무겁기만 합니다. 항상 말 조심하시고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시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쓰고 나서 다시 부모님께 안부전화를 하며 (본가에서 3분 거리에 자취를 합니다.) 날씨 추우니 따뜻하게 자라고 얘기했습니다. 원래는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데 이상하게도 입에서 잘 떨어지지 않네요.. 그래도 가끔은 애교도 부리면서 표현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두서없는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