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해결 알림을 줄이자, 삶이 조용해졌다

왜 우리는 바쁘지 않은데도 늘 피곤한가

by 가온담


나는 늘 바쁜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자주 지쳐 있었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도 않았고,

하루를 허둥대며 보내는 편도 아니었는데

마음은 늘 분주했고

쉬고 있어도 회복되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정리를 끝내고 나서야

그 이유가 조금 보이기 시작했다.


나를 가장 피곤하게 만들고 있었던 것은

‘할 일’이 아니라

끝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던 것들이었다.




나를 가장 지치게 했던 것은 ‘할 일’이 아니었다

정리 전,
내 머릿속에는 늘
‘언젠가 해야 할 일’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당장 급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남아 있는 것들.

특히 집안일이 그랬다.


야외 창고에는

아까워서 버리지 못한 물건들이 쌓여 있었고,

먼지와 고양이 배변 문제까지 겹쳐

정리할 용기를 내지 못한 채

계속 방치되고 있었다.


그 물건들이 사라진다고 해서

내 인생에 큰 피해가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마음으로는

이미 어느 정도 내려놓은 상태이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해결된 상태는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언젠가 정리해야 할 것’으로 남아 있는 동안

그 공간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계속해서 나의 에너지를 점유하고 있었다.




미해결 상태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소모시킨다

정리를 하며

가장 크게 체감했던 순간은

물건을 버리거나 자리를 옮길 때마다

숨 쉴 틈이 생긴다는 느낌이었다.


나는 자원을 아끼고 보존하는 데 익숙한 사람이다.

돈을 주고 산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했고,

그 물건이 차지하는 공간보다

‘아낀다는 마음’을 더 크게 두고 살아왔다.


하지만 이번 정리를 통해

비로소 균형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의 여유 생활공간과

물건이 차지하는 공간 사이에서

나는 그동안

둘 다 지키려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상충된 상태가

나를 가장 피곤하게 만들고 있었다는 것도.


물건을 버리고, 정리하고, 자리를 비워내자

나뿐 아니라

가족의 여유 공간까지 함께 생겨났다.

그때 처음으로

‘무조건 아끼는 것’보다

무엇이 더 가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나에게 더 유익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루는 마음은 게으름이 아니었다

나는 그동안

근본적인 정리나 조직을 미루는 나를

여러 방식으로 바라봤다.


어떤 때는

외부적인 어려움이 많아서

나 혼자 감당하기 힘든 일이라고 합리화했고,

어떤 때는

계속 미루는 나 자신을 자책하기도 했다.


결국엔

충분하지 않은 조건들에 대한 한탄과

죄책감으로 이어지곤 했다.


하지만 정리를 하며 알게 되었다.

미루는 마음의 상당 부분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해결하기에 너무 큰 단위로 남아 있는 상태였다는 것을.


끝낼 수 없는 크기의 일은

계속 열린 알림처럼

마음을 점유한 채 남아 있게 된다.




완벽 대신 ‘관리 가능한 상태’

나는 원래

틀을 만들면 잘 지키고 유지하려는 편이다.

혼자 살았다면

아마 완벽에 가깝게 유지하려 애썼을 것이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 사는 공간에서는

나의 기준과 타이밍이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는 것을

여러 번의 마찰을 통해 배웠다.


행동을 요구하면 저항이 생겼고,

상태를 설명하고 규칙화했을 때에야

조금씩 유지가 가능해졌다.


그럼에도 완벽하게 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기준 자체를 낮추는 선택을 했다.


모두가 같은 기준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조금 늦게 받아들였고,

그 순간부터

나는 아주 조금 자유로워졌다.


정리뿐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하지 않아도 될 노력까지 해왔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지점에서는

애쓰지 않기로 했을 때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미해결 알림을 줄인다는 것

이번 정리는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완벽하게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상태를 알고

관리 가능한 선으로 정리해 두는 것.


불필요한 에너지를 계속 쓰게 만드는 환경보다

에너지가 쓰일 자리를

미리 정돈해 두는 선택이

삶을 훨씬 조용하게 만든다는 것.


미해결 알림이 하나씩 꺼질수록

내 삶도 조금씩

소음을 줄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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